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약 점자·음성표기, 제도이익-비용 잘 따져야'

전문위원 검토결과…표기방시 추가로 가격상승 등 비용증가 불가피

기사입력 2017-08-25 06:00     최종수정 2017-08-25 06:1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안전상비의약품에 점자·음성을 표기하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발생비용과 표기범위 등 다양한 고려사항이 필요한 것으로 검토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안전상비의약품등에 점자 및 점자·음성변환용 코드 표시를 골자로 한 윤소하 의원 발의 '약사법 일부법률개정안'에 대해 이 같은 입정을 밝혔다.

의약품 점자표기 예시(동화약품 후시딘)▲ 의약품 점자표기 예시(동화약품 후시딘)

개정안은 안전상비의약품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의약품에 대해 점자 또는 점자·음성변환용 코드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점자·음성변환용 코드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제공시스템 구축‧운영하도록 규정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와 수입자는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의약품의 명칭, 제조번호와 유효기한, 중량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품의 명칭,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의 상호 등은 점자표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점자표기된 의약품의 품목 수는 82품목으로, 이 중 전문의약품은 36품목, 일반의약품은 42품목, 안전상비의약품은 4품목인 것이다.

의약품의 용기, 포장 및 첨부문서에 제품명, 유효기한, 효능‧효과 등의 내용을 기재하도록 규제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나, 현행법령상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약품 점자표기가 권고사항으로 규정되어 극히 일부의 의약품(0.2%)만이 의약품에 관한 사항을 점자표기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제3자의 조력 없이는 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제한이 따르는 상황이다.

전문위원은 개정안에 대해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고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타당한 입법이라고 생각된다"면서도 "다만,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 등에 점자를 표기하기 위해서는 포장 단계에서부터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바, 제도 도입에 따른 이익과 의약품 공급에 대한 추가적 비용을 비교형량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개정안을 수용하는 경우 용기나 포장의 크기 등 물리적 한계로 인하여 모든 사항을 점자로 표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점자로 표기한다면 기재의무가 있는 사항 중 일부만 기재하도록 하고,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점자‧음성변환용 코드를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 대상 의약품과 관련대해서는 "안전상비의약품 외의 의약품의 범위를 총리령으로 규정하고 있어 그 범위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해당 의약품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점자·음성변환용 코드에 관한 정보제공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는 "현행 약사법령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 용기‧포장의 바코드와 스마트폰 앱을 연결하는 '의약품 정보 음성제공 시스템'을 이미 구축‧운영하고 있으므로, 정보제공시스템 구축‧운영의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현 시스템을 점자‧음성변환용 코드 시스템과 연계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대한약사회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한국소비자연맹은 찬성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현재 의약품 명칭, 효능 등 사항을 점자표기하는 것은 권장사항이나 대부분 점자 표기가 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정보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므로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연합회와 소비자연맹은 "의약품에 시각장애인용 점자 안내 표시, 음성변환코드 삽입 등을 통해 장애인소비자의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 제약업계 단체들은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의약품은 약사 등 전문가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고 전제하면서 "특히 처방용 의약품은 약포지 형태로 조제돼 점자표기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의약품에 기재해야 하는 모든 사항을 점자 등으로 기재하도록 한다면 포장자재 교체 등 의약품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제약업계 및 소비자에게 저항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이들 단체는 "현행과 같이 제품의 명칭 및 상호 등을 의약품 제조업체에서 자율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면서, 전문가가 복약지도 등을 통해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안전상비의약품에 한해 제품명 등 반드시 필요한 정보에 한하여 표기 의무화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부연했다.

식약처는 신중검토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미 총리령을 통해 업체가 자율적으로 점자표기를 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고, 외국 사례를 살펴보아도 점자 등 표시가 의무화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수입의약품 공급 지연 우려와 용기나 포장의 크기 제약으로 인한 표시범위의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것.

따라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 강화라는 개정안의 취지에 따라 의·약사의 진료 또는 복약지도가 불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점자 또는 음성변환용코드 표시 대상을 한정하고, 표시 기준·방법 및 개정안의 시행시기 등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이후에 추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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