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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우리나라 의료 경험기 5 – 필요할 때 입원하기 어렵고 환자 중심과는 거리가 먼 대학 병원 응급실

편집부

기사입력 2018-01-04 10:3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얘야, 내 소변 좀 봐 줄래? 거품이 좀 많은 것 같아.”
“소변 보실 때 아프셨어요?”
“아프지는 않았는데 좀 불편했어.”

어머니의 열을 재어 보니 첫번째는 38도, 두번째는38.4도였다.  이틀전 항암제를 맞으셨기 때문에 면역세포인 호중구 부족에 의한 발열 (febrile neutropenia)이 우려되었고, 간호사가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었기에 서울대 응급실로 달려갔다.

미국 병원의 응급실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로 악명이 높다.  나도 발목을 삐어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두어 시간을 기다려서야 의사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비교했을때 난 빨리 진료를 받은 축에 속한다). 그래서, 서울대 응급실에서도 오래 기다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도착한지 30분 이내에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놀랐다.  알고보니 확장 공사로 인해 그 규모와 서비스가 많이 줄어서 근처 병원 응급실로 환자들을 안내하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가 적었던 것이다.

접수를 하자 보호자 1명만 보안을 거쳐 응급실 안으로 들어갈도록 허용하고 있었다.  미국 병원의 응급실과는 달리 출입할 수 있는 보호자 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몇 년전 전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메르스 (MERS – 이유를 모르겠지만 영어를 독일어 발음하듯이 읽는다) 감염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보안을 거쳐야만 하는 통로외에도 접수 대기실과 응급실을 연결하는 통로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누구나 응급실로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병원 보안요원이 정기적으로 응급실안을 돌아 다니면서 보호자 수를 세고 있었다).

보안을 통과하고나서 의사를 보기 전에 두 명의 간호사를 차례로 만나야 했다.  응급실문 바로 앞에 있던 첫번째 간호사에게 증상을 설명했더니 응급실 내부에 있는 두번째 간호사에게 보내졌다.  설명 간호사라는 명패를 가지고 있어서 무엇을 설명해 주려나 기대했었는데 아무런 설명없이 첫번째 간호사처럼 증상만 물었다.  그리고는 응급실안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왜 같은 것을 두 번, 서로 다른 두 명의 간호사에게 설명하도록 만들어 놓았을까?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좀 기다리자 인턴으로 보이는 의사가 진료실 문을 열고 나와서 어머니 이름을 호명하고는 들어 가버렸다.  진료실에 들어가 보니 담당의사와 어머니를 호명했던 인턴으로 보이는 의사가 앉아 있었다.  굳이 진료실 밖으로까지 나와서 호명했으니 차라리 환자와 보호자에게 먼저 인사하고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면 환자와 보호자가 좀 더 따뜻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담당의사는 자신에 대한 아무런 소개도 없이 증상을 먼저 물어 보았다 (문화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미국의 경우, 이름과 직책 – 예를 들어, 오늘 응급실 담당의사인 누구 - 을 환자에게 먼저 알려 주는데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서인지 이것이 좀 더 직업인답게 여겨진다).  그리고서는 진찰을 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묻지도 않고 갑자기 겉옷을 올리려고 하였다.  담당의사는 여자였지만 인턴이 남자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난처해하셨다.  그 때 의사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노크도 없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서 더욱 부끄러워하셨다.  의료진의 행동으로 보아 이들은 환자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환자는 인턴이 아닌 응급실 담당의사를 만나러 온 것이다.  왜냐하면, 치료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담당의사이지 수련인 신분인 인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료 중에는 신체부위를 포함한 환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담당의사는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에게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사람인 인턴이 함께 있어도 되는지에 대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수련인이 있을때 환자에게 수련인이 함께 있어도 되는지 항상 묻는다.  그런데, 서울대 병원 응급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수련인이 함께 있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서울대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담당의사는 어머니 차트를 미리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차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인 언제 어떤 항암제를 투여 받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또, 현재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 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환자의 차트를 미리 읽지 않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해 물어 보지 않는 것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병원 외래 방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료방식이었다.  차트는 환자의 질병과 치료 상태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고, 환자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진료와 치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 응급실에 오기 전에 항생제나 해열제를 먹었으면 검사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이런 진료방식은 생소한 것이었다.  

