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전권(禁亂廛權)

기사입력 2009-03-11 09:43     최종수정 2009-03-13 14:5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 이찬욱 강남구약 총무위원장
조선후기 육의전과 시전 상인으로 대표되던 봉건적 특권상인들은,난전의 등장으로 봉건적 상업질서가 무너지고 경쟁이 심해지자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정부도 봉건적 상업질서를 보호하고 관청의 수요와 사행(使行)에 필요한 세공(歲貢)을 확보할 목적으로 이들 상인에게 국역 부담을 조건으로 난전을 규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렇게해서 만들어진 것이 육의전과 시전 상인이 서울 도성 안과 도성 밖 10리 지역에서 난전을 금지하고, 특정상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리인 금난전권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사상도고(私商都賈)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고 발전하는 상품화폐 경제를 억제해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1791년(정조 15년) 2월 신해통공(辛亥通共)으로 육의전을 제외한 일반 시전상인이 가진 금난전권은 폐지됐다.

금난전권은 세금을 내는 조건으로 특정상품을 독점판매할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이는 국가에서 세금을 내는 상인들을 세금을 내지 않는 상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독점권이었지 백성을 위한 법은 아니었다.

최근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단체가 있다. 약국의 일반의약품 독점판매는 약사들이 잇속을 챙기는 행위이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일반의약품은 약국 외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사법의 의약품 약국 독점판매조항을 현대판 금난전권으로 보는 시각이다.

약사법에서 규정한 일반의약품의 약국 독점판매 조항이 과연 타 업종으로부터 약사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약사법에서 규정한 약사의 의약품 판매 독점적 배타적 권리는 의약품 유해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지, 타 업종으로부터 약사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닌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의약품이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전문가의 관리하에 판매되어야 한다. 복약지도는 물론이고 보관방법, 사후 처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의약품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진 약사만이 취급하게 되어 있는 약사법 조항은 의약품의 유해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인 것이다.

PPA 사건처럼 의약품의 유해성이 새롭게 입증되어 판매금지 되었을 때, PPA제제가 약국 외 유통이 되었더라면 그렇게 빠른 시간내에 전량 회수될 수 있었을까? 또한 최근에 논란이 된 IPA처럼 새로운 주의사항이 추가되면, 새로운 약물정보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이 될 수 있는 업소가 약국 외에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의약품의 약국 독점판매는 상인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금난전권이 아니다. 약사를 보호하는 규정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한 규정임을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일 정조가 이 시대에 살아 있다면, 금난전권은 폐지해도 의약품의 약국 독점판매는 절대 폐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정조가 진정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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