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약대·약학

<23> 인공지능과 의사/약사의 직능의 변화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7-03-06 15:45     최종수정 2017-03-06 15: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인공지능과 의사/약사의 직능의 변화

최근 대한의학회의 E-뉴스레터의 기고문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의학교육이 개편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학교육도 이에 뒤지지 않게 대대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의약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이 기고문에 의하면, 미래의 의사는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 환자에게 진료를 제공하는 집단과 그 인공지능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입력시키는 집단이라는 두 개의 의사 집단으로 나뉠 것이며,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의사들은 기존 의사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의 더 큰 사회적, 의학적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좋은 연구를 통해 의미있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의학교육의 경쟁 내용이 될 것이다. 하버드 의대는 그것을 의식하고 변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기고문에는1) 인공지능과 의약학 직능 변화와 2) 미국의 의약학 교육의 개편라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이 글에서는 첫번째 이슈를 살펴보기로 한다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이세돌와 바둑대결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나라의 길병원이 도입한왓슨’ 이라는 인공지능은 환자의 상태와 문헌 자료에 근거해 단 수 초만에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하여 의약계에서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것 같다예를 들어, 약사와 의사는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없어질 직종들이라고 하고 위의 기고문에서는 아예 의사직종의 일부는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환자에게 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나는 이 예측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물론, 인공지능이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단 수 초내에 문헌자료를 토대로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해 내는 인공지능의 능력은 실로 놀랍다하지만, 인공지능이 의사와 약사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뉴스와 인터넷으로 접한 인공지능 왓슨은 현재 임상적인 결정을 도와주는 수단(clinical decision support tool)이다임상적인 결정을 도와주는 수단이란 의사나 약사가 진단이나 처방 등의 임상적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병원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페니실린 알러지가 기록되어 있는 환자에게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를 처방하려고 할 때 경고가 뜨거나, 헤파린이라는 항응고제를 처방하려고 할 때 진단명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알맞은 용량을 선택해 주는 것 등이 임상적인 결정을 도와주는 수단의 예라고 할 수 있다이런 비교적 단순한 프로그램이나 왓슨처럼 좀 더 발전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필요한 환자의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왜냐하면, 잘못되거나 불필요한 환자의 정보를 입력하면 오히려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의사와 약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의 정보를 스스로 얻을 수 있어야 한다그런데, 이는 사람의 경우, 오랜 기간의 수련을 통해 얻어진다그 이유는 환자의 정보를 얻는 것이 복잡한 인지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태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 정보인지, 어떻게 그것을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해 내는 데에는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과 문제풀이 (problem-solving) 능력이 필요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일의 우선순위 (priority)를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은 단시간 안에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한 예로 지난 주 내 클리닉에 찾아 온 환자 케이스를 이야기해보겠다.  80대의 이 환자는 여러 개의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조절이 잘 안 되어 주치의로부터 협진의뢰로 방문하였다환자는 오후 2시경 클리닉을 방문했는데 전날 집에서 잰 수축기 혈압이 180 mmHg를 계속 넘어,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방문 당일 아침에 복용하고 있던 카르베딜롤을 12.5 mg에서 25 mg으로 올려 복용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뒤 설사, 어지러움증 등의 증상으로 오전에 매우 힘들어서 응급실을 가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클리닉에서 잰 혈압은 158/70, 맥박은 55였다당일 아침 카르베딜롤을 복용하고 집에서 잰 혈압은 126/61이었으며 맥박은 기록하지 않았다고 한다임상인 (clinician)으로서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비록 혈압조절을 위해 방문했다 하더라도 아침에 있었던 증상이 현재 환자의 가장 큰 문제이므로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환자의 짧은 설명에 따라 증상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우선 저혈압, 서맥 등이 있다저혈압의 원인은 다시 카르베딜롤의 용량 증가와 설사로 세분할 수 있다이를 구분해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먼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서맥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 “아침에 혈압을 쟀을 때 맥박은 얼마였나요?”

환자: “기억이 안 나요아무도 맥박을 기록하라고 하지 않아서 기록하지 않았어요.”

: “서맥도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복용하고 계시는 혈압약들이 맥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고혈압약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 맥박수의 정보가 필요합니다다음부터는 혈압과 함께 맥박도 같이 기록해서 가져오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환자: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설사와 어지러움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 “어지러움 증상은 설사가 일어난 후에 일어났나요 아니면 설사 전에 일어났나요?”

환자: “설사 전에 일어났어요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는데 어지러웠어요그리고 화장실 갔다와서 몸이 안 좋아 좀 누워있었고 좀 지나니까 괜찮아져서 클리닉에 오게 되었어요.”

