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박세리 기업’만 나온다면 10년 이내 가능”

KDDF 묵현상 단장 “미국 현지서 시장 진출 적극 선도하는 기업 필요”

기사입력 2018-06-04 06:27     최종수정 2018-06-04 13:1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글로벌 시장 진출. 많은 국내 제약사들의 ‘꿈’과도 같은 이야기다. 그만큼 쉽지 않다. 2017년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제약사 50위권 중에 한국 제약사는 한 곳도 없다.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의 묵현상 단장<사진>은 “가장 큰 이유는 혁신 신약의 부재”라고 말한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의 묵현상 단장▲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의 묵현상 단장

묵 단장은 “현재 전 세계 시장의 80%를 미국·유럽·일본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곳들에 진출하지 않으면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시장에서 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신약, 과학적으로 훌륭한 신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자금의 부족’을 꼽았다.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하려면 3,000억 가량의 비용이 소모되지만,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로는 이 자금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것.

묵 단장이 꼽은 세 번째 이유는 ‘유통 채널의 부재’다. 혁신 신약이 있어도, 글로벌 임상을 성공해도 현지 유통 채널이 다각화돼있지 않으면 약을 판매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답은 정해져있다. 가장 먼저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묵 단장은 “여기서 제일 쉬운 것은 혁신 신약 개발이다. 이미 하고 있고, 또 잘 하고 있다. 지금 KDDF가 지원하는 136개 프로그램 중에 적어도 15개는 글로벌 시장에 나가도 통할만한 약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묵 단장은 성공적인 현지 유통 채널을 설립한 사례로 일본 다케다제약(이하 다케다)의 ‘TAP’이라는 조인트 벤처 설립 과정을 소개하며 ‘박세리 기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80년대 제네릭 약가를 반 이상 내리는 일본 정부의 정책에 따라 다케다는 루프론(Lupron)이라는 신약을 개발한다. 이후 다케다는 루프론에 관심을 보인 애보트의 제안에 따라 미국에 TAP(Takeda-abbott pharmaceutical)이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다. 이후 TAP이 루프론을 판매하며 다케다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큰 수익을 올린다.

묵 단장은 “이런 사례를 ‘박세리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박세리 선수가 1998년도에 혼자 미국으로 가서 LPGA 우승을 한다. 당시 해외 리그에는 박세리 선수 말고는 한국 선수가 아무도 없었지만, 지금은 미국 LPGA 상금랭킹 상위 20등 중 13명이 한국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박세리 기업 하나가 미국에 가서 미국 시장에 말뚝 박아야 한다. 전세계 제약사 탑 30에 한국 기업이 7~8곳 포함되는 날이 박세리 기업이 나온 날로부터 10년 이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기업 한 곳이 혼자서가 안 되면, 5개 상위 기업이 모여서라도 한국 제약사의 판매를 위한 법인(korea pharmaceutical sales company)을 현지에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 자금이 부족한 상황은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묵 단장은 정부와 제약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메가 펀드(Mega fund)’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 단장은 “정부와 5~7개 상위 제약사들이 힘을 합쳐 메가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임상에 실패해도 이 리스크를 같이 져줄만한 PPP(Private public partnership)가 만들어져야 한다. 추후에 글로벌 시장에 통할만 한 신약이 나타나게 되면 이 펀드에서 미국 임상 자금을 지원해주고 나중에 수익이 나게 되면 그 돈을 회수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묵 단장은 KDDF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약 개발 지원 프로그램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암 환자의 년간 치료비용을 12,500불 이하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DDF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신약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표적치료제는 세계적으로 경쟁 제품이 1개 이내인 부문과, 위암 분야의 신약을 지원한다. 여기서 임상 2상을 통과하는 약들에 한해 판매 가격을 1/1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인 1/10 프로젝트(one-tenth project)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묵 단장은 “first-in-class는 새로운 기전을 뜻하는 신약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first-in-class가 될 수 있다. 1/10 프로젝트를 기필코 성공해 저렴한 가격대에 세계를 뒤덮을 수 있는 first-in-class 신약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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