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의약분업, 현장 의사·약사에게 물어봤더니...

의사 '역할보다는 환경변화 중요' - 약사 '투약 책임·역할 늘어'

기사입력 2020-07-17 14:29     최종수정 2020-07-18 22:4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16일 열린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는 의사·약사가 의약분업 이후 전문직 역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현장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연구에 대해 '정책 입안자 중심의 설문'이라며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진짜 현장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질타했다.

물론, 정리된 결과가 상당 부분 토론회에서 발표된 의약분업 평가에 대한 발제와 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심층면접 표본은 분명 검증된 의사와 약사인 것도 사실이며, 디테일을 살펴보면서 의약분업에 대해 현장이라 느낄 수 있는 '결'을 확인했다.

이런 양측 상황을 감안하면서 '현장에 있는 의사·약사들의 이런 목소리도 있다'는 정도 봐주길 권장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현옥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3개월간(2020년 3~5월) 전형적 표집 · 눈덩이 표집을 활용해 선정한 의사 7명, 약사 10명을 대상으로 2시간 가량 진행한 심층면접(인터뷰) 내용으로, 약업닷컴은 이번 결과를 원문을 살린 질의응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의약분업 20년이 지난 현재, 변화를 체감하는 부분이 있나요?

의사 "의약품 조제관리와 비용부담이 줄었습니다"

의사B:
약품 주문하고, 사용량·유효기간을 체크하는 약 업무가 상당히 줄었어요.
PC가 없을 때여서 수기로 환자에게 무슨 약을 썼는지 품목별로 작성해서 공단에 청구했는데, 약 내용을 청구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의원에서는 조제를 담당한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인력이 줄어서 인건비가 감소했어요.
의사A: 의약분업 이전에 약 짓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특히 내과는 한달치 씩 짓고, 소아과는 약을 소분해야하는데, 그런 일들이 약국으로 다 넘어갔고, 의원내 조제실이 없어지면서 3평 정도 공간 여유가 생겼어요.
의사D: 분업 이후 다국적 제약회사가 들어오고 새로운 신약이 다수 출시됐는데, 의사들이 신약을 수용해 관리하기가 힘들었을 거에요.

약사 "업무가 변하고 층약국이 생겼는데,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약사E:
취급하는 약 종류가 많아지니 관리도 어려워지지, 약에 대해서 알아야지, 병원과 의사와 통화해야지, 업무가 늘어났어요.
그리고 병원 가까이 없는 약국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폐업했습니다. 분업 시점에는 층약국이 생길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2~3년 만에 일부 약사와 브로커들이 층약국을 만들었어요.
약사B: 분업 전에는 내가 가진 약으로 능동적으로 약을 컨트롤해서 조제했는데, 지금은 처방전으로 조제해 다소 수동적이 됐습니다. 거기다가 실수하면 안된다는 스트레스도 상당했죠. 한 마디로 시스템 속의 쳇바퀴가 된 거죠.
약사H: 가장 어려웠던건, 환자가 처방목록 공유가 안 돼서 전문약을 찾아 헤맨 거에요. '가까운 약국이 아니면 약이 없구나' 이때 환자가 동네약국에서 처방이 안되니까 의원 주변으로 가는 경향이 일반화 된거죠.
 
의약분업 이후 긍정적으로 변한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의사 "처방과 진료질이 향상되고 투약감소가 된 점입니다"

의사G:
근거 없는 투약이 많이 없어졌죠. 의약분업 전에 약국에서 감기 항생제 처방을 조사했는데, 96년인가 97년인가에 비하면 항생제 처방률이 엄청 줄었습니다.
의사E: 분업 이전에는 어터리 처방을 해도 나만 알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분업 이후에는 약사가 보고, 처방전으로 다른 병원을 방문할 수 있으니까 정확한 처방을 하려고 신경쓰게 됐습니다.

약사 "의약품 전문가로서 역할이 재정립됐다는 점이죠"

약사B:
의사의 약사노릇보다 약사의 의사노릇이 더 위험하다는 점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아가는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해요.
약사F: 조제, 상담, 복약지도 등 업무 중에서 가장 집중해야하는 건 조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약사I: 종합병원 앞 약사들은 환자 호칭이 많이 달라졌어요. 분업 전에 아줌마나 아저씨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당시에 사랑방 역할도 했고 친근하니까. 그래도 분업 이후에는 선생님, 원장님, 가운 입고 뭐 좀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원장님이라고 부르고, 아니면 약사님이라고 불러요.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죠.
 
의사·약사로서 역할이 변화한 점이 있나요?

의사 "역할 변화보다는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었다고 봐야죠"

의사A:
개원가에서 약 조제가 빠지니까 환자에게 약 조제 대신 다른 서비스 제공이 필요했어요. 긍정적으로는 진료시간이 증가해서 서비스가 향상됐고, 부정적으로는 수액, 도수치료, 물리치료같은 비급여가 많이 늘어났죠.
의사C: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환자가 원하는 부분을 만족시키는 것도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의사E: 역할 변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처방은 의사의 역할이고, 분업 이후의 차이는 약을 여기서 하느냐 밖에서 하느냐 차이죠.

