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바이오마커 ‘불충분’ 상태…연구 진척 필요”

세브란스병원 손주혁 교수 “신약 개발과 바이오마커 개발, 함께 이뤄져야”

기사입력 2018-05-18 06:15     최종수정 2018-05-18 07:0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면역항암제들의 잇따른 출시 이후 ‘바이오마커’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바이오마커는 허가·급여 기준, 임상 설계 과정에서 고려 요소로 작용하는 등 다방면으로 그 존재감과 필요성을 드러내왔다.

약의 효과가 환자 모두에게 나타난다면 굳이 바이오마커가 필요 없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표적치료제는 그렇지 않다. 일부 환자에만 효과가 있고 나머지 환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환자를 골라낸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오마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암 바이오마커는 면역학적인 측면에서 꼭 필요한 존재지만, 현재 개발돼있는 마커들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세브란스병원 손주혁 교수▲ 세브란스병원 손주혁 교수
손 교수에 따르면 바이오마커는 과거 세포독성 항암제 시절에도 존재했었지만, 사실 그때는 바이오마커라고 구별할만한 것 없이 항암제를 사용했다. 바이오마커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건 표적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손 교수는 차세대 바이오마커로 관심 받고 있는 종양 변이 부담(TMB) 및 고도의 현미부수체불안정(MSI-H), 신생항원(neoantigen)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TMB는 표적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면역치료제가 나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바이오마커로 쓰이기에는 더 개발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MSI-H가 나타나는 것은 한 마디로 ‘돌연변이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돌연변이가 많다는 것은 면역치료가 잘 들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MSI-H는 폐암, 흑색종 등 몇몇 암에서만 높게 발현될 뿐, 전체 암환자에서는 굉장히 드물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FDA는 고형암에서 암종에 상관없이 MSI-H가 나타날 경우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바 있다. 암종과 상관없다는 부분에서 PD-L1과는 또 다른 얘기다.

면역치료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잡는 과정에서 서로 신호가 전달돼야 한다. 한 마디로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외부인자로 인지해야만 잡을 수 있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신생항원(neoantigen)이 많으면 면역세포가 이 신호를 인지해서 암세포를 잡아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손 교수는 “신생항원이 일부 암에서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맞지만, 신생항원을 선별해 내는 것이 아직 기술적으로 원활하지는 않다. 추후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신생항원의 숫자가 많아진다면 면역학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암 바이오마커는 현재 개발돼있는 ‘PD-L1’로 충분한 상태일까? 손 교수는 “PD-L1 발현에 대해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암에서의 신약은 PD-L1 발현율 1%, 50%에 따라 허가가 나며 이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이는 발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PD-L1은 폐암을 제외한 암종에서는 발현율이 높지 않아 다방면에서 바이오마커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신약의 개발 속도에 맞춰 바이오마커가 같이 개발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개발될 신약의 가격, 높은 부작용 발생률 등을 생각한다면 약과 매치가 되는 바이오마커가 같이 개발돼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게 된다. 비용도 절감하고 독성이 있는 약제를 환자한테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효과가 좋은 환자들을 골라낼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액체 생검, 바이오마커, 동반진단은 각자 개발될 수 없다. 신약과 함께 개발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암 임상 연구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원이 있어야만 바이오마커, 동반진단, 액체 생검이 다 같이 개발될 수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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