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藥師)와 의약품(藥事) 분리는 시대적 요청

약업신문 기자 | news@yakup.co.kr    

기사입력 2017-12-27 09:34     최종수정 2017-12-27 14:4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우리나라 약사법(藥事法)은 지난 1954년 제정 이래 여러 차례 개정을 거듭해 왔다. 약사법은 시대적·사회적·산업적·제도적 상황변화에 따라 손질을 했고 그때그때 필요한 사안에 대해 고치다보니 어느 순간 법이 누더기가 되었다는 핀잔까지 듣기도 한다. 물론 한국전쟁 직후 의식주(衣食住)와 관련된 사안이 가장 중요하고 절실했으며 약사법 역시 당시 시대상황에 맞춰 의약품의 원활한 생산과 유통 보급을 위한 제반사항에 치중되었고, 미국과 일본의 법규를 따라 급조됐다는 오명도 뒤따랐다. 이후 60년 이상 세월이 흐린 지금 산업발전의 속도에 따라 약사인력 관리업무와 제약 등 의약품 관리·규제 업무 분야가 늘어나는 등 관장분야는 확대되었지만 관리체계는 현장의 변화와 발전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간단없이 이어져 왔다.

한국의약품법규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약사법규의 평가과학으로서의 쓰임새에 대해 주목하고 기초과학이 왜(why)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응용과학은 어떻게 (how)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전제했다. 더 나아가 지금 시대는 어떤(which)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평가과학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한나라의 규제 수준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히 자연과학적 사실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수준, 민도, 소비자의 의식 수준, 생활습관, 전통, 기타 정치학적 상황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않으면 안 되는 문제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자연과학적 입장에만 근거하여 순도 100% 짜리 의약품, 그리고 전혀 부작용이 없는 의약품만 세상에 유통될 수 있도록 규제수준을 높인다면, 그런 과학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과학 본래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과학적 인자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요소까지를 고려하고 평가하여 어떤 규제수준을 결정짓는 학문이 법규학인만큼 법규학이야말로 평가과학의 대표선수라 할 만 하다고 했다. 일본은 이미 Regulatory Science를 우리와 달리 법규과학이 아닌 평가과학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세계를 보면서 법규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이미 오래전에 말한바 있다.

최근 급속히 변화된 제약산업 환경을 비추어 볼 때 각종 의약품 개발지원과 허가특례 법률과 특례규정 등 의약품과 관련된 수많은 규제·촉진 규정이 더해지면서 약사(藥師)와 藥事(의약품)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약사법 제정당시에는 없었던 국민건강보험법과 제약산업육성법 등이 제정되고 국민건강보험과 의약분업이 정착된 현재의 사회적 환경을 감안할 때 법체계를 분리해 효율성과 체계성을 높이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년간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 수행한 '의약품 규제체계 정비를 위한 의약품법 제정 연구'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선진국형 약사법 체계를 지향하는 시대흐름에 맞춘 새로운 인적·물적 관리방안으로 독립된 의약품법 제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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