약사 "투약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늘어났죠"

약사I:
약사는 처방전을 보는 순간부터 처방전에 대한 책임이 생기는 거에요. 처방 오류도 잡아내고, 투약을 잘못했다면 약사 잘못이죠.
약사G: 처방감시를 하는 약사 역할이 있는데, 책임소재는 없어요. 약사가 좀더 전문적 역할을 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조제료 삭감-이라든지, 그런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약사B: 연세드신 분들은 약을 어떻게 먹는지 꼼꼼이 챙기고, 젊은 사람들은 왜 이 약을 먹는지 이유를 궁금해 하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통해 환자에게 맞춘 복약상담 기술이 전보다 늘어났어요.
약사D: 혈압, 혈당을 항상 물어 '약국 환자 데이터'를 기록해요. 그렇게 하니까 환자들도 자기 기록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환자 중심의 개별적 관리가 중요해졌어요.
 
의약분업 이후 부정적으로 변한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의사 "약 사용이 제한되고, 수가보상이 미흡합니다"

의사E:
문전약국이 가진 약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환자들이 처방전을 갖고 헤매고 컴플레인해서 병원 근처 약국이 가진 약을 고려해서 처방하게 돼요. 분업 이후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처방하는게 쉽지 않네요.
의사C: 리베이트가 많이 줄었는데, 보상을 안 해주니 문제죠.
의사F: 약을 많이 사용하는 내과의 경제적 손실이 가장 컸어요. 환자 수나 검사 등 물량으로 버티고 있죠. 내과는 비급여도 별로 없고..

약사 "전문성 강화 노력이 부족해진 측면도 있어요"

약사E: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지식을 늘릴 필요가 있는데, 사실 약국 자리가 좋을수록 전문성을 강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죠.
약사C: 약국 입장에서 경영적 측면에서 다양한 의료기관 처방전을 받는 것보다 바로 위층 의료기관의 처방전만 받는 것이 훨씬 편하죠. 실수도 적고, 구비해야 하는 약의 종류도 줄어들고..
 
약사(의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사 "건보 부담이 늘었습니다 or 복약서비스 책임을 더 키워야죠"

의사C:
간호조무사가 해오던 조제업무를 약사가 하면서 비용이 늘어났어요. 약국에 예전에는 없었던 건강보험재정이 많이 들어가는데, 투입 대비 실익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의사F: 복약지도를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약사들이 복약지도료를 받으면서 복약지도 설명을 잘 안해줘서 의사들이 하는 경우가 있어요. 약화사고가 발생하면 약사의 책임 부분도 규정했으면 좋겠고요. 수가는 약사가 가져가는데 행정적 책임은 의사에게 있고... 약사도 책임을 져야죠. 

약사 "중립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사G:
(층약국이지만) 여기 병원 의사와의 관계는 친밀하지 않아요. 대체조제에는 대부분 호의적이지만,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해요. 어쨌든 의사-약사는 불편한 관계죠.
약사A: 의사의 부적절한 약 처방에 대해 의견을 줄 수있지만, 처방 책임은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조언하는 정도죠.
약사D: 병원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국은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죠. 상품 중에서 효과가 있고, 안전한 약을 환자 상황에 맞게 경제력·질환·히스토리에 맞게 적정하게 줘야합니다. 환자 상태를 캐치해서 안정성·효과가 검증된 제품을 선택해야 해요. 저희는 환자와의 라포가 아주 좋습니다.
 
환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의사 "환자 인식 수준이나 서비스 기대수준이 올라갔습니다"

의사G:
의약분업 후 투명해지고, 약을 알게 되면서 현명한 소비자가 부각됐어요. 약국에서도 약사들이 설명을 해주니까 추가로 doctor shopping해야 하니까요. 예전에는 알음알음 알았다면, 요새는 자연스럽게 현명한 소비자가 됐죠.
의사E: 의약분업 이전에는 병원에서 약까지 다 조제해줘서 환자는 꼭 그병원을 가야했죠. 특별한 약을 주는 느낌이랄까요.. 분업 이후에는 처방전이 공개되면서 어느 병원을 가서 약을 받아도 같은 결과가 나오니까 가야 하는 필요성이 줄었어요.
의사C: 환자 기대 수준이 상승해서 진료 환경을 청결하고 깔끔하게 꾸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약사 "분업 이전보다 공식적 관계로 바뀌었죠"

약사B:
이전에는 약사가 대할 수 있는 병이 한정적인 가운데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현재는 그런 개입에 한계가 있습니다. 환자 여러 병의 알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죠.
약사E: 분업 전에는 돈 없는 환자들이 약국을 찾아왔는데, 이분들은 분업 이후 비슷한 비용으로 더 좋은 약을 처방받게 됐고, 검사도 중간에 받아서 불만이 없었어요. 그런데 약국을 방문한 고학력 환자들은 초기에 대체조제에 대한 불신이 훨씬 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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