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서 PD-L1, 바이오마커로 가치 불충분”

이재련 교수 “면역 항암제에 반응 예상되는 환자들 구분 중요”

기사입력 2018-09-28 06:00     최종수정 2018-10-01 10:3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1980년대 들어 방광암 치료는 M-VAC(methotrexate-vinblastine-doxorubicin과 cisplatin의 복합 요법)과 함께 GP(gemcitabine/cisplatin)요법이 사용됐다. GP요법은 M-VAC과 치료 효과는 유사하나 보다 우월한 안전성을 입증하며 방광암의 표준 항암치료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1차 치료에 실패한 후 고려할 만한 2차 치료에 쓰이는 표준 항암제가 없었다는 것. 3상 연구가 이루어진 약물이 있었으나 사실상 실패한 임상으로, 유럽에서만 제한적으로 허가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방광암의 2차 치료제 등장에 대해 학계에서는 많은 기대 속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사진>는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

그는 “탁산 위주 항암 화학요법 2상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비록 사용 근거가 미약했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어 2015년 정도까지 이를 사용했다. 이후 획기적인 치료 접근 방식인 면역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2차 치료의 표준 치료법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교수가 생각하는 방광암에서의 면역 항암제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 교수는 “어느 종양에서나 면역 항암제의 가치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흑색종(melanoma)이나 신장암(renal cell carcinoma, RCC), 또 제가 주로 진료를 보는 요로상피세포암(urothelial cell carcinoma, UCC)에서의 효과는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약 20%~25%의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반응이 없는 환자도 약 50%”라며 “즉, 일부 환자에게서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는 반면, 일부 환자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반응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대단한 치료 옵션이라는 점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방광암(요로상피세포암) 급여 제도를 보면 치료 반응이 있을 만한 환자를 정확히 구분해 내기에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 국내에선 방광암 2차 치료 시 PD-L1이라는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급여 인정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SP142를 이용한 PD-L1 면역조직화학염색은 방광암에 있어 면역 항암제의 효과, 특히 항암 화학요법 대비 상대적으로 치료 반응을 볼 수 있는 환자를 선택하는데 제한이 많아, 어떠한 전문가나 NCCN 가이드라인 등과 같은 학회 치료 권고안에서도 PD-L1을 2차 약제를 선택하는 기준(근거)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환자 선별에 있어 PD-L1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연구의 하위 분석(Sub analysis)을 통해 면역 항암제에 치료 반응이 있을 만한 환자와 아닌 환자를 구분해 내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간 전이나 뼈 전이가 있는 환자들의 경우 면역 항암제에 치료 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제외하고는 환자를 구분 지을 만한 기준이 특별히 없다”며 “방광암의 경우 신뢰할만한 바이오마커가 없는 현 상황에서 환자를 선별하는 기준은 임상의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PD-L1은 현재 방광암 2차 치료의 급여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면역 항암제에 있어 PD-L1 바이오마커는 약제의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선별해 치료 성과를 높이고, 한정된 재정 안에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암종마다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방광암에서 있어 PD-L1은 매우 부정확한 예후 인자이면서 예측 인자”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아테졸리주맙(상품명: 티쎈트릭)의 급여 조건을 예시로 들었다.

아테졸리주맙은 가장 먼저 방광암 면역 항암치료에 대한 데이터를 소개했다. 당시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3상인 IMvigor 211 연구에 따르면 화학요법 대비 유의미한 생존율 향상을 보여주지 못함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료 이득을 보지 못한 환자 그룹에 급여를 인정해 주는 꼴이 됐다는 것.

아테졸리주맙의 2상 연구인 IMvigor 210 Cohort 2 연구에서 전체 환자는 15%, IC 2/3로 발현율이 5% 이상인 경우엔 27%의 반응을 보였다. 전체 전체 생존 기간은 IC2/3의 경우 11.4개월로 길었지만, IC1 또는 IC0의 경우 각각 6.7개월, 6.5개월로 일반적인 항암 화학요법에서 달성할 수 있는 전체 생존 기간과 유사했다.

