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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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갯취(Ligularia taquetii)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권 순 경/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기사입력 2019-10-09 09:38     최종수정 2019-10-10 17:2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권 순 경/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권 순 경/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신록의 계절 5월에 꽃을 피우는 갯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갯취는 제주와 거제도의 바닷가 또는 햇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갯취라는 식물명 자체가 바닷가에 자라는 취나물 종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에 바닷가에만 자라는 식물로 예단하기 쉬우나 실제로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자락에서도 큰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는 사례가 많이 발견됨으로써 굳이 자생지를 물가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갯취는 줄기가 1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가지를 치지 않으며 뿌리에서 돋아난 잎인 근생엽은 매우 큰 타원형으로 기다란 잎자루에 날개가 달려있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줄기에 달린 잎인 경생엽은 어긋나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지며 잎자루가 없고 잎의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5~7월경에 줄기 끝에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이삭 모양으로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핀다. 기다란 총포에 가장자리에는 길쭉한 꽃잎을 가진 설상화(舌狀花)가 돌려 나 있고 가운데에는 대롱꽃인 관상화(管狀花)가 자리한다.


옛날에는 갯취가 제주도나 거제도에서만 발견되었고 육지에서는 발견된 사례가 없을뿐더러 개체 수도 많지 않은 희귀종이어서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갯취 이름의 유래는 바닷가에 자라는 취나물 종류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취나물보다는 곰취를 닮았으므로 바닷가 곰취라는 뜻에서 ‘갯꼼취’라는 별명도 갖고 있으며 주로 섬에서 자란다고 해서 ‘섬곰취’라는 이름도 있다.

속명 리구라리아(Ligularia)는 ‘작은 혀’라는 뜻의 라틴어 ‘리구라’(ligula)에서 비롯되었으며 갯취 꽃의 설상화를 의미한다. 종명 타케티(taquetii)는 갯취를 처음 채집한 프랑스 신부(神父) 에밀 요제프 타케(Emile Joseph Taquet)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제주도 식물의 학명 중 종명에 많이 등장하는 타케티(taquetii)에 대한 그 의미와 연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타케(1873~1952) 신부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지방에서 태어난 프랑스 인으로 신학을 공부하여 24세에 신부가 되었고 졸업 직후 구한말인 1902년 제주도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조선 땅을 처음 밟았다.

그는 선교 활동보다는 식물분류학에 관심이 더 많아서 제주도 자생식물연구에 심취하여 식물들을 채집하여 표본을 만들었고 그의 연구 결과와 식물표본을 전 세계 대학으로 보내 불어, 영어, 독어, 일어로 발표했다.

따라서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제주도 식물이 선진 외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식물분류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의 업적 중 대표적인 것이 왕벚나무에 관한 것으로 그의 왕벚나무 식물표본이 자생지가 제주도임을 입증하는 증거물이 되기도 했다.

타케 신부는 한국 식물을 많이 연구한 일본인 나카이 타카노신(Nakai Takanoshin)과도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1916년 그의 임지가 목포로 전근 발령되어 제주도 식물연구는 끝을 맺게 된다. 그 후에도 조선 전역을 다니면서 많은 식물을 채집했고 6.25 전쟁 중인 1952년 대구에서 사망했으며 대구에 그의 묘가 있다.

식물 학명은 린네(Linne) 이명법에 따라 속명과 종명을 라틴어로 나란히 적은 다음 마지막에 최초발견자의 이름을 적게 되어 있다. 속명과 종명에는 주로 해당 식물의 특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나 종명에는 연구에 기여한 사람 이름을 넣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주도 자생식물의 학명에 타케 신부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갯취를 포함해서 13종으로 알려져 있다. 타케 신부는 한국 식물을 과학적 방법으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한 최초의 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한국 이름은 엄택기(嚴宅基)이다. 박만규 교수가 ‘섬곰취’라는 우리말 이름을 처음 붙여졌고 같은 해에 정태현 교수에 의해서 ‘갯취’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취나물은 일반적으로 맛이 좋아서 모두가 선호하는 산나물이지만 갯취는 맛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없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주로 옴 치료와 중풍을 막고 종기 치료와 해독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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