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약사·약국

<45>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체가 군집을 이뤄 강자처럼 사는 법

편집부

기사입력 2021-08-26 16:01     최종수정 2021-08-26 16:1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번에는 급격한 환경변화를 극복하는데 기업이 가진 속성과 특징, 장점을 열거하였다. 약국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보건의료, 또는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소비자 직렬 유통서비스 산업 생태계속에서 하나의 독립된 경제주체로는 매우 나약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살아남아서 더욱 존재감을 가지고 발전하려면 지금까지의 생존방식과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한 개체만 보면 개미는 매우 나약한 곤충처럼 보인다. 하지만 때론 개미보다 거대한 생명체가 개미에게 심지어 공포심을 느끼거나 경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가진 군집의 속성이다.  생태학자의 말처럼 필자는 평소에 이를 ‘집단적 사회성을 모방한 생존방식’이라 부르곤 한다. 마찬가지로 약사라는 전문직능인과 약국이란 경제주체는 밀접하게 연계된 채 주로 약사회를 통하여 집단적 사회성을 구축하여 생존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번부터는 상대적 약체인 약국이 미래환경에서 강자처럼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고찰해 보자. 

집단적 사회성이 약사와 약국을 진화시켰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이제까지 집단적 사회성이 인류를 발전시켜왔는데, 특히 가까운 혈연끼리 상부상조했던 ‘친족선택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여기에서 얻은 교훈대로 생존경쟁에서는 협동하는 집단이 살아남았기에 타인 혹은 타 주체와의 협력과 공감을 강조하는 '집단선택론'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필자는 예전에 대한약사회에서 임원직을 수행하셨던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약사회는 잘 조직된 행정체계를 보유했는데, 대약 집행부나 국가기관이 전국의 개별 약국에 긴급한 중요사항을 공지할 필요성이 있을 때, 전국의 약 260개 지부 및 분회 사무국에 팩스로 공문을 발송하는데 불과 40분 가량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기준으로 대약에서 지부로 지부에서 분회까지 확산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고, 지금은 이메일과 문자전송, 약사 인트라넷 등을 사용할 테니 전국의 23,000 여개 개별 약국 및 근무 약사들에게 메시지를 전파하는 속도는 이보다 훨씬 단축되었을 것이다. 또한 필자가 식약처, 건보공단, 심평원이 개최하는 회의에 참석해보면, 참석한 여타 보건의료직능 인사들로부터 특정 사안에 대하여 약사직능의 대응 속도와 공통된 목소리 등 단결력과 실행력을 부러워하는 언사를 자주 접한다. 

위의 사례만 보더라도 약사의 집단적 사회성은 이제까지 약업환경을 지배해왔고 또 약사는 여기에 익숙하다. 한데, 이는 약사의 직능 보호와 발전 측면의 행정적 체계이고, 개별 약국이 생존, 번영하는데 직접적 파급효과나 기능은 약하다.

개미의 사회성과 집단생존방식을 모방하자

개미 한 마리는 나약하고 미미한 생명체처럼 보이지만 집단을 이루어 약점을 극복한다. 개미는 서로 약속한 단순한 행동을 준수하며 거시적으로는 창의적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한다. 개미는 자신과 다른 개체가 뿌린 페로몬을 그대로 찾아가는 단순한 규칙을 지킴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페르마의 물리원칙 충족)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몸을 이어서 포개는 방식으로 떨어진 공간을 스스로 다리를 만들어 최단 거리와 시간을 확보하며, 흐르는 물을 만나거나 홍수를 만나면 서로 뭉쳐 큰 덩어리를 이루어 뗏목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 장애물을 극복한다(그림1). 무엇보다 항상 잉여노동력을 배치하고 활용하여 단순하지만 집단이 생존할 수 있는 최상의 해결방안을 선택한다. 

