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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전도(傳道)의 조건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8-11-07 09:38     최종수정 2018-11-07 14:4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교회는 오늘도 변함없이 ‘하나님을 믿어라, 예수님을 믿어라’ 외친다. 교인들도 여기저기 믿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믿으라’고 전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 웬 일일까? 잘 알 수는 없지만, 혹시 ‘믿으라’고 말하는 교인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교인은 말을 안 해도 존재 자체만으로 많은 사람을 감동시켜 하나님을 믿게 만들 수 있다. 1908년 미국 선교사가 세운 금산 교회 (전북 김제시 금산면)에서 첫 장로를 세우게 되었을 때, 교인들은 황당(?)하게도 부농(富農)이자 함께 교회를 세웠던 양반 조덕삼 대신 그의 마부(馬夫)이자 상놈인 이자익을 뽑았다.

뽑은 교인들마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조덕삼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앞장 서서 이자익을 장로로 받들었을 뿐만 아니라, 후에 이자익을 물질로 후원하여 신학교에 다니게 하였다. 그리고 이자익이 목사가 되자 그를 초빙하여 금산교회 담임목사로 섬겼다.

양반 상놈의 구별이 엄격하던 그 시대에 이 소식은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감동을 주었다. 교인뿐만이 아니었다. 당시의 교회도 남녀차별이나 교육, 의료,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자연히 사람들은 교회를, 그리고 교회가 말하는 하나님을 주목하게 되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교회에 감동도 없고 배울만한 선진 문화도 없으며, 교인들의 언행도 모범적이지 못하다고 수군댄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일 보도되는 교회 안의 다툼이나 교인들의 부도덕한 언행이 그런 인식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 사람들은 예전처럼 교회와 교인을 믿지 않는다. 자연히 그들이 외치는 ‘예수 믿으세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1980년대 학교 교수실에는 문학전집 같은 것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가진 돈이 없다고 해도 ‘돈은 나중에 주셔도 된다’며 물건을 놓고 도망치듯 사라지곤 했다. 그들은 물건 값을 떼어먹고 도망 갈 교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교수는 100% 믿을 수 있는 고객이었다.

1980년대 후반, 내가 집을 살 때에도 집을 파는 사람이 내게 이것 저것을 묻다가 내가 서울대 교수라는 사실을 밝히자, 순간 나를 무조건 믿을 수 있다며 계약서에 바로 도장을 찍었다. 그에게도 서울대 교수는 믿을 수 있는 보증수표 자체였던 것이다.

오늘날 교회와 교인들이 사람들로부터 그런 신뢰를 받고 있다면,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으라는 교회와 교인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식약청장으로 근무하던 2004년, 감기약 성분인 PPA의 안전성과 관련한 사안이 발생하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나가 설명을 할 일이 생겼다. 그 때 일부 국회의원들은 식약청이 제약회사로부터 뭔가 대가(代價)를 받고 제약회사에게 유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모두(冒頭) 발언을 통해 “내가 이 일과 관련하여 떳떳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내가 교인임을 밝히는 것입니다”라고 선언하였다. 그때부터 나는 하나님을 믿는 교인이라면, 자신이 교인임을 밝히는 순간 바로 사람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교인들의 언행(言行)도 전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모태교인(母胎敎人)인데 토요일 저녁에 술을 마시더라도 일요일에는 반드시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예배 중 찬송가를 부르려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갑자기 ‘여보 술 냄새 나니 입 벌리지 말아요’하며 입을 틀어 막았다.

그 순간 그는 ‘아, 내가 바로 하나님의 길을 가로막는 사람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었단다. 결국 그는 뒷날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훌륭한 목사님이 되었다.

오늘 날 도처에서 하나님의 질서가 급격하게 파괴되고 있다. 진리를 통한 인류의 구원이 오늘 날처럼 절실한 때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교회와 교인은 ‘하나님을 믿으라’ 외치기 전에 스스로 돌이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오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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