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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하목사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8-02-28 09:38     최종수정 2018-03-02 08:5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2011년 8월에 소천하신 온누리 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님은 유연하고 푸근한 분이셨다.

1. 그럼 그만 두세요

외교관인 M 집사는 뉴욕에 근무할 때 교민들을 상대로 ‘성경의 맥을 잡아라’라는 주제의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었다. 인기가 매우 높았는데 어느 날, 교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공무원이 특정 종교에 대한 강의를 해도 되느냐? 일과 후에 한다고는 하지만 강의 준비로 일과 시간을 뺏길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고민에 빠진 M 집사는 얼마 후 하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하 목사님은 “그럼 그만 두시죠”라고 대답했단다. ‘믿음의 길에는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니 흔들리지 말고 밀고 나가라’ 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M집사는 예상 외의 대답에 몹시 놀랐다. 뒤이어 감동과 마음의 평강을 누리게 되었다. 결국 M 집사는 나중에 더욱 유명한 성경공부 강사가 되었고 현재는 목사가 되었다.

2. 너무 뜨거우면 데어요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하던 L교수가 장로 피택(被擇)을 권고 받고 하 목사님에게 말했다. “저는 믿음이 뜨겁지 못해 장로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자 하 목사님은 “너무 믿음이 뜨거우면 옆의 사람들이 데어요” 하였다.

L 교수는 다시 “저는 병원 의사라 바빠서 교회에 자주 나갈 수가 없습니다”라고 사양의 뜻을 밝혔다. 그러자 하 목사님은 “교회 오지 마세요, 그냥 병원에서 사역하세요” 했단다. L 교수는 그만 할 말이 없어졌다고 한다. 결국 그는 그 후 교회의 대표적인 장로가 되었다.

3. 그냥 주고 나오세요

교회의 원로 장로님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던 그 분은 하 목사님의 부탁으로 가까운 섬에 교회를 개척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몇 년간 온갖 수고를 다 해 드디어 교회를 지을 땅을 확보하였다.

그런데 막상 교회를 지으려 하자 그 섬의 다른 교단 책임자들이 찾아 와, ‘이 섬에 온누리 교회를 세우면 우리 교단 교회들이 살아 남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제발 교회 건립을 취소해 달라’고 하였단다. 그래서 장로님은 하 목사님을 찾아가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하 목사님은, “그럼 그냥 포기하고 나오시죠” 하더란다. ‘아니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을 해서 마련한 땅인데, 그냥 포기하고 나오라니?’ 장로님은 어이가 없어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할 수 없어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섬을 나왔다.

그랬는데 그 후 어느 날 그 교단에서 사람들이 장로님을 찾아 와, ‘제발 원래 계획대로 온누리 교회를 세워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웬일인가 알고 보니 ‘만약 이 섬에 온누리 교회를 못 세우게 하면, 우리들도 기존의 교회에 안 나겠다’고 섬 주민들의 반발하였던 모양이다. 결국 장로님은 기존의 교단과 아무런 갈등 없이 그 섬에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

4. 세미나하지 마세요

생전 하 목사님 설교 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다. “여러분, 교회 현관에 누가 X을 싸 놓았거든, 근본적인 재발 방지대책 세운다고 세미나 하지 마세요. 그냥 본 사람이 조용히 치우세요”

지금까지도 울림이 있는 말씀이었다.

5. 그 놈이 그 놈

어느 날 지구촌 교회 이동원 목사님이 온누리 교회에 와서 설교를 하게 되었다. 사회자는 무심코 버릇대로 “오늘 설교는 하용조 목사님이 하시겠다”고 소개하였다.

뒤이어 강단에 선 이 목사님은, “방금 사회자가 나를 하용조라고 잘못 소개했는데, 뭐 괜찮습니다. 다 그 놈이 그 놈입니다” 하였다. 그 말에 참석자들은 박장대소하였다. 이동원 목사의 아량과 재치, 두 사람의 격의 없는 우정과 마음 그릇의 크기가 감동을 주는 해프닝이었다.

이처럼 유연하고 푸근해서 사람들을 다가 오게 만들던 하 목사님이 새록새록 그립다.

그 분의 병세가 깊어졌을 때 내게 두 번 전화를 주셨다. 한번은 일본에서, 한번은 세브란스 병원에서였다. 두 번 다 내게 하신 말씀은 “책을 쓰세요” 뿐이었다. 신앙 간증 같은 책을 쓰라는 말씀 같았지만, 나는 당황해서 “네?” 소리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껏 감히 그런 책을 쓸 수 없는 내가 부끄럽고 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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