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재미 한인약사 이덕근의 '코로나 통신 3'

아이들이 안아프다.

기사입력 2020-09-25 10:13     최종수정 2020-09-25 11:0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오랜만에 아목시실린 항생제 시럽 처방전을 받았다. 물론 아직 겨울철이 아니니 이런 처방전이 많지 않은 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3월 코로나 대유행 이후 8월 말까지 내 기억으론 단 1건의 처방전도 없었던 것 같다. 예년이라면 수영장에서 놀다가 감염되거나 음식등으로 인한 배탈등으로 항생제 시럽 처방전이 최소 한달에 5건 정도는 나왔을텐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전혀 없었다. 

그렇다. 아이들이 안아프다. 재택근무로 부모들이 아이들과 집에 같이 있게 되면서 사고도 줄어들고 아이들 위생도 챙겨준 결과다. 이제 미국사람들도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비교적 신경쓰고 있어 바이러스나 세균등의 미생물 감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올해 독감유행은 유래 없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질병 본부의 공식적인 권고도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독감백신 접종도 전례없이 활발하다. 올 겨울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Twindemic이 올거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독감백신의 접종률로 보나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등으로 그런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남반구인 남아프라카에서는 예년에는 5월부터 8월까지 독감환자가 많이 나왔었는데 이례적으로 이번 겨울은 독감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겨울을 지낸 호주도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도 480명에서 36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니 코로나를 대비한 손씻기등 위생을 철저히 한 결과다.  

어른들도 덜 아프다. 항생제 처방이 많이 줄었다. 이를테면 요로감염증 치료제인 시프로나 마크로비드등의 처방전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왔었는데 요즘은 1주일에 한 번도 구경하기 힘들다. 배탈이나 몸살에 쓰이는 항생제인 오그맨틴이나 케플렉스 처방전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금 안 아픈 것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질병을 스스로 물리친 것이 아니라 병균으로부터의 격리를 통해 억지로 얻어낸 것이기 때문이다.영국에 갔을 때 동네산책을 다니다가 한 아이들을 만났다. 형인듯한 아이가 아주 어린 동생을 데리고 나왔는데 동생이 흙을 갖고 놀다가 심지어는 입에 대기도 하였다. 그래서 내가 더러운 흙을 네 동생이 먹을려고 한다하니 그 친구가 그게 다 면역력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얘기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소위 어렸을 때부터 미생물이나 벌레, 꽃가루등의 알러지 원인등에 노출이 잦아져야 면역력이 향상된다는  "Old Friends" 라고 하는 이론에 통달한 말투였다. "Old Friends" 란 2003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그라함 록의 가설로 어렸을 때 부터 해롭지 않은 미생물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미래의 해로운 미생물의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체계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가설이다.    

그렇다. 우선 아이들에게 독감 백신을 비롯한 가능한 백신을 두루 맞혀 여러 미생물에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아이들과 자연으로 나가 자연의 알러지 원들과 소통하자. 또한, 반려동물들과의 교감도 아이들의 면역을 늘려주는 한 방법일 것이다. 물론, 최상의 것은 코로나 백신으로 이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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