담당의사가 피검사, 요검사,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요구해서 다시 응급실내 대기실로 나왔다.  대기실은 마치 외래 진료하는 곳처럼 채혈구역, 흉부 엑스레이 구역 등 여러 검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환자는 각각의 검사구역으로 스스로 이동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검사를 받았다.  이는 우리대학 병원과 Kaiser 병원 응급실과는 좀 다른 방식이었다.  이들 병원에서는 응급실에 들어가게 되면 환자는 응급실내 병실 하나를 배정받는다.  이 병실로 간호사가 방문해서 채혈하고 의사가 직접 와서 진단, 상담한다.  즉,  만약 검사실에서 검사가 필요하면 간호사나 병원 담당자가 와서 환자를 직접 이송한다.  

다시 말하면, 환자가 스스로 검사를 위해 이동하게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마 병원 일손이 충분치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불안정할 수 있는 응급실 환자의 특성상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스스로 이동하는 동안 넘어질 수 있고, 전염성이 강한 감염 환자는 대기실에 있는 동안 다른 환자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그래서,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동반 보호자 수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개별 병실에 환자를 배정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확장된 서울대 병원 응급실이 이런 구조를 가졌으면 좋겠다). 

대기실에는 의자만 있고 침대는 없어서 기운이 떨어지신 어머니가 눕고 싶어도 누울 수 없어 매우 힘들어 하셨다.  또, 드신 것이 별로 없어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요검사가 지연되었다.  그런데, 응급실의 화장실은 좁고 무엇보다 문턱이 있어 수액이 걸린 바퀴달린 이동 기구를 들고 나기가 불편했다.

담당간호사는 정기적으로 순회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혈압 등 바이탈을 측정했는데 매우 친절했다.  어머니가 5시간동안 여러 번 시도해도 소변을 받을 수 없자 결국 간호사가 관을 이용해 소변을 채취해야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담당의사는 호중구감소증은 항암제 주사후 약 1주일 이후에 나타나므로 호중구감소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한 발열 같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는 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 (acetaminophen)을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항암제를 맞을 때, 호중구 감소의 시기를 미리 알려 주었더라면 응급실에 오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진료가 끝날 즈음 담당의사가 준 조언은 충격적이었다.  

“다음부터는 열이 나면 집 근처 병원의 응급실로 가세요.  저희 병원에는 입원할 병실이 없기 때문에 어차피 저희도 이 근처 다른 병원으로 입원을 주선해 줄 수밖에 없거든요.”

서울대 병원은 어머니를 중증 암환자로 진단한 주치의가 있고 이틀전 항암제 치료를 제공한 병원이다.  그런데, 이런 병원이 어머니가 급한 상황이 왔을 때 치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또 하나 기가 막힌 이야기를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 같이 갔던 동생으로부터 들었다.  동생은 응급실 접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응급실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오후 7시쯤이었다.  약 한 시간 뒤에 20대의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보이는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응급실 대기실로 들어왔다.  이 환자는 응급실에 오기전에 벌써 보호자와의 동의하에 의료진과 입원하기로 합의한 것 같았다.  그런데, 병원에 온 환자는 갑자기 마음을 바꿔 입원하기 싫다고 바닥에 눕는 등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에 입원을 권유한 의료진이 달려오고, 보호자와 함께 무려 4시간에 걸친 설득 끝에 환자는 다시 입원을 동의했다.  마침내 일이 해결된 듯 했는데 갑자기 큰 걸림돌이 하나 나타났다.  원무과에서 입원을 거부한 것이다.  

이유는 보호자와 환자의 관계에 대한 서류가 미비하다는 것.  의료진이 나서고 보호자가 다음날 아침에 제출하겠다고 해도 지금 당장 서류가 없기 때문에 입원이 안된다는 것이다.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그 환자는 결국 입원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아마 그 환자와 보호자는 다시 이 병원으로 입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원무과는 의료진과 환자를 지원하는 부서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서울대 병원에서는 가장 힘이 센 부서처럼 보였다.  

응급실을 통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없고, 환자가 아닌 원무과가 중심인 병원이라면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주 뒤 어머니 담당교수를 외래로 만날 때 그동안의 진단 기록을 받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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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신문이면 약사들부터 자정해야하지 않을까요. ?식후 30분후에 드세요 말밖에 안하고 건강식품이나 팔아먹으려고 권하교 수가는 진료비만큼 책정되어있죠.? (2018.02.08 15:39) 수정 삭제

댓글의 댓글쓰기

솜다리 추천 반대 신고

반드시 꼭 우리나라 의사들이나 의료진 또는 관계자가 읽고 개선되길 바랍니다..
(2018.02.08 14:53)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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