                      그림1. 개미의 집단적 사회성과 생존방식 (출처: 구글이미지) 

이렇듯 다수의 단순한 요소가 복잡한 전체의 특성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을 창발(emergence)이라고 부른다. 이는 구성요소들은 비교적 단순한 규칙과 행동을 따르지만 상호작용을 통해서 복잡한 현실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뜻한다. 생물학자들의 추산에 의하면, 전 지구상에 살고있는 개미를 다 모으면 그 무게가 전 인류의 몸무게를 합쳐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하니, 개미와 인간은 혹독한 자연생태계에서 잘 적응한 동물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미의 집단대응력은 경영학적 시각으로 보면, 투입되는 노동력을 상대적으로 절감함으로써 비용-편익이 가장 적합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첫째,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미집단은 중앙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존재 없이 탈중앙화에 따라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decentralized complex system). 대신 중앙의 지시가 없이 전체 집단이 효율적으로 조직되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속성도 가지고 있다.

둘째, 개미 집단의 놀라운 행동의 근원은 각 개체가 수행하는 극도로 ‘단순화된 작업(simple work)의 유기적 연결’이다. 20세기 초반의 놀라운 자동화 혁명에 바탕을 둔 산업사회의 출현도 복잡한 작업을 단순한 여러 개의 작업 요소로 나누어 한 사슬처럼 연결한 분업형 공장작업방식에 근간을 두었다. 

이 같은 작업의 효율성 이외에 개미 집단은 ‘공동 과업 실패에 대한 복원성’도 가지는데, 공동으로 먹이를 구하여 개미굴로 운반하는 방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먹이 운반 시 개미는 3개의 길을 만들어 이동하는데, 가운데 길은 개미굴로 먹이를 이동시키는 통로이며, 그 양 옆의 두 길은 물어오려고 이동하는 통로라고 한다. 만약 먹이를 물고 굴로 돌아오는 개미가 먹이를 놓치는 실수를 하더라도 양 옆길로 통과하는 개미들에 의해 먹이의 유실이 방지되는 것이다. 

이를 착안한 로봇공학자들도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잡한 구조의 로봇개체를 설계, 제작하기 보다는 단순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똑똑한(smart) 작은 개체(particle)라 하여 ‘스마티클(smarticle)’ 로봇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군집형 행동을 하는 개체로봇인 것이다.

셋째, 개미 집단을 관찰하면 각 개체 단위의 개미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노력하는데 크게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만약 각 개미 개체가 단순한 알고리즘만을 가지고 환경변화에 대처가 가능하다면, 불필요하게 중복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서 더 유익하고 가치 있는 곳에 활용할 수 있다. 

개미 집단은 외부에서 가져오는 먹이가 얼마나 남았는지, 그래서 지금 굴에 먹이를 저장한 개미 노동력이 먼 곳으로 먹이를 가지러 다시 출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때가 있다. 이때, 각 개미는 머리에 난 촉수로 다른 개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먹이를 물고 굴로 되돌아오는 중앙 통로로 이동하는 개미의 수가 많으면 계속 먹이를 가지러 출발하고, 그 수가 줄어들면 총 이동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헛걸음을 감소시켜 총 노동력을 조절하는 적응력(adaptability)를 보유하고 있다. 
이 원리는 컴퓨터 통신공학에서도 활용하는데 데이터를 송수신하기에 충분한 대역폭이 확보될 때만 통신을 시작하도록 짜인 알고리즘과 유사하다.

자동차 산업도 집단생존방식이 통했다

올해 초 피아트크라이슬러(이태리+미국)와 푸조시트로엥(프랑스)이 합병하며 만든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는 ‘약체들의 집합체’라고 불렸다. 합병으로 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닛산, GM, 현대-기아차에 이어 세계 6위의 자동차 기업이 되었으나 양사 모두 내연기관 기술만 보유하여 미래의 경쟁력이 부족하고 마세라티, 지프 등 개별 브랜드는 14개나 되지만 판매량은 급감하는 추세였기에 합병회사의 생존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여기에 3가지 측면의 시너지 효과가 손꼽히는데, 첫째, 합병으로 제품군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고객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둘째, 연구·개발 분야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셋째, 각국에 본사를 유지한 채 온라인 화상으로 회의하고, 지원부서는 통합운영하여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최소화했다. 그리하여 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 낮아졌고, 하나의 신제품 차를 개발하는데 3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차량골격을 여러 차종이 공유함으로써 부품구매비는 낮아지고 판매대수가 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였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위기요소는 여전하다.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테슬라나 GM에 뒤처져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전기차/수소차 관련 기술력은 낮은 편이다.

