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성별비순응자 통합치료 시스템 필요"

순천향대 이은실 교수…트랜스젠더 등 치료위한 통합진료체계 구축 준비중

기사입력 2017-08-25 06:00     최종수정 2017-11-14 10:1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의 영역 중에서도 특수성이 고려되는 성별비순응자에 대한 치료관리 발전을 목표로 하는 의사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성별비순응(Gender-nonconforming)'은 개인의 성별정체성, 성역할, 성별표현이 해당 문화가 성에 따라 정상이라고 정한 규범과 차이가 나는 것으로 문화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트랜스젠더 등이 이에 포함된다.

최근 약업신문이 만난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이은실 교수가 지난 2016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베니오프 소아병원(Benioff Children’s Capital)에서 연수교육을 마치고 온 것도 해당 영역의 지견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2016년 번역된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orld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gender Health, WPATH) 제7판에 따르면, 성별비순응 자체는 정신병리 등 장애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성별위화감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의학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치료의 대상이 되는 성별위화감은 성별정체성과 출생 당시 그 사람에게 지정된 성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편·고통인데, △성별표현 및 성역할 변화 △호르몬 치료를 통한 여성화/남성화 △수술을 통한 1차·2차 성징 바꾸기 등을 환자 유형에 따라 개별적으로 적용한다.

국내 트랜스젠더는 약 25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의료법 상 트랜스젠더를 위한 모든 치료나 수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비용부담이 있으며, 성별위화감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찾아왔을 때 생물학적으로는 반대성으로 등록돼 혈액검사 등 치료에 의료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특히 비용 절감 차원에서 생식기 수술 등은 태국 등 동남아에서 주로 진행하고 돌아오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들은 제대로 사후관리받기가 어려워 고생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상담 및 치료를 받는 성별비순응자들이 많은데, 이를 위해 나름대로 공부를 했더라도 청소년들이 이러한 문제로 찾아왔을 때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실제에 적용하기 어려워 한계를 느꼈다"며 "이를 위한 해결을 위해 미국 연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UCSF 베니오프 소아병원에서는 청소년·아동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만 4세에서부터 24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상담·치료 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상담단계별로 정확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소아내분비학과 의사 3명이 정기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위한 클리닉을 열고 있으며, 심리학자 2명, 전문간호사 1명,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펀드를 받은 병원 코디네이터 1명까지 함께 하며 환자 상태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소아 단계에서는 치료사(Therapist)의 전문적 소견을 중심으로 의료진이 내용을 확인하는 등 상담역할에 무게를 두고 관리하다가 사춘기 발달에 들어가게 되면 의료개입을 하게 된다. 이 과정부터는 의료진이 투약되는 호르몬제의 시작용량을 조절하는 등 의학적 접근이 이뤄지게 되는 것.

이 교수는 또 임상에서 이뤄지는 FtM(트랜스젠더 남성)과  MtF(트랜스젠더 여성)의 가슴 수술(Top Surgery, Breast Surgery)을 직접 확인할 기회도 있어 치료 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특히 호르몬 치료제 사용에서도 미국의 경우 에스토스테론을 경구약이나 패치 형태로 사용하거나, 테스토스테론을 근육주사제가 아닌 피하주사제로 사용해 치료효율을 높인 점을 인상적으로 보았다고 소개했다. 테스토스테론 피하주사제의 경우에는 문건에만 있어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는데, 임상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것을 보고 바로 적용할 수 있겠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이은실 교수는 이 같은 연수교육 경험을 토대로 현재 근무하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내부에서도 통합 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처럼 큰 규모로 '트랜스젠더 클리닉'을 운영할 수는 없더라도 비순응자 치료 영역은 치료연계가 중요한 만큼 동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통해 효과적인 관리를 하도록 한다는 것.

이 교수는 이를 위해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관련 내용을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우선 상담영역에서의 연계를 위해 치료사와 심리학자, 정신과의사 등의 의뢰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며 "이들 전문가의 소견을 통해 사춘기 억제제와 성호르몬제 사용 투입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슴 수술과 관련해서는 심형보 교수(순천향대병원 성형외과, 유방전문)와 논의가 있었고 긍정적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비록 생식기계 수술(Bottom Surgery)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지만, 이 정도 통합치료체계를 갖추는 것으로도 논바이너리(Non-Binary)의 상담·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UCSF 베니오프 소아병원에서 알게된 교수진들과의 e-메일 등 원거리 소통을 통해 자문받을 수 있는 소통채널도 넓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서식 면에서도 연수 경험을 바탕으로 남성·여성 호르몬제, 사춘기억제제 등에 대한 각각의 작용·부작용 설명 및 투약 동의서와 초진환자에 대한 서류 양식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은실 교수는 "이번 연수교육을 통해 환자를 대하는 데 막연함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실제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신 치료법을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등 많은 도움이 됐다. 9월부터는 배운 내용을 최대한 활용해 통합치료체계를 운영하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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