현재 국내에서 아테졸리주맙은 이 2상 연구를 토대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급여 범위는 PD-L1 5% 이상(IC 2/3) 양성 환자로만 제한돼 있다.

그러나 아테졸리주맙 3상 임상인 IMvigor 211 연구에서 IC2/3 환자군 중 아테졸리주맙은 화학요법 대비 유의미한 생존율 향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연구의 디자인을 따져 보면 하위 분석을 진행하면 안됐었지만, 하위 분석에서 IC 0/1을 포함한 결과 생존율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 교수는 “아테졸리주맙의 3상 논문 결과를 근거로 현재 급여 조건을 재해석하면 유관기관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생존율 향상이 없는 즉,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료 이득을 보지 못한 환자 그룹에 한해 급여를 인정해 주고 있는 꼴이다. 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급여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상을 근거하더라도 PD-L1 발현 유무에 따라 일부 환자에게 급여를 제한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는 “아테졸리주맙의 3상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 펨브롤리주맙(상품명: 키트루다)이 3상 임상인 Keynote-045 연구를 진행했었는데,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환자 및 PD-L1 양성 환자(CPS 10 이상) 모두에서 20% 정도의 반응을 일관성 있게 나타나 전체 환자와 PD-L1 양성 그룹에서의 전체 반응률에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방광암에 있어 PD-L1은 예측인자는 물론 예후인자로서도 의미가 없다. 임상적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PD-L1 발현 유무에 따라 바이오마커 음성인 환자들도 면역 항암제의 효과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혜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방광암 치료에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바이오마커가 있을까.

이 교수는 “여러 기업에서 바이오마커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예후 인자로서의 가치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환자를 임의로 구분하는 현 급여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바이오마커 연구도 어렵다. 방광암의 경우 PD-L1 양성 환자만 보험을 적용해주고, 비뇨기암의 경우 NGS는 급여를 해주지 않는다. 이처럼 환자를 임의로 선별하기 때문에 환자 데이터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방광암의 경우 고령 환자가 많은데 고액의 치료비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고,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며 “제가 환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환자가 급여 인정 범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최대한 많은 환자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블랙모어스 - 피쉬 오일
보령제약 - 용각산쿨/용각산
한풍제약- 굿모닝에스과립
아이오틴 - 메디알람(Medi Alarm)
Solution Med Story

한국제약산업 100년의 주역

<57>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 제53회 / 2017년도>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은 고(故) 윤광열 동화약품 명...

<56> 김동연 (한국신약개발조합이사장 / 제52회 / 2016년)

  김동연 한국신약개발 이사장은 1950년 출생, ...

<55> 이성우 (삼진제약사장 / 제51회 / 2014년)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54> 이정치(일동제약회장 / 제50회 /2013년)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은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

<53> 정도언(일양약품회장 / 제49회 / 2012년)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은 세계일류 신약개발을 목표로...

더보기

Medi & Drug Review

"나잘스프레이,해수와 유사한 3% 고농도로 안전성 강화"

[Medi & Drug Review] 한독 ‘페스(FESS)’

'심방세동' 약물치료, 출혈 위험 낮춘 NOAC 선호

[Medi & Drug Review]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엄재...

“전이성 유방암 치료, 생존율과 삶의 질 중요해”

[Medi & Drug Review] 한국에자이 '할라벤 주'

"조현병, 꾸준한 약물복용으로 관리 가능하다"

[Medi & Drug Review]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바르는 무좀치료제, ‘효능’ 강화한 전문약으로”

[Medi & Drug Review] 동아ST ‘주블리아’

더보기

실시간 댓글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사람들 interview

"다양한 경험 토대로 '심야상담약국' 자리잡을 것"

약준모 11호 공공심야약국으로 광주 소재 '소담약국' 지정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2018년판 약사연감 (藥事年鑑)

2018년판 약사연감 (藥事年鑑)

약업계 유일한 정책자료집… 인물정보 총망라국내 약업...

팜플러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