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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빛과 소금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0-07-15 09:30     최종수정 2020-09-07 13:2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을 들으려고 산 위에 모여든 무리에게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鹽)이 되고, 세상을 밝히는 빛(光)이 되라’고 가르치셨다 (산상수훈, 마 5:13-16). 내가 졸업한 제물포 고등학교의 모표(帽標)는 세 개의 소금의 결정 위에 등대(燈臺)모양의 고(高)자를 얹은 형상이었다. 이에 따라 교훈도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빛과 소금에 깊은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1. 먼저 빛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수님은 “너희도 너희 빛을 사람들에게 비추라”(마 5:16)고 하셨다.

빛의 첫 번째 특징은 당연히 밝음이다. 햇빛이 대표적이다. 햇빛은 물론, 촛불이나 등잔불까지, 크고 작은 모든 빛은 어둠을 몰아 냄으로써 사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해 준다. 빛이 없으면 실족(失足)한다. 폭풍우 치는 캄캄한 바다에서 배에게 비추는 한 줄기 등대 빛은 그야말로 생명 줄이다.

빛의 또 다른 특징은 따듯함이다. 한 겨울 햇빛은 햇볕, 곧 양지(陽地)를 만들어 사람이나 짐승들을 모여들게 만든다. 그래서 상대방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정책을 햇볕정책이라고 부른다. 

햇빛은 젖은 것을 말려 곰팡이 등을 죽이는 방부, 살균 작용도 한다. 농수산물이나 옷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햇빛에 잘 말려야 한다. 햇빛은 치료 작용도 한다. 내가 1994년 개복 수술을 받은 후 2년 가까이 복부에 장루(腸瘻)를 차고 지낼 때,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 부위를 햇빛에 쪼이곤 했었다. 그러면 장루의 색갈이 신속하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한 발 더 나가면 햇빛은 생명이다. 요즘 우리 집 옥상에 심은 채소가 무럭무럭 자란다. 햇볕이 잘 들기 때문이다. 햇볕이 안 드는 지하실 같은 데에선 아무리 물을 잘 주어도 식물이 죽는다. 또한 일광욕은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를 생합성 해 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햇빛은 식물이나 동물에게 공히 생명이다. 

햇빛은 표백 작용도 한다. 얼룩이 진 흰 옷을 빨아서 그늘에서 말리면 얼룩이 잘 안 없어진다. 그러나 햇볕에 널어 놓으면 신기하게도 말끔하게 없어진다.

빛은 얼룩뿐 아니라 사람의 죄를 들어냄으로써 죄를 없애준다. 죄는 대개 어둔 밤에 짓는다. 그래서 죄는 어둠의 자식이다. 밝은 곳에서는 사람이 죄를 잘 짓지 않는다.밝은 새벽부터 술 마시고 죄짓는 사람은 없다. 밤에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어두운 곳에 밝은 조명을 해 놓으면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교회 기도는 밝은 새벽에 시작되고 술집은 어둔 저녁에 문을 연다. 지금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몸을 돌려 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더 이상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목사님의 설교 내용이다.

2. 다음으로 소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소금의 대표적인 작용은 방부(防腐)작용이다. 소금은 음식을 썩지 않게 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어버리면….. (마 5:13).”처럼 성경은 믿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의 방부 역할을 하라고 가르친다.

소금의 미덕은 겸손과 절제에도 있어 보인다. 소금은 배추의 숨을 죽여 부드럽게(겸손하게) 만들어 주지만, 과(過)하면 고혈압을 유발하기 때문에 최소량만 사용하여야 한다. 

요즘 내가 새삼 주목하는 것은 소금의 조미제(調味劑)로서의 역할이다. 음식이 싱거우면 맛이 없다. 적당량의 소금을 넣어야 비로소 음식 맛이 제대로 난다. 그런 의미에서 소금은 가장 기본적인 조미제이다. 고 홍문화 교수님은 1952년 1월, 피난지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세상의 소금이니…. 세상에 들끓는 온갖 싱거움과 오탁(汚濁)을 도맡아 조미(調味)하고 방부하여 주려무나!” (축하시, ‘소금에 붙이는 독백’ 중에서). 아! 전쟁 중에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재주껏 살아 남으라’가 아니라 ‘세상을 썩지 않게, 세상을 살 맛 나게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차원 높은 격려를 하신 고매한 가르치심에 가슴이 울린다.

빛과 소금은 크리스찬의 영원한 사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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