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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구충제 이버멕틴에 코로나19 치료 효과 있을까

편집부

기사입력 2021-01-20 09:54     최종수정 2021-01-20 16:2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 치사율 최대 80% 낮춰” 지난 1월 5일 SBS, 연합뉴스, 헬스조선,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다수의 국내 언론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의 출처는 모두 동일하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데일리 메일이다. 아직 정식 게재된 논문도 아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앤드루 힐이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다음 달에 발표된 자신의 메타분석 연구 결과라며 밝힌 내용이다.

데일리 메일 기사에서는 연구 자료가 마치 일부 유출되기라도 한 것처럼 슬라이드 몇 개를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게 특종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미 지난 12월 27일 유튜브에 앤드루 힐 본인이 공개한 내용이다. (https://youtu.be/yOAh7GtvcOs)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사율을 낮추는 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이 약은 주로 열대지역에서 강변사상충과 같은 기생충의 구제에 사용되는 약이다. 옴 치료에도 사용한다. 이버멕틴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가 있다. 이 약이 세포내에서 임포틴importin이라고 하는 핵 수송 단백질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면 이 단백질을 강탈해서 숙주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걸 막는다. 결과적으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감염되는 세포가 더 늘어난다. 이버멕틴은 바이러스가 임포틴을 강탈해서 쓰지 못하도록 막는다. 말하자면 테러범이 버스를 강탈해서 쓰지 못하도록 버스 타이어에 자물쇠를 채워 버리는 것이다.

작용 기전상 예상되는 이런 효과는 실험실 연구에서 실제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호주 모나쉬 대학 연구팀은 이버멕틴이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SARS-CoV-2)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정식 논문으로 <항바이러스 연구> 학회지에 실렸다. 이버멕틴이 실험실 배양 세포에서 48시간 내에 바이러스를 99.98%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만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멕틴을 쓰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실제로 미국 COVID-19 치료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코로나19 치료에 이버멕틴 사용을 하지 말도록 권고한다. 예외적으로 임상 시험에서만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세포 수준에서는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 것 같은데 왜 현장 치료에서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가?

실험실 배양 세포에 약을 투입할 때와 인체에 약을 투여할 때 결정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약의 농도다. 실험실 배양 세포에 효과를 낸 정도의 약을 우리 몸에 약을 넣어주려면 인체 사용이 허용된 양의 100배나 되는 엄청난 양을 써야 한다.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농도는 마이크로그램 수준이고 인체 허용된 치료 용량에서 이버멕틴의 혈중 농도는 나노그램 수준(20–80 ng/ml)이다. 1마이크로그램은 1000나노그램이다.

약물 분자에 따로 눈이 달려있지 않으므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내려면 엄청난 양을 쓸 수밖에 없다. 실험실 배양 세포에는 약액을 넣어주면 바로 전달되지만 실제 인체 내에서는 약물 분자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만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약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감염된 세포에 충분한 양을 보내기 어렵다. 하지만 양을 늘려서 100배를 투여하면 부작용, 독성도 함께 늘어난다. 과학자들이 이버멕틴에 대한 후속 연구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장밋빛 환상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앤드루 힐이 유튜브와 데일리메일을 통해 공개한 메타분석 연구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집트, 방글라데시, 이란 등 11개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을 분석해서 치사율이 80%까지 줄었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분석에 사용된 임상 시험이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사용한 약의 용량도 저마다 다르고 연구 방법에도 많은 오류가 있다.

게다가 다수의 연구가 아직 정식으로 심사를 거쳐 논문으로 게재되지 못한 것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여량의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버멕틴에 대해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근거가 더 확실한 백신은 두려워하면서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을 영약처럼 믿지는 말자. 과학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맞을 수 있을 때 백신부터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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