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레스토, 5~10년 후 기존 치료제 완전 대체할 것”
다비드 심 교수 “접근성 높아지며 1차 권고…SGLT-2와 병용 가능성도”
전세미 기자 | jeonsm@yakup.com 기자가 쓴 다른기사 보기
회의 후 5월 발표된 보고서는 추후 발표될 유럽심장학회 심부전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보행 가능한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에게 기존 ACE 억제제/ARB를 대신해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으며, 새롭게 심부전을 진단 받았거나 기존 치료 후 상태가 악화된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입원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엔트레스토를 고려할 수 있음을 제시한 부분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약업신문은 듀크-싱가포르국립대학교(Duke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Graduate Medical School) 의과대학 겸임 부교수이자 싱가포르 심부전학회(Heart Failure Society) 회장인 다비드 심(David Sim) 교수를 만나 해당 보고서 업데이트의 의미 및 심부전의 미래 치료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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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5월 ESC 전문가 합의 회의 보고서가 발표됐는데 해당 보고서에서 업데이트된
부분과 근거, 그리고 권고 사항의 의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ESC 전문가 합의 회의 보고서 업데이트는 작년 11월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PIONEER-HF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PIONEER-HF 연구 결과 발표 전에는 유럽 등에서 엔트레스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가 ACE 억제제나 ARB 제제를 먼저 사용해야 했다. PIONEER-HF 연구에 포함된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과거에 ACE 억제제 혹은 ARB 제제를 사용한 적이 없는 신규 진단 환자들로, 연구 결과 엔트레스토를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 후 안정화된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가 업데이트됐고, 보고서에는 엔트레스토를 새롭게 심부전을 진단 받았거나, 기존 치료 후 상태가 악화된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 입원 환자의 1차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음이 제시됐다.
- 심부전 입원 환자 치료제로 ACE 억제제/ARB 대신 엔트레스토를 처방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PIONEER-HF 연구와 같은 RCT 연구나 싱가포르의 리얼 월드 데이터 등 다수의 데이터를 통해 심부전 입원 후 안정화된 환자들에게 엔트레스토 치료가 안전성 문제없이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우수한 치료제가 있다면, 그 치료제를 처음부터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심부전 환자들은 퇴원 후 첫 30일 간 높은 재입원율과 사망률을 보이기 때문에 퇴원 전부터 최적의 치료제를 사용해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기존에 엔트레스토가 이미 출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치료 가이드라인들이 ACE 억제제나 ARB 제제를 먼저 사용하라고 권고한 것은 기존 치료제 대비 엔트레스토의 약가가 좀 더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점 많은 국가에서 엔트레스토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재정적 보조금 등과 같은 체제들이 갖춰지면서 지금과 같은 권고 사항이 도출될 수 있었다.
- 올해 ESC 2019에서 엔트레스토 관련 연구인 PROVE-HF와 EVALUATE-HF 연구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들은 어떤 의미가 있나.
기존 연구들이 ACE 억제제 대비 엔트레스토의 유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면, PROVE-HF와 EVALUATE-HF 연구는 엔트레스토가 어떠한 기전을 통해 이러한 유의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지를 확인했다.
PROVE-HF 연구 결과, 엔트레스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심장 크기가 작아졌고, 이를 통해 엔트레스토가 심부전으로 인한 심장 재형성(remodeling), 부피 증가 등을 가역적으로 되돌려주며 유의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기전에 대해 좀 더 심도 깊게 확인 할 수 있었다.
EVALUATE-HF 연구에서 엔트레스토는 에날라프릴 대비 대동맥 경직도를 유의하게 개선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PROVE-HF 연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엔트레스토의 심장 크기 및 박출계수 개선은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 최근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치료제로의 효과를 인정받는다면, 엔트레스토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최근 SGLT-2 억제제와 엔트레스토 관계와 관련된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 실제로 심부전 환자들 중에서는 당뇨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보니, 싱가포르에서는 동일 환자에게 엔트레스토와 SGLT-2 억제제를 함께 사용한 경우가 많고, 현재까지 처방이나 사용 경험은 상당히 좋았다. 안전성 관련 우려점도 없었다.
당뇨를 겪지 않고 있는 심부전 환자에게 어떤 약을 먼저 써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치료제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을뿐더러, 향후에도 진행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PARADIGM-HF 연구는 엔트레스토가 ACE 억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연구인 반면, DAPA-HF 연구는 ACE 억제제, 엔트레스토 등 기존에 표준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SGLT-2 억제제를 추가적으로 더해 사용할 때의 결과를 확인한 연구라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의학적 판단만을 기준으로 치료제를 선택한다면, 두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라는 말씀을 드릴 것 같다. ACE 억제제 대비 엔트레스토가 더 좋은 결과를 보였고, 그 환자들이 SGLT-2 억제제를 함께 사용했을 때 추가적인 임상적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 올해 심박출계수 보존 환자(HFpEF)를 대상으로 엔트레스토 치료 효과를 확인한 PARAGON-HF 연구가 발표됐는데, 연구 결과 1차 종료점에 도달하지 못해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PARAGON-HF 연구의 싱가포르 책임 연구자로서 이번 결과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두 치료군의 사망률 결과는 거의 유사하게 확인됐지만,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은 엔트레스토군이 대조군 대비 15%나 감소하는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다. 재입원율과 관련해 긍정적 결과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아 전체적인 결과가 하향 조정돼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연구 설계 단계에서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환자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유효성 평가 변수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 환자이면서 고령인 환자들에게는 심혈관계 사망률 감소보다는 앞으로의 삶의 질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입원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지가 좀 더 중요한 지표다. 따라서 심박출계수 보존 환자에서의 엔트레스토 사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 및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싱가포르의 심부전 치료 트렌드로 짐작해봤을 때, 향후 전 세계 심부전 치료 방향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싱가포르의 경우, 엔트레스토 도입이 진행성 심부전 환자 관리나 치료에서 상당히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싱가포르는 심부전 환자들에게 삽입형 제세동기(ICD)나 좌심실 보조장치(LVAD), 심장 이식 등 의료기기를 사용한 수술을 하기 전 가능한 최우선적으로 약물을 이용해 환자 상태를 최적화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트레스토와 같은 신약들을 보다 잘 이용해 환자들의 기구를 이용한 수술을 좀 더 줄일 수 있다면 이는 환자뿐 아니라 국가의 의료비 부담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엔트레스토를 통해 심부전 치료에서 확실한 패러다임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싱가포르만 봐도 3,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ACE 억제제에서 엔트레스토로 스위칭한 만큼, 향후 5년에서 10년 후에는 기존의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던 ACE 억제제 등을 사용하는 의료진들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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