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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코 세척 제대로 하는 법

정재훈 약사

기사입력 2018-09-19 09:40     최종수정 2018-09-19 11:3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코를 세척하는 사람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연예인들이 코 세척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TV에 여러 차례 방송된 덕분이다. 한쪽에서 얻은 인지도와 권위가 전혀 무관한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에게 친숙한 것을 선호하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탓하기만 할 수도 없다. 약사 입장에서야 이런 대중적 유행을 기회로 삼아 코를 제대로 세척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는 게 더 건설적이다.

먼저 코 세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대답은 ‘그렇다’이다. 여름엔 더워서 고생이라면 가을부터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비강 점막을 자극하는 게 또 다른 고통이다. 콧속에서 점액이 수분을 잃어 딱딱하게 굳고 끈끈해질 때 느껴지는 뻑뻑함과 은근한 통증은 그야말로 환절기 짜증유발자다.

이럴 때는 사실 식염수를 콧속에 뿌려주기만 해도, 비강 점막을 촉촉하게 하여 자극감, 건조감을 줄여주고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의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네티 팟(neti pot)이나 주사기와 같은 기구를 이용하여 콧속을 세척해주면 비강에서 딱딱하게 말라붙은 점액을 제거하고 끈끈한 점액에 수분을 더해주어 섬모에 의한 청소를 쉽게 해준다. 또한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항원물질을 씻어내어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비강을 세척할 때는 멸균생리식염수처럼 우리 몸의 체액 농도와 동일하게 맞추어진 용액을 쓰는 게 좋다. 맹물 대신 소금물을 쓰는 이유가 살균을 위한 것은 아니다. 0.9% 정도의 소금으로는 살균은커녕 세균 번식을 막기도 어렵다.

체액에 농도를 맞춘 생리식염수를 쓰는 건 순전히 자극을 줄이기 위함이다. 콧속에 들어가면 맹물이 훨씬 더 자극적이다. 수영장에서 코에 물 들어간 경험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코가 심하게 막혔을 때는 생리식염수보다 고농도의 소금물을 써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약국에서 3% 농도로 맞춘 비강분무액(일반의약품)을 구해 쓸 수도 있고 또는 코 세척기에 넣는 물의 용량은 그대로 두고 코세척 전용분말을 2-3팩 넣어 농도를 진하게 해줘도 된다.

미리 제조된 멸균생리식염수를 사다 써도 되지만 자원절약과 환경보호를 생각하면 깨끗한 물에 분말을 타서 만들어 쓰는 게 낫다.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코 세척을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위장으로 들어간 물은 위산에 의한 살균을 거치지만 코로 들어간 물이 미생물에 오염될 경우는 그런 방어 장치를 거치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

2011년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오염된 수돗물로 코 세척을 했다가 아메바 감염으로 2명이 사망하여 충격을 줬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국 FDA는 3-5분 끓여서 미지근하게 식혀 쓰거나 또는 깨끗한 용기에 24시간까지 보관하여 쓰도록 권장한다.

물론 수돗물 품질관리가 확실한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써도 무방하고, 중공사막,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된 물이나 끓였다가 식힌 물을 쓰는 것도 좋다. 같은 이유로 코 세척 용액을 만들 때도 넣는 분말도 그냥 식용소금이 아니라 멸균 처리된 전용분말을 써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 세척액에 사용되는 농도의 소금으로는 미생물 오염이나 번식을 막을 수 없다. 코 세척액을 한 번에 만들어두고 나눠 쓰는 건 물론이고 약국에서 구입한 멸균생리식염수를 오래 두고 쓰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한다. 끝으로, 기구가 오염되어도 미생물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 뒤에는 항상 기구를 깨끗한 물로 세척한 뒤 건조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코 세척액이 심각한 부작용을 끼치는 경우는 드물다. 가볍게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는 정도다. 너무 자주 쓰면 자극감이 심해질 수 있으니 아무리 시원하더라도 하루에 한두 번 정도로 사용을 제한하는 게 좋다.

또한 평소에 사용할 때는 고개를 어깨 쪽으로 눕혀서 위쪽 콧구멍에서 아래쪽 콧구멍으로 세척액이 흘러내리는 방식으로 사용하여야 액체가 입안으로 흘러들어오거나 사레들리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너무 차갑거나 너무 뜨거운 물은 자극이 심하고 비강 점막 손상 위험이 있으니 상온 또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 코 세척 하나로도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다니, 약사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수다스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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