간암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현재·미래 조명해보니

최근 허가된 ‘렌비마’ 및 개발 중인 2차 치료제 기대 커

기사입력 2018-10-11 06:06     최종수정 2018-10-11 06: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국내에서 간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다섯 번째로 흔한 암이며, 전체 암중 사망률은 두 번째로 높다. 5년 상대생존율 또한 전체 암 상대생존율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간암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간경변(liver cirrhosis)다. 이 간경변을 일으키는 원인이 바로 B형간염·C형간염·알코올성 간질환·비알코올성 간질환이다. 이 중 국내 발병률이 높은 B형간염이 국내 간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된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진행성 간세포성암 1차 전신요법으로 소라페닙이 등장했다. 소라페닙은 SHARP 연구와 Asia-Pacific study 2 연구를 통해 위약군 대비 전체 생존 기간 중간값(mOS)을 유의미하게 늘렸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1차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 사이  1차 치료제가 쏟아졌던 유방암·폐암에 비하면 개발 속도는 한참 더딘 수준이었다. 다만 레고라페닙 카보잔티닙 라무시루맙 등이 소라페닙에 실패한 이후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로서 위약 대비 생존율 개선을 확인했다.

간암치료제 개발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김지훈 교수(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화기내과)는 “제일 대표적인 이유는 간암은 조직을 얻어 연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간암의 80%는 간경변이 동반돼있어서 응고장애가 따르기 때문에, 조직을 가지고 적합한 타겟을 발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간경변 등의 동반질환이 있기 때문에 그 질환에 의해 사용되는 약제의 독성이 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암과 기저질환 둘 다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 둘을 조절하면서 실험을 디자인하기는 어렵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을 때 간질환 때문인지 약의 독성 때문인지 구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10년 만의 간세포성암의 1차 치료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의 등장은 고무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렌비마는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성암에 대한 1차 치료제로 허가 승인을 받았다.

렌비마의 3상 임상인 REFLECT 연구를 보면, 렌비마는 소라페닙 대비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을 1.3개월,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을 3.7개월 연장시켰다. 객관적 반응률 역시 렌비마 41%, 소라페닙 12%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렌비마의 또 다른 특징은 혈관내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VEGFR), 혈소판유래성장인자수용체(PDGFR-α), RET 유전자, KIT 유전자, 섬유아세포증식인자수용체(FGFR) 1~4를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의 다중 키나아제 억제제라는 점이다.

약물을 개발할 때는 종양이 약물에 저항성을 갖는, 즉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여러 가지 경로로 작용해야 약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야 일부 경로에 내성이 생기더라도 다른 경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렌비마의 다중 경로 억제라는 점은 장점으로 꼽힐 수 있다.

간암 치료의 미래는 어떻게 예견해볼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는 소라페닙 실패 후 2차 치료제로 레고라페닙을 비롯한 카보잔티닙, 라무시루맙, 펨브롤리주맙 등이 허가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렌바티닙, 리볼루맙 등 다른 1차 치료제에 실패한 환자에 대한 치료법은 당장 확립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간세포성암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긴 시간 동안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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