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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알고보면 할 말이 많은 제산제 이야기

정재훈 약사

기사입력 2018-08-22 09:40     최종수정 2018-08-22 10:3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제산제는 알고 보면 가장 오래된 약이다. 6000년 전에 이미 수메르인이 우유, 페퍼민트잎, 탄산염을 소화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 중 탄산염, 즉 탄산수소나트륨(베이킹 소다)이 바로 제산제 성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위산 과다로 인한 소화불량 증상을 겪는 사람은 많았나보다.

나트륨 과잉 섭취에 민감한 요즘에 와서는 베이킹 소다를 제산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북미에는 아직도 소화불량에 베이킹 소다를 사용하는 집이 꽤 있다. 하지만 베이킹 소다를 제산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드물긴 하지만 과식 뒤에 베이킹 소다를 삼키면 위산과 반응하여 생겨나는 이산화탄소 가스로 인해 위장이 부풀어올라 터져버릴 수 있다.

(197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의 편집장 윌리엄 그레이브스가 이로 인해 죽을 뻔했다가 7번의 수술 끝에 살아남은 사건이 유명하다. 이후 1983년부터 베이킹 소다에 과식으로 배가 꽉 찼을 때는 섭취를 금하는 경고문이 붙었다.)

제산제가 지금처럼 약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건 19세기에 이르러서다. 1809년 북아일랜드의 의사 제임스 머레이 경이 수산화마그네슘 성분 제산제를 처음 발명하여 치료에 사용했다. 하지만 제산제의 발명가로 세간에 더 잘 알려진 사람은 1873년 미국에서 수산화마그네슘 제산제 특허를 받아 판매한 약사 찰스 헨리 필립스이다.

우유빛깔 액체에 걸맞는 밀크 오브 마그네시아라는 이름을 붙여 그가 시장에 내놓은 액상형 제산제는 공전의 히트 상품이 되었고, 회사는 바뀌었지만 지금까지도 북미에서 같은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제산제는 역사가 길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흔히 사용하는 약이다. 하지만 제산제가 정확히 어떤 약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제산제는 위산을 중화하여 속쓰림과 소화불량 증상을 경감시켜주는 약이다.

위산과다로 인한 문제가 있을 때 사용되는 다른 약들(PPI, H2 차단제)은 위산의 분비를 줄여주지만 제산제는 이미 분비된 위산과 직접 반응해서 효과를 나타낸다. 말하자면 제산제는 불이 나지 않게 막아주는 약이 아니라 이미 나버린 불을 꺼주는 약이다.

제산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굳이 알고 먹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이다.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나면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복에 제산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금방 사라진다. 제산제는 위산과 맞닥뜨려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므로 위 안에 머무르는 동안에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식후에는 음식이 소화를 위해 위장에 오래 머문다. 음식과 함께 제산제도 천천히 내려가므로, 제산제의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된다. 식후 1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제산제의 효과가 3시간까지 지속된다. (공복에 속이 쓰릴 때는 어떡하냐고? 그때는 제산제가 아니라 밥을 먹어야 한다. 빈속에 속이 쓰리다는 건 배고프단 이야기다.)

술 마시기 전에 제산제를 미리 먹으면 덜 취한다는 이야기도 잘못된 음주 상식이다. 제산제는 위벽에 코팅을 해주는 약이 아니라 위산과 직접 반응해서 중화시키는 약이다. 게다가 제산제를 음주 전에 미리 먹으면 장으로 금방 내려가 버린다. 술 마신 다음날 쓰린 속을 가라앉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술 마시기 전에 미리 제산제를 복용해서는 아무 효과가 없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제산제 속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까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제산제는 전신으로 흡수되는 비율이 낮다. 제산제 속 칼슘은 90%가 그대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10%가 전신에 흡수된다.

마그네슘은 15~30%, 알루미늄은 17~30%가 흡수되지만 이마저도 신장으로 배출된다. 신장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 제산제 때문에 알루미늄이 축적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신부전 또는 신장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제산제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약을 고를 때에도 약사와 상담하는 게 안전하다.

제산제와 약물 상호작용으로 악명 높은 약이기도 하다. 제산제가 다른 약성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경우, 복용 간격을 최소 2시간 이상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2주 동안 지속적으로 약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속쓰림 또는 소화불량이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친숙한 약일수록 우리가 잘 모르는 알아두면 유용한 지식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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