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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깜박이와 젓가락질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7-11-08 09:32     최종수정 2017-11-08 09:3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오늘은 고집(固執)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자동차 운전시 방향지시등(속칭 깜박이)을 켜지 않고 좌 또는 우회전을 하는 자동차가 너무 많다. 대충 절반 이상의 자동차가 깜박이를 제대로 켜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저 차가 오른쪽으로 갈 줄 알았다면 나도 우회전해서 갈 수 있었는데 공연히 기다렸다가 화가 났던 적이 적지 않다.

깜박이를 켜 주면 다른 차들의 진행이 원활해질 뿐만 아니라 많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깜박이를 켜지 않을까? 혹시 배터리 아낄려고? 아님 자기 가는 방향이 비밀? 도대체 무슨 심보로 깜박이를 켜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빨간 신호등이 들어 와도 슬금슬금 정지 대기선을 넘어서 서는 차들이 많다. 그런다고 해서 더 빨리 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뭐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이처럼 별 이익이나 의미도 없이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의미 없는 위반’이라고 지적을 해줘도 좀처럼 버릇을 고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것도 일종의 고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할 때 일상(日常) 중의 으뜸가는 고집은 단연 흡연(吸煙)이다.

흡연은 건강에 백해무익하다고 그렇게 광고를 해도 담배를 끊지 않는(또는 못하는) 사람이 많다. 등산이나 골프 같은 운동을 하며 건강을 도모하는 한편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실 고집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이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은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걸 잘 알면서도 게을러서 운동을 하지 않는다. 미련하게도 몸이 아플 때만 겁을 먹고 억지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게으름도 일종의 고집일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고집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가짓수가 많음을 깨닫게 된다.

사소한 고집 하나를 더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집 애들(두 아들, 두 며느리)은 젓가락질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우리 애들뿐만이 아니다. 돌아보면 젊은 사람 중에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오히려 적어 보인다.

우리 애들에게 지금이라도 제대로 배워보라고 하면 ‘잘 집기만 하면 됐지 꼭 정해진 방식대로 해야 됩니까?’ 하는 표정을 짓는다. 예전에는 ‘젓가락질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며느리로 들이지 말라’는 말까지 있었다는데,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제대로 된 젓가락질을 강조하는 사람의 논리는,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우려 들지 않는 사람의 게으름 또는 고집을 문제 삼는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우리 집 애들(손주 포함)도 나름대로 알콩달콩 잘만 살고 있는 걸 보면, 그 정도의 고집은 용납해 주어야 하는 세상이 된 모양이다. 결국 제대로 된 젓가락질을 강조하는 나의 시대착오적인 고집을 버리기로 작정한지 오래 되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집이 세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성격이 부드러워지는 사람도 있다. 98세 잡수신 우리 아버지는 젊어서는 늘 깐깐하게 근면 성실 검소를 강조하는 분이셨다. 그 바람에 이웃들이 우리 집에 별로 놀러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놀러 온 내 친구들에게 ‘숙제는 다 하고 왔느냐? 학교에서 공부는 잘 하고 있겠지?' 등을 물으시는 바람에 친구들이 질려서 도망가기도 하였다. 그러시던 아버지가 연세가 드시면서 점차 부드러워지셔서 언제부터인가는 자식이나 친척은 물론 이웃들도 전혀 싫어하지 않는 분이 되셨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없어지고 성격이 부드러워지기를 희망한다. 플라스틱 제조 시 제품이 너무 딱딱해서 사용 중 부러지거나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통 소량의 가소제(可塑劑, plasticizer)를 첨가하는데, 나도 나이가 들수록 이웃으로부터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성격에 가소제를 조금씩 첨가해 나갈 결심이다. 아마 감사와 겸손이 성격의 가소제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래도 젓가락질은 몰라도 깜박이는 당분간 더 우기려고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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