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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틀렸거나 비겁한 표현들

약업신문

기사입력 2017-10-11 09:16     최종수정 2017-10-11 09:5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매스컴에 사용된 말이나 글이 바르지 못한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가끔 속내를 교묘하게 감추고 있는 말이나 글도 눈에 띈다.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1.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의 회자(膾炙)라는 말은 ‘인구(人口)에 회자된다’, ‘사람 입에 회자된다’와 같이 사용해야 옳은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냥 ‘회자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기에 사전을 찾아 보니 이것도 틀린 표현은 아니라고 적혀 있다. 그래도 나에게는 그냥 ‘회자된다’는 좀 거북하다.

 

 2. 누군가 훈장을 받았을 때 ‘아무개가 훈장을 수여하였다’고 표현한 기사를 보았다. 수여(授與)는 남에게 주는 것이므로 그냥 ‘받았다’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3. ‘무슨 영화가 무슨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개봉(開封)이란 새 영화를 처음 상영한다는 의미의 타동사(他動詞)이니, ‘개봉된다’ 처럼 수동태(受動態)를 사용하여 표현해야 할 것이다.

 4. ‘염두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염두(念頭)란 ‘마음속’이란 의미이므로 ‘염두에 두다’가 맞는 표현이다. ‘염두한다’는 틀린 표현 같다.

 5. 어떤 현직(現職)에 있는 사람을 주례자로 모셔 놓고, 무슨 직을 ‘역임한 아무개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는 사회자가 있다. 역임(歷任)은 과거에 어떤 직위를 지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현직에 잘 있는 사람에게 ‘역임했다’는 표현을 써선 안 된다. 소개받는 사람이 현 직장에서 방금 쫓겨났나 화들짝 놀랄지도 모른다.

 6. 젊은이 중에 ‘어이가 없다’를 ‘어의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단다. ‘어이’를 어의(語義)의 잘못으로 생각했나? 아무튼 어이없는 일이다. ‘어이없다’는 ‘어처구니없다’와 같은 말로,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는 뜻이다.

 7. 대화 중에 ‘부분’이란 단어를 남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예컨대 “대화 중에 부분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부분’은 고쳐야 할 ‘부분’이다”라는 식이다. 여기에서 뒤의 두 ‘부분’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 표현이다.

 8. 물건을 산 후 계산대로 가면 점원이 “계산 도와드릴까요?“ 묻는다. 나는 속으로 ‘도와주긴 뭘 도와줘, 나도 계산할 수 있는데’ 하는 마음이 든다. 예의 바르게 말하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표현은 좀 마음에 안 든다.

 9. 음식점에서 ‘냉면 나오셨습니다’ 하는 소리도 듣는데 이것도 이상하다. 냉면이 무슨 상전이나 되나? 이건 그냥 ‘냉면 나왔습니다’ 하면 족할 일이다.

 10. 방송에서 인터뷰할 때, ‘바람도 시원하고 경치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식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은데, 좋으면 좋은 거지 ‘좋은 것 같아요’는 또 뭔가? 자기가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면 나중에 누군가가 ‘나는 안 좋던대~’라고 시비(?)를 걸어 오면, ‘그래서 나도 좋다고는 안 했어요, 좋은 것 같다고만 했지’라고 변명할 여지를 남겨 놓으려 한 걸까? 그렇다면 좋아하는 주체인 ‘내가’가 빠진 ‘좋아 보여요’는 좀 비겁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11. ‘보여진다’는 그냥 ‘보인다’고 하면 될 표현이다. 구태여 수동태로 쓸 필요가 없는 말이다.

 12. ‘생각된다’, ‘전망된다’, ‘예상된다’, ‘느껴진다’와 같은 수동태 표현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본어의 특징이기도 한 수동태 표현은 1) 표현 중에 ‘내’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얼핏 들으면 예의 바르고 부드럽게 들린다. 2) 그러나 나는 가만 있는데 저절로 그렇게 생각되고, 전망되고, 예상되고, 느껴진 것이므로, 혹시 ‘나중에 그게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나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변명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처럼 비겁한 느낌을 풍긴다. 3) 마지막으로 수동태는 ‘내 생각과 상관없이 어차피 그리 된다’는 표현 양식이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능동태보다 훨씬 더 강력한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수동태는 자기의 강력한 주장을 교묘하게 위장하는 ‘비겁한’ 표현 양식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던 생각할수록 말은 참 신비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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