약국과 약사도 개미나 합병기업의 생존방식을 활용하자

앞에서 개미와 자동차 기업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했다. 약국과 약사사회를 빗대어 보면 일부는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숨가쁜 경영환경 변화와 냉혹하고 경쟁적인 생태계에서 약국이 개미의 생활방식을 일부 차용하면 어떨까? 

필자는 이미 1년여 전에 각 지역의 약사회 분회를 단위협동조합 같은 유사 기업형태로 운영하는방안을 이 연재 글을 통해 제시했었다. 그러니까 전국을 250여개의 약국기업체 성격의 집단으로 재편성하는 것이다. 당연히 분회장은 기존의 중앙 약사회 산하의 (1)’회무중심 공적조직’의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분회가 조직된 권역에 소재하는 수백 여개 약국의 (2)’경제적 연합체’의 책임자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현재 모습처럼 개별 약국이나 약사는 위 (1)번에는 의무적으로 가입하되, 이 시험의 성공여부를 알기까지 당분간 (2)번은 선택사항으로 하면 어떨까? 

당연히 분회 단위는 수백명의 약국 대표약사 조합원으로 구성된 것이므로, 조합회사의 대표를 겸직하는 분회장은 상당한 수준의 경영 및 조직운영 역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별약국의 경영과 대기업 규모의 경영은 차원이 다르므로 필자는 각 단위 분회 마다 ‘약국조합운영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정치적, 사회적, 직능공동체로서의 약사회 분회는 그대로 운영하되, 분회 부설 약국운영기업체는 외부의 전문경영자나 탁월한 경영역량을 가진 자가 분회장과 더불어 공동대표나 부대표를 맡고, 분회장과 분회 임원은 운영회사의 이사와 감사로 보임하여 관리감독하도록 초기부터 운영회사의 정관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체의 유형이나 업무 내역은 관련 연구를 더 진행하면서 조율해야 하겠지만, 개별 약국의 약사는 조합구성원이 되거나 혹은 주주가 되는 구조이고, 기여한 만큼 배당이나 혜택을 받는 구조로 설계하는 방식이 좋을 듯하다. 현재 전국의 개별 약국들은 굳이 대기업이나 자본이 중심이 된 법인약국의 등장을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개별 약국 약사의 소유 및 경영권(governance)은 유지한 채, 수백 개 약국이 때로는 각 개미처럼, 때로는 개미 집단과 유사한 기업 속성을 발휘하여 중복되는 관리비용, 구매/조달/재고 비용은 낮추고 집단적 협상력과 환경변화 대응력은 향상시키며 약사의 본질적 기능을 가다듬고 향상시킬 기회로 선용하는 방식으로 작금의 위기 요인에 대응하면 좋을 듯 하다.

물론, 현행법상 불가한 부분도 있고, 담합이나 불공정금지조항에 저촉될 소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형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체계를 유지한 채 21세기형 변화의 높은 파고를 대응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어쩌면 더 악화될 듯 하다. 다만, 약국의 생존과 약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과 소비자 및 국가의 이익간의 충돌이 심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대안 모델과 시나리오 설정해 놓고 그 가능성과, 타당성, 효율성을 타진해보는 것이 보다 유연하고 설득력을 가진 대응방식은 아닐까 싶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광고)이노텍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인터뷰]“척추 수술 환자 좋은 예후,수술 후 통증 관리가 핵심”

일반적으로 수술 환자들은 수술 후 통증을 불가...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약창춘추(藥窓春秋) 2

약창춘추(藥窓春秋) 2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전 식약청장)가 약업신문에 10...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