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기고

<110> 반디지치(Lithospermum zollingeri)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기사입력 2018-08-29 09:38     최종수정 2018-08-29 16:3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영·호남 남부지역에 자생하는 야생화 중에 반디지치라는 식물이 있다. 내륙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도 자생하지만 제주도를 비롯해서 남해안과 서해안 바닷가 해안 모래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치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4~5월경에 벽자색 꽃을 피운다. 이 꽃이 다른 식물의 꽃과 색다른 점은 형광(螢光)을 발산하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꽃식물이 많지 않은 해안가 지역 반디지치 꽃은 희소성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돋보일 수 있다.

반디지치는 줄기가 20센티미터 정도로 곧게 자라고 타원형 잎이 어긋나고 입자루가 없으며 전체적으로 억센 털이 있다.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벽자색 꽃이 한 송이씩 핀다. 꽃이 진 다음에는 줄기 밑 부분에서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어 나오고 가지 끝이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려서 싹이 돋아나 다음 해에 새로운 구루가 탄생한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꽃잎도 5개로 갈라져 수평으로 퍼지고 각 꽃잎 조각에는 흰색 줄이 도드라져 있어서 별 모양을 하고 있다. 꽃 중심부에 작은 구멍이 있고 꽃부리가 기다란 대롱 모양이다. 수술 5개와 암술은 꽃부리 속에 붙어있어서 밖으로 노출되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반디지치의 꿀을 따려는 곤충은 필히 기다란 빨대를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 구멍으로 빨대를 꽂아 꿀을 빨 수가 있다. 꽃의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곤충이 반디지치의 꿀을 먹을 수 없으므로 꽃가루받이에 기여할 수 있는 곤충의 종류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디지치가 외견상 불리해 보이는 곤충의 제한적 접근전략을 행사하는 경우인데 왜 그런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꽃 종류마다 주로 방문하는 곤충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반디지치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일본 식물명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있다. 일본에서는 ‘반딧불이풀’를 호다루가주라(ホタルカズラ)하 하며 ‘호다루’는 ‘반딧불이’라는 뜻이다. 반디지치의 ‘반디’가 일본명 ‘반딧불이풀‘에서 왔고 지치는 뿌리가 지치의 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이다.

반딧불이는 우리가 흔히 개똥벌레라고 하는 곤충으로 여름밤 하늘에 형광 불빛을 내면서 공중을 날아다닌다. 벌레의 꽁무니에 있는 발광체가 불빛을 발산한다. 농촌 출신은 물론이고 도시 출신이라 하더라도 여름방학에 시골친척집에 놀러 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밤하늘의 반딧불이의 환상적인 군무를 기억할 것이라 짐작된다.

반딧불이와 관련된 유명한 사자성어 중에 형설지공(螢雪之功)이 있다. 형(螢)이 반딧불이라는 뜻인데 중국 진나라 차윤(車胤)이 반딧불로 글을 읽고 손강(孫康)이 눈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반딧불이를 잡아 병에 모으면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밝기가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학문 수학에 꾸준히 정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밤하늘에 펼쳐지는 반딧불이 낭만을 경험할 수 없어 아쉽다. 공해에 민감해서 개체 수가 줄어들어 우포늪을 비롯한 몇 곳을 제외하면 거의 멸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풀밭에 피어 있는 반디지치의 벽자색 꽃 색이 마치 여름밤 하늘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형광색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반딧불이와 연관시켰다는 것이다. 속명 리토스페르뮴(Lithospermum)은 그리스어로 ‘돌’이라는 뜻의 리토스(lithos)와 ‘씨앗‘의 뜻인 스페르마(sperma)의 합성어다.

돌처럼 단단한 씨앗에서 비롯되었다. 종명 졸링게리(zollingeri)는 네덜란드 식물학자 졸링거(Zollinger)의 이름에서 비롯되었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붙인 것이다.

반디지치와 동속식물인 지치의 뿌리를 쪽(홍화)과 함께 보라색을 낼 때 왕실에서 물감재료로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어린싹을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반디지치의 열매를 지선도(地仙桃)라 하고 소화불량, 위통, 토혈과 같은 위장 관련 질환에 사용하고 이뇨제, 타박상, 피부병에도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으로 루틴(rutin), 카페인산(caffeic acid)이 있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2가지 제형 갖춘 심퍼니, ‘편리’하고 ‘편안’한 약”

“심퍼니SC는 환자가 병원 내방 없이 4주에 한 번...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약창춘추(藥窓春秋) 2

약창춘추(藥窓春秋) 2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전 식약청장)가 약업신문에 10...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