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력 기부문화 더욱 절실

기사입력 2009-03-18 09:01     최종수정 2009-03-18 09:0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최혁재

세계적 구호단체 월드 비젼의 긴급구호팀장 한비야는 그의 대표적 저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려준다. 바닷가에서 파도에 밀려온 불가사리를 열심히 주워서 다시 바닷속으로 던져넣는 일을 쉬지 않고 하는 노인에게 구경하던 사람이 물어본다. 그렇게 해서 불가사리를 몇 마리나 구할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답한다. 몇 마리 못 구할찌라도 목숨을 구한 불가사리에게는 단 하나의 생명입니다.

한비야는 이 비유를 통해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것이 원조와 구호의 외견인 것 같지만, 그 일들을 통해서 생명을 구한 사람들에게는 단 하나뿐인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니 가치 있는 일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물론 언제까지 자력으로 생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한계가 다분하기는 하다.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될 수 없을 테고,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 끝없는 퍼주기만으로는 암담함마저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구호의 트렌드는 자립의 방법과 터전을 만들어 주는 일을 병행해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기반시설인 수도와 전기를 가설해주고, 식량의 자급자족을 돕고 주택의 건설을 지원하는 등의 일이 수반되고 있다. 얼마 전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활동하는 ‘컨페션’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오지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이라면 팔 걷어 붙이고 나서기로 이름난 두 부부가 아이를 안고 와서 모금을 호소하고, 주영훈, 이은미, 예지원을 비롯한 동역자들이 공연을 펼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였다.

이른 아침인 7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모 교회에서 무려 4번에 걸쳐 하루 종일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봉사현장에 참여해본 사람들은 말한다. ‘봉사도 중독이다’라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결코 자기의 소중한 것을 아깝게 떼어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같이 나눠 써야 하는 것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세계의 문명의 텃밭이 되어왔던 4대문명을 이룬 큰 강들은 단순히 물의 공급이 잘되어서 그렇게 커진 것이 아니다. 그보다 흘러나가는 하류가 시원스럽게 뻗은 덕이라고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가진 재산을 끌어안고만 있을 때에는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도 그 재산이 잘 흘러나갈 수 있는 통로가 되고자 할 때에는 더 많고 건전한 부(富)가 흘러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의사, 약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에게는 늘 이기적인 전문인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어딘가 붙어있다.

조금의 관심과 노력으로 이웃사랑을 보일 때만이,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해서 대업을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바람직한 위상으로 설 것이고, 이렇게 될 때, 비로소 그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국가와 국민들이 진정한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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