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준의 약사 양성은 꿈인가?

기사입력 2010-05-04 10:3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 정규혁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지난해 약대정원 문제가 이슈가 된 이후 정원 증원안 발표, 약대 내 4년제 학과설치, 재교육형 계약학과 허용, 15개 약대신설, 정원외 모집 등 불과 1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이 모든 현안이 약대 정원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라 그동안 약사회의 끊임없는 반대에 부딪혀 온 것도 사실이다.

약사가 수행하는 직무를 분석해 표준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이중 실무실습을 시범실시하는 등 약학교육 연구에 오랜 기간 매달려온 필자로서는 정원 관련 현안에만 얽매여 있는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초기 단계에 배출되는 6년제 약사는 향후 새로운 약사상의 향배를 결정하게 될 것이므로 지금은 도입기의 부실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체계가 미비한 상태로 6년제를 시작해 기존 4년제 약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약사가 배출된다면 학제개편의 무용론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약대신설과 정원 증원의 소용돌이를 겪는 사이 학제개편 이후 예견된 문제는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약대 지원자가 전문 학원가를 전전하며 천정부지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1, 2학년이 없는 약대에서는 학생회 활동은 물론 강의와 대학 행사 등이 위축되고 있다. 약대 인접학과는 약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으로 전공분야 인재 육성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게다가 산업약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의 계약학과를 재교육형으로 한 것과 정원외 모집을 4년제에 준하여 시행하기로 한 것은 자격 미달의 신입생이 약대에 진입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현안들은 방기한 채 이번에는 약대평가인증제가 논의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새로운 학제에서 약대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평가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약사국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약대를 인정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달리 4년제 약대와 가장 큰 차이가 될 실무실습 교육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대평가인증제를 거론하다보니 이미 항간에는 이 역시 정원 조정을 염두에 둔 방편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은 약대 신설과정과 같이 정치적 결정이 개입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약대 지원자는 학원에서 제공하는 입시정보에 의존하고, 대학에서는 4년제 교과목의 틀 속에서 교과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에서 약대정원과 관련한 졸속적 정책만을 추진하는 것으로 볼 때 6년제 약대에 대한 인식이 4년제에서 단순히 2년을 연장하고 실무교육을 추가하는 정도로 보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이제 발걸음을 시작한 6년제 약대가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약사사회가 현안을 직시하고 서로 협력해 차근차근 해결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세계수준의 약사를 양성한다는 6년제 약대 도입 본연의 관점에 충실해 지금이라도 각계가 서로 소통하는 정책을 추진해 가는 것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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