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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일꾼의 정의(正義)와 농장 주인의 정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7-09-06 09:38     최종수정 2017-09-07 13:5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어느 농장 주인이 일당(日當) 10만원에 일꾼들을 모집하였다. 다음날 새벽 5시에 일꾼 몇 명이 나타나자 주인은 계약 조건을 이야기 하고 일을 시켰다. 그런데 그 뒤 오전 9시, 12시, 오후 3시, 심지어 오후 5시에도 일꾼 몇 명이 일을 하게 해 달라며 나타났다.

주인은 이들도 받아들여 일을 시켰다. 오후 7시, 날이 저물자 주인은 일꾼들에게 품삯을 지불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먼저 왔거나 나중에 왔거나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일꾼들에게 똑같이 10만원씩을 지불하였다.

그러자 새벽 5시부터 일한 일꾼들부터 “우리는 새벽부터 뼈빠지게 일을 해서 10만원을 받는데, 나중에 온 저 사람들은 몇 시간 일하지 않고도 10만원을 받다니 불공평 하지 않은가?”하며 주인에게 항의하는 것이었다. 성경(마태 20, 1-8)에 나오는 예화(例話)이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일찍 온 일꾼들이 그런 불평을 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 처하면 그런 불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주인의 반응은 우리의 생각과 영 달랐다.

주인은 “내가 새벽부터 온 당신들에게 주기로 한 일당은 10만원이었고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도 후하게 일당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처분에 달린 일이 아닌가? 일찍 온 당신들은 새벽부터 일자리를 얻어 일당 걱정 없이 하루를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었지만, 늦게 온 일꾼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오후 늦게까지 걱정을 하다가 겨우 일자리를 얻어 일당을 벌게 된 것 아닌가? 내가 그 사람들에게 후하게 일당을 주었다고 당신들이 불평을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대꾸하였다.

세상에 이렇게 착한 주인이 있을 수 있을까? 동서고금을 통해 실제로 이러한 주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성경은 사람들에게 이 농장 주인처럼 세상의 정의보다 훨씬 높은 가치의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 농장 주인과 같은 정의를 갖고 살게 된다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 나라”란 찬송가(438장) 가사처럼 ‘죽어서 가는 저 세상이 아닌 바로 이 세상이 천국’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란 말을 듣는다. 아침 일찍 온 일꾼의 마음이나, 지난 주 약창춘추 230호에서 소개한 ‘돌아 온 탕자(蕩子)’를 환영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형의 마음이나 다 ‘배 아픈 걸 못 참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오래 전에 은사 한 분이 내게 “당신이 잘 되면 누가 진심으로 좋아할 것 같소? 아마 부인, 부모, 자식 정도 밖에 없을 것이요. 형제? 아닐 겁니다. 친구는 더욱 아닙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가슴 한 켠이 서늘해졌지만 이내 공감이 가는 말씀이었다. 좀 확장해 보자면 이런 류의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본성인 것 같기도 하다.

오래 전 한 해외 주재 고급 공무원이 교민들에게 성경 공부를 인도하고 있었다. 워낙 잘 가르쳐서 큰 인기를 끌 즈음, 어떤 교민이 정부에 투서를 하였다. ‘공무원이 특정 종교에 대해 강의를 해도 되겠냐?’고.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 공무원은 난감(難堪)하였다.

그래서 온누리 교회의 하용조 목사를 찾아 ‘어찌 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였다. 하 목사는 의외로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였다고 한다. “그럼 일단 그만 두시죠”. 그 공무원은 그 조언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그가 예상했던 목사님의 조언은 “믿음의 길에는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니 굽히지 말고 그 길을 계속 가세요” 이었던 것이다. 갈등을 피하라는 목사님의 조언을 따른 그 공무원은 마침내 훌륭한 목사가 되었다.

사실 인생을 조금만 긴 눈으로 보면 작은 정의에 근거한 시기, 질투 또는 갈등보다는 농장 주인과 같은 (또는 하 목사와 같은) 넉넉한 마음 씀씀이, 즉 큰 정의(大義)가 오히려 더 귀한 열매를 맺는 경우가 많음을 깨닫게 된다.

오 주여! 제 안목, 제 마음을 주장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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