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간 날선 대립각...'약사회 총회 바꿔야 한다'

[창간특집 이슈2] 정치적 이해관계 맞물리면 '약사사회에 독(毒)'

기사입력 2016-03-29 06:30     최종수정 2016-03-31 17:3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회원의 민심을 대변해야 할 대의원이 세력간 편을 나누는 가늠자가 된 형국이다."
 
약사사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한 관계자의 목소리다. 갈수록 약사사회에서 계파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정책 현안이나 민생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담겼다.

약사회 신임 집행부의 3년간 회무를 앞두고 진행된 지난 3월 17일 정기총회를 돌이켜보면 '걱정'은 그대로 확인된다. 17일 '2016년도 대한약사회 정기대의원총회'는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시작돼 7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공식 1부 행사 등의 시간을 제외하고 5시간 넘게 진행된 총회에서 계파간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상정된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력 싸움이 적지않게 노출됐다.

◇ 민의 대변한다? 아니다!

갈등을 심화시킨 배경에는 대의원 선출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약사회에 파견되는 400명 가량의 대의원은 시·도 약사회 정기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의원 선출은 시·도 약사회 총회에서 총회의장이나 회장에게 위임하는 것이 관례처럼 자리잡고 있다. 일부 약사회의 경우 지역 추천이나 직접 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총회의장 등에게 적지 않은 대의원 선출권이 부여되면서 '총회의장'은 약사사회 계파간 갈등의 꼭짓점이 되고 있다. 총회의장의 성향에 따라 대의원의 분위기가 바뀐다. 우호적일 수도, 적대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회원의 민의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대의원이 이런 방식으로 선출되다보니 말들이 많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대의원으로서의 역할보다 편들기에 매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수기'라는 오명도 나온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서는 파견 대의원 숫자가 100명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당연직을 제외하고, 총회의장에게 수십명의 대의원 추천권이 주어지는 관행은 적절하지 않다"며 "과연 이렇게 선출된 대의원이 회원의 민심을 반영하는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판단했다. 지역 쏠림이 심하고, 자기 식구 챙기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의원을 총회에서 직접 선출하거나 회원의 추천을 거쳐 선출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관례대로 총회의장이나 회장에게 선출권을 부여하는 것은 본래 대의원 제도를 두는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대안이다. 총회가 계파간 정쟁의 자리가 아니라 민심수렴의 장치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의원 선출부터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또, 대의원 선출에 지역 안배를 고려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도 약사회 산하 지역 약사회 회원비중에 따라 대의원 숫자를 안배하는 방식이다.

◇  '친 집행부 vs 비 집행부'

감사 방식 선출도 계파간 싸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17일 대한약사회 정기총회에서 감사 선출은 4명씩 2개 후보군이 추천됐고, 경선 끝에 이 가운데 한쪽 후보군이 비교적 근소한 차이로 신임 감사로 선출됐다. 추천된 후보군 가운데 한쪽은 집행부측 추천 인사들이고, 다른 한쪽은 비집행부측에서 추천한 인사들이다. 관계자들은 관례처럼 굳어진 현재의 감사선출 방식은 계파간 싸움을 부추기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선출방식을 전환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추천 방식과 선출 방식을 고수한다면 매번 정기총회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우려다.

관계자들이 제시하는 선출방식은 다득표자를 감사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4명 이상의 후보를 참석 대의원들이 추천하도록 하고, 이후 다득표자를 감사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회무역량 판단 등 대의원들의 결정이 감사선출에 그대로 반영돼 비교적 고른 선출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다른 약사회 주변 관계자는 "계파간 싸움은 정기대의원총회의 흐름으로 방해한다"며 "감사선출도 계파간 싸움의 계기가 되고, 그 결과 역시 총회 분위기를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회가 매번 상정 안건을 두고 찬성이나 반대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며 "주요 현안이나 민생과 관련한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회의가 마무리되면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도움된다면 회장도 '단임제'

약사회장의 임기를 조정하자는 제안도 그래서 나왔다. 단임제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임기를 4년 이상으로 보장해 회무 추진기간을 보장하고 성과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정관에 '단임제'를 명시함으로써 차기를 도모하느라 회무를 챙기지 못하는 일을 막자는 것이다. 또, 그만큼 약사회장 선거나 후보 출마를 고려한 사전 움직임도 차단할 수 있고, 정기총회에서 갈등이 커지거나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단임제로의 전환은 순탄치 않다. 대한약사회장과 전국 16곳의 시·도 약사회장, 200곳이 넘는 지역 약사회장의 임기는 물론 회장과 함께 회무를 진행하는 임원과 총회 의장단, 감사단의 임기도 함께 고려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수백명의 임기가 함께 조정되는 부분이라 의견조정이 쉽지 않다.

서초동 약사회관 주변 관계자는 "대의원총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회장과 의장, 대의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책과 현안, 회원의 민생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거듭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래도 총회가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단임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얘기가 있겠지만 적어도 공론화할 수 있다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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