이 대답으로 보아 설사는 어지러움 증상을 일으킨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 환자의 설명으로 보아 기립성 저혈압일 가능성이 높았고 카르베딜롤은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

: “카르베딜롤을 복용한 지 얼마나 지나서 어지러움이 나타났나요?”

환자: “약 두 시간쯤 되었어요.”

경구로 복용하고 보통 1-2시간 뒤에 혈중 농도가 가장 높아지므로 약 복용 시간과 어지러움 사이의 관계로부터 카르베딜롤이 어지러움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맥은 기록이 없었으므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상의 정보로 아마도 환자에게 카르베딜롤의 용량증가에 의한 기립성 저혈압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느꼈음)이 나타났던 것 같다

위에서 보듯 필요한 정보를 생각해 내고 그것을 환자로부터 얻어내어 분석하는 것은 고도의 인지능력이 필요한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고도의 인지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지라도 아직 의사와 약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왜냐하면, 좋은 환자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와 잘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는 환자 말을 잘 들어주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다), 환자의 감정을 이해하며 환자의 선호도를 치료에 고려해 주는 능력도 필요하다.  

, 다른 직역과도 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그런데, 이런 능력은 단순히 지식이 많다 또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반드시 훌륭한 임상의나 약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  임상에서는 한 가지만 정답인 상황이 드물다여러가지 정답이 존재하거나 환자의 선호도, 사회경제적인 환경 등 문헌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요인에 따라 답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위 환자의 예를 계속 들어본다.

외래환자 수련 과정 (ambulatory care rotation)을 시작하는 약사 레지던트 (pharmacy resident)와 함께 환자를 보았기 때문에 레지던트에게 물어 보았다.

: “이 환자 치료 어떻게 할래요?”

레지던트: “환자가 카르베딜롤 6.25 mg을 가지고 있으니까 4 (25 mg) 대신 3(18.75 mg)를 복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괜찮은 생각이었다특히, 환자는 벌써 여러 개의 혈압약을 최고 용량으로 복용하고 있기에하지만, 약에 의해 부작용이 나타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 약을 더 이상 복용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 물었다.

: “18.75 mg을 복용하는 것이 괜찮으신지요?” (내가 쓴 표현은 “Are you comfortable with taking 18.75 mg at this time?)

환자: “용량을 올린 것이 분명히 응급실에 갈 생각까지 할 정도의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지금은 싫습니다.”

: “그럼, 원래 용량이던 12.5 mg을 다시 복용하시다가 설사가 완전히 끝난 다음 날부터 18.75 mg으로 올려 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계속 복용하셨던 12.5 mg으로는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았으니까 용량을 좀 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 (좀 머뭇거리다가) “그건 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기립성 저혈압을 방지하려면 되도록 천천히 일어나세요침대에서 일어나실 때에는 한 2-3분 앉아 계시다가 일어나시고요, 물을 자주 드셔야 합니다.”

환자: “, 알겠습니다.”

임상에서는 여러가지 답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문헌자료로부터 답을 구할 수 없는 임상적 경우도 많은데 이 때에는 임상인의 임상경험과 기존의 지식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뿐만 아니라, 환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에 이를 잘 유도해야 한다이처럼 임상결정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좋은 치료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기계가 이를 갖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면허를 가진 전문직종인 의사와 약사는 치료결정과 같은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따라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치료방법을 자신의 지식과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검토하여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 결정할 책임이 있다따라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약사들도 인공지능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입력시키는의사/약사들 못지 않게 임상문헌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의사와 약사의 일부 직역은 인공지능에게 넘겨질 것이다예를 들어, 약사의 단순 조제 업무는 자동화될 가능성이 큰 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약사 직역은 조제 중심이다직역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따라서, 인공지능시대의 도래에 대비하기 위해, 또 무엇보다 환자의 좋은 치료 결과를 위해 우리 약사들은 지식을 적절하게 이용하는데 필요한 비판적인 사고능력,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사용하는 분야로 직역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신재규 교수▲ 신재규 교수
<필자약력>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팜다이제스트 (Pharm Digest)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미국의 '오리지널-제네릭사 전쟁' 우리의 미래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 고기현 이사…미국 제약시장 다룬 '...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쿠싱병의 조기진단과 치료

쿠싱병의 진단과 치료 (김성운) / 약물요법 (박현아) / 약품정보 (방준석) / 핵심복약지도 (정경혜)

약업북몰    신간안내

질환별로 본 건강기능식품학

질환별로 본 건강기능식품학

개국가에서 환자를 케어 할때 쉽게 설명 할 수 있도록 ...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