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약사 '약국분양사기 11억' 피해 어떻게 막았나

사례 통한 분양사기 대처방안…의심조건 확인 · 특약 작성 강조

기사입력 2019-05-14 06:00     최종수정 2019-05-14 13:2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최근 신도시에서 약국을 대상으로 하는 분양사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큰 손실'을 피한 사례가 있어 대처 방안이 주목된다.

A약사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개설했던 ㄴ 약국 내부. 분양사기로 인해 한달도 채 되지 못해 폐업했다.▲ A약사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개설했던 ㄴ 약국 내부. 분양사기로 인해 한달도 채 되지 못해 폐업했다.
비록 약국을 유지 못한 채 폐업신고를 하면서 그 사이에 물리적·정신적 피해도 만만치 않았지만, 철저한 준비로 계약해지 및 계약금 환수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약업닷컴은 최근 A약사(53세)와 만나 의사-컨설팅업체가 개입한 분양사기 피해로 약국을 폐업한 사례를 확인했다.

지난해 9월 A약사는 4년만에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 경기도 신도시에서 개설할 곳을 찾던 중 약국 창업 컨설턴트(브로커)의 소개로 한 곳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A약사가 고심 끝에 계약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분양대행사가 보여준 '임대차계약서(특약 포함)' 때문이다. 

계약서에서는 건물 전체에서 A약사 개설약국의 독점과 4, 5층에 4개 입점과(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로 2018년 12월 31일까지 개원하는 내용으로 특약사항을 정해놓고 있었다.

분양대행사는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11월까지 내과·소아과·정형외과 3인이 개원하고, 이비이인후과가 2~3개월 안에 합류한다고 말했고, A약사는 이 말을 믿고 11억5천만원의 분양계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A약사와 부인에게 '약국 독점'을 강조하면서 방문 당일 분양계약을 독촉한 것은 덤이었다. 당일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다른 약사들도 이 건물을 보고있다'고 설득했다고.

"진짜 기분 좋았어요. 아, 계약대로 되고 내 인생에 나이도 있고 마지막 약국을 하는구나"

A약사는 계약 후 한달째 되던 날까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설렘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10월 15일 인테리어 도면 확인을 결정적인 계기로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 둘 드러났다.

시행사 본부장을 통해 확인한 도면에는 특약과 달리 진료실이 3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진료실이 포함된 4층 도면. 당초 분양계약과 달리 표시된 진료실이 총 3개였다.▲ 진료실이 포함된 4층 도면. 당초 분양계약과 달리 표시된 진료실이 총 3개였다.

A약사는 당장 분양사무실로 찾아가 분양대행사 본부장에게 이를 물었으나, 그때부터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부장은 '내과의가 이비인후과를 함께 한다더라', '컨설턴트가 처음부터 진료실이 3개라고 했었다', '원장이 피부과를 추가할 생각을 한다더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특히 해당 약국의 분양금액을 두고 '4개과가 전문의로 입점하려면 분양가가 높았는데, 그것도 몰랐냐'며 반문하기까지 했는데, 이후 이뤄진 컨설턴트와 시행사 임원과의 통화에서도 '입점과는 전문의와 의미가 같지 않다'며 이야기를 번복했다.

A약사는 이 같은 갈등 속에서도 계약을 일부 변경해 이어가려 했다. 그동안 개국을 위해 들인 노력이 아깝고(2억 3천여만원 입금), 낮춘 계약내용상 큰 욕심 없이 독점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11월 15일 재계약으로 결정한 분양계약금액은 최초 분양가보다 5천만원 낮아진 10억3천만원이었다. 이비인후과 입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시행사 임원은 병원 개원이 다급하니 약국 개업도 서두르라고 재촉했으며, 이에 A약사는 11월 30일 약국개설과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다시 계약을 하고, 어찌어찌 약국을 운영해 보려던 A약사를 좌절시킨 것은 결국 의원이었다. 당초 들어오기로 한 연세대의대 출신 의사(병원 임대차 계약자)는 사라지고 다른 이름의 모르는 의사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것이다.

개국 하루 전(12월 중순), 상가 1층 음식점에서 입주자들을 모은 자리에서 A약사는 시행사 임원으로부터 연대 의사가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늙었다', '신용불량자다' 핑계를 대면서 다른 의사가 온다고 했으나, 이미 A약사의 모든 신뢰는 깨어진 상황이었다.

이에 법무법인(규원)과 함께 수집한 모든 증거를 정리하고, 올해 1월 7일 시행사에게 1월 31일까지 즉시 특약사항을 이행(약국의 독점 영업권/4개과 입점/미개원시 분양대금 즉시 환불)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결국 시행사는 특약사항을 이행하지 못해(채무불이행) A약사에게 분양대금을 환불했다.

약업닷컴 재구성▲ 약업닷컴 재구성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는 A약사가 그동안 모아온 자료들이 큰 역할을 했다. 도면이 바뀐 것을 인지한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컨설턴트-시행사-분양대행사의 중요 내용을 녹취하고, 각종 확인서와 계약서 등 증빙자료를 수집해 계약 불이행을 입증해낸 것이다.

A약사는 "이들이 사기쳐서 가져가는 남의 돈이 얼마나 살림에 보탬이 될 지 모르겠지만, 한 개인을 망가뜨리는 행위"라고 분노하며 "사회에  처음 나와 장밋빛 꿈으로 약국을 개국하려던 사람들이 비정상적 컨설팅업체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반복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약국분양 광고에서 '신도시, 신축건물, 1~2개 층 전체 임대, ○개과 입점확정'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매물은 일단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럼에도 악국 분양을 원한다면 들어오기로 한 의사의 경력 확인(개원 이력, 나이 등)을 확인 하는 것도 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 변호사는"계약서는 무조건 확보해야 하며, 이를 컨설팅사 등에서 가져가는 경우는 무조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큰 힘이 된 것처럼 '특약'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존속기간(ex 5년간 병원 운영), 진료과에 대한 명시, 언제까지 입점할지, 해당 건물에 대한 약국독점 조항 등은 특약에 넣는 것이 좋다"며 "이 경우 독점조항과 병원입점은 어느 조건 하나만 충족하지 못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변호사는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필요 기록이 많아야 한다. 특히 특약이 중요한데, 이제는 약국 권리금처럼 병원에도 일정 기간 동안 운영토록 하는 특약을 요구해도 될 시점이 왔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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