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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새로운 편두통 약 이야기

정재훈 약사

기사입력 2018-06-06 09:40     최종수정 2018-06-08 12:4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지난 5월 17일에 미국 FDA에서 편두통 치료가 아니라 예방에 효과가 있는 예방약, 에레누맙을 최초로 승인했다. 편두통이 사회적 비용이 워낙 큰 질환이고 이제껏 미국에서 편두통 예방 용도로 승인된 약이 없었기에 세계적으로 큰 뉴스였다.

편두통 유병률은 국내 성인 인구의 6%, 세계적으로는 이보다 높은 12-14%으로 환자 수가 많은데다가 사회적 비용이 큰 질환이다. 통증 자체도 긴장성 두통보다 훨씬 더 심하고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업무와 일상 활동을 제대로 이어나가기 어렵다.

이로 인한 비용이 미국에서만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편두통 예방약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모두 허가 사항 외 사용(off-label use)이었고, 여러 나라에서 승인 사용해온 피조티펜 같은 약에는 졸음, 체중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심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미국FDA에서 승인된 에레누맙은 처음부터 편두통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한 약이며, 기존 약과 비교하여 알려진 부작용이 경미한 편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용이 상당하다.

아직 국내 승인과 출시는 기다려봐야겠지만, 미국에서 약값이 1년에 미화6,900달러, 원화로 740만원 정도 든다. 이렇게 고가인 것은 이 약이 단일클론항체로 만들어진 바이오의약품이기 때문이다. 펜처럼 생긴 피하주사 장치로 인슐린을 주사하듯 환자 본인이 위팔, 복부, 대퇴부 등의 부위에 한 달에 한 번 주사한다.

편두통 발생 빈도나 발생 일수를 50% 이상 줄여주면 예방약으로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는데, 6개월 동안의 임상시험에서 에레누맙 70mg 투여군, 140mg 투여군, 위약군을 비교해본 결과 편두통 일수가 매월 평균 8.3일에서 각각 3.2일, 3.7일, 1.8일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시보를 주사해도 1.8일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효과가 아주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편두통 일수에 더해 증상이 완화되거나 두통약에 대한 반응이 좋아진다는 추가적 이점이 있었고, 약이 아주 잘 듣는 경우 6개월 동안 편두통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한정된 결과이므로 장기적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에레누맙은 편두통 빈도를 줄여주는 약이기 때문에 두통이 생기면 치료제를 따로 복용해야 한다.

에레누맙이 효과 면에서 대단한 약은 아니지만, 주목 받는 것은 이 약이 편두통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에레누맙은 편두통 발작이 시작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체이다. 수용체가 아닌 CGRP 자체를 표적으로 하여 그 작용을 막는 프레마네주맙, 갈카네주맙도 편두통 예방약으로 개발되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1985년부터 여러 연구를 통해 편두통 환자의 CGRP 수치가 상승했다가 수마트립탄과 같은 편두통약으로 증상이 가라앉으면 다시 정상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CGRP를 표적으로 하는 편두통 예방약의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에레누맙이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들 약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에레누맙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서 들어가기엔 너무 거대한 단백질 분자(150kDa)이다. 덩치 큰 단일클론항체가 뇌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게 많은 연구자들이 편두통약으로서 CGRP차단항체 개발을 포기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항체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서 뇌간으로 들어가야만 약효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CGRP의 작용을 차단하는 에레누맙과 같은 약이 편두통 예방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은 뇌 바깥에서 이들 펩타이드가 삼차신경을 과잉으로 활성화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편두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반면 CGRP 차단제로도 편두통 예방효과가 중간 정도 밖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편두통의 발병기전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으로 CGRP를 표적으로 하는 편두통약이 늘어나고, 후속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매우 고가인데다, 부작용에 대한 자료 축적이 필요한 신약이서 모든 사람을 위한 약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약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약임에는 분명하다.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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