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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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알약

정재훈 약사

기사입력 2018-01-17 09:42     최종수정 2018-01-17 12:0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년간 약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과 글을 통해 약과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

시간 참 빨리도 흐른다. 디지털 알약이라는 장치가 의료기기로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2012년 7월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2015년 9월에는 오츠카제약에서 조현병 치료제인 아리피프라졸 정제에 이 센서를 탑재하여 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가 했더니 마침내 작년 11월에는 승인을 받았다는 발표가 나왔다.

디지털 알약은 쉽게 말해 일반 정제에 약 자체에 모래알 크기의 아주 작은 센서를 붙여서 만든 정제이다. 알약을 삼키면 약성분이 녹는 동시에 구리, 마그네슘, 실리콘으로 만든 센서가 위액과 반응하여 전기 신호를 만들어낸다.

환자의 왼쪽 가슴에 붙여둔 웨어러블 패치가 이 신호를 잡아서 스마트폰 앱으로 기록을 전송한다. 약 복용날짜와 시간은 이렇게 자동적으로 기록되지만, 여기에 더해 환자는 자신의 기분을 추가할 수 있고, 그 날의 휴식시간과 활동량도 함께 기록이 가능하다.

환자가 약을 복용한 날과 복용하지 않은 날 환자의 기분, 휴식시간, 활동량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앱을 통해 한눈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제약회사들이 디지털 알약 개발에 앞장서 나서는 것은 의사가 처방해준 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의료적 비용 때문이다. IMS헬스(현 IQVIA)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재정적 손실은 연간 1050억 달러(약 11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FDA가 조현병 치료제에서 디지털 알약을 처음 승인한 것도 같은 이유다. 조현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은 환자의 병이 깊어져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과 같은 추가적 의료비용이 종종 발생한다.

사실 매일 습관적으로 약을 복용하다보면, 약을 복용했는지 안 했는지 본인 스스로도 혼동하기 쉽다. 차를 주차한 다음 문을 잠궜는지 안 잠궜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것과 비슷하다.

디지털알약은 약을 잊지않고 복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당장 사생활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환자는 앱을 통해 알약 복용 추적 기능을 공유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의사에 더해서 가족 구성원 등 추가로 4명, 도합 5명까지 환자가 약복용을 하는 시간과 날짜에 대한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

물론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환자가 데이터 공유를 즉시 차단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브라더처럼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해외 언론매체들은 디지털 알약으로 첫발을 내딛은 새로운 의약체계가 생물의학적 빅브라더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디지털 알약이 환자로 하여금 강압적으로 약을 복용하도록 하게 만드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보험사에서 환자가 약복용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할 수도 있을 텐데, 좋게 보면 환자의 복약이행률을 높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환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막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할 만하다. 첫 번째로 승인된 디지털 알약이 하필 약 복용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조현병 치료제인 것도 논란거리다.

다른 한 편으로, 약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며 불규칙한 약복용이 자신을 어떤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환자에게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복약이행률을 높이려는 연구자들도 있다. 환자가 약이 필요한 이유를 알고 나면 더 잘 복용할 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또한 사람이 아닌 기계장치를 통해서 이뤄진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존 무어 박사가 개발한 첨비(Chumby)라는 장치는 HIV 치료약이 어떻게 바이러스와 싸우는지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환자가 제때 약을 복용하도록 도와준다.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나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 날엔가 새로운 기술이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을 것이다. 전화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건 꿈속의 이야기였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했는데, 이제는 그 전화기가 우리의 얼굴과 지문을 인식하고, 말을 알아듣는 시대다.

비트코인으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을 의약품 배송체계와 의약정보 관리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벌써부터 활발하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은 없다. 내가 가만히 있든 말든 세상은 변해간다. 약사로서 우리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멈추어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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