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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입원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8 –

신재규교수

기사입력 2018-09-18 09:26     최종수정 2018-09-18 09:2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어머니는 삼성서울병원 암병동에  8월 4일부터 9일까지 5박 6일동안 입원하셨다.  난 환자보호자로서 매일 어머니곁에 있었고 병원에서 세 밤을 보냈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의 입원환자 케어 시스템이 24시간동안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병원 중 하나이므로 이 병원의 입원환자 돌봄 제도 (inpatient care system)가 우리나라 다른 병원들보다 낫거나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3-4개의 컬럼을 통해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환자 케어를 위해 우리나라 병원의 입원환자 돌봄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 지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우리학교 병원의 예과 비교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입원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부족한 간호, 의료인력이었다.  난 병동을 돌아보면서 간호사와 의사 한 명이 몇 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지 세어 보았다.  처음에 센 숫자가 너무 황당해서 다시 세어 확인해야 했다 – 왜냐하면, 놀랍게도, 간호사는 1인당12명, 의사는 20-25명의 환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일반 병동 (Medical/Surgical wards)의 경우, 간호사 1인당 5명을 담당하니 간호사 1인당 12명은 우리학교 병원의 두 배를 약간 넘는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병원 소속 전문간병인이 환자를 같이 돌보기 때문에, 우리나라 병원에서의 간호인력 1인당 업무량은 미국 병원 간호사 1인당 업무량의 두 배를 훨씬 초과하는 셈이다.

이렇게 간호인력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이를 메꾸기 위해 우리나라 병원은 환자보호자를 이용하고 있다.  즉, 환자보호자에게 전문간병인 역할과 간호사 역할의 일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입원하고 조금 있다가 담당 간호사가 들어와서 어머니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그러고는 환자가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뼈가 직접 침대 매트리스에 닿기 때문에 욕창의 위험이 아주 높아서 어머니의 자세를 2시간에 한 번씩 바꾸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간호사들이 2시간마다 병실에 들어오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정작 환자 자세를 바꾸는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환자 보호자의 책임이라고 하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환자의 자세를 바꿔 주는 일은 미국에서는 전문간병인이 역할인지라 난 누워 있는 입원환자 자세를 바꾸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시범이라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어머니 담당 간호사는 환자 자세 바꾸는 법을 설명한 종이 한 장을 달랑 놓고는 나가 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환자가 하루 동안 얼마나 소변을 보았는지 계량하고 기록하는 것과 시간에 따라 환자에게 이 약 저 약 주는 것은 미국에서는 간호사의 역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환자보호자인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가족이 입원하면 그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인데 거기에 더해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을 환자보호자에게 맡기는 것이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는 것일까?  또, 환자에게 안전사고가 생겼다면, 누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나?  예를 들어, 환자보호자가 경황이 없어 2시간마다 환자의 자세를 바꾸지 못해 욕창이 생겼다면 이는 환자보호자 책임인가 병원책임인가? (원래는 병원이 해야 할 일이고 환자보호자가 자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의 책임으로 보인다) 

8월 8일 월요일 새벽 5시경, 여느 때처럼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와서는 혈압 등 바이탈을 측정하고는 그날 드릴 어머니 약들을 놓고 나갔다. 이 중에는 진통제인 옥시코돈 (oxycodone) 15 mg 네 알이 들어 있었는데, 한 알씩 6시간마다 드리도록 되어 있었다.  전날 어머니가 통증을 많이 호소하지 않아서 두 알만 드렸기 때문에 두 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난 간호사를 바로 찾아 가서 오늘은 네 알이 다 필요없다고 말했다가 크게 혼나고 말았다.

간호사:”아니 왜 이걸 이제 말해 주시는 거예요?  어제 말해 주셨어야죠.  그리고, 약을 환자보호자 마음대로 바꿔주면 안 돼요!”

난 환자보호자의 역할이 부족한 간호인력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간호사는, 그 태도로 보아, 약을 주는 것은 환자보호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환자에게 때에 맞춰 투약하는 것은 간호사 고유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입원환자 개개인의 약물 투여 기록지 (Medication Administration Record; MAR)를 마련하고 간호사로 하여금 작성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약을 직접하지 않으면 어떻게 간호사가 무슨 약을 언제 얼마나 투약했는지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또, 정기적으로 투약하는 약도 환자의 상태를 봐 가며 주어야 하는데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법을 배우고 수련받지도 않은 환자보호자에게 투약을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환자 돌봄일까?  

경황이 없는 환자보호자가 제 시간에 약을 주는 것을 잊어 버릴 수도 있고, 환자보호자가 바뀌는 경우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약을 잘못 주거나 빼먹을 수 있다.  또, 옥시코돈 같이 중독성이 큰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반드시 지정된 환자만이 사용해야 하며 병원은 이런 약들이 본래 의도한 목적을 벗어나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런데, 환자보호자에게 이런 약들의 투약을 맡기면 환자가 복용하는 지 다른 사람이 쓰는 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간호사에게 8월 7일에 남은 2알을 이야기하지 않고 병원밖으로 몰래 가지고 나가면 과연 병원은 알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병원도 이제는 환자보호자 대신 전문간병인을 많이 쓰기 시작하는 것 같다.  전문간병인은 환자보호자보다 환자 돌봄에 대한 수련과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환자 돌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가 직접 전문간병인을 고용해야 한다 (물론, 병원이 주선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돈을 주는 쪽은 환자이지 병원이 아니다).  병원 외부 인력을 고용하는 경우, 병원마다 다른 내규를 잘 모르기 때문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환자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 환자 개인정보 보호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다인실 병실이 많은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가 특히 더 중요하다).  그리고, 간병인은 간호 수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인력이 수행해야 할 역할 – 예를 들어, 약물 투여와 기록 – 을 대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양질의 환자 돌봄을 위해 간병인의 사용과 함께 병원의 간호인력을 확충시켜야 한다.

간호인력 뿐만 아니라 약사인력도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약사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미국을 방문한 약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고 있다.  우리학교 병원은 약 700병상인데 100명이 넘는 약사가 활동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규모의 우리나라 어느 대학병원에는 고작 10명정도의 약사만이 고용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학교 병원에서도 입원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있어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은데, 이보다 약 10배나 적은 수의 약사로는 이를 담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입원환자 수 당 최소한의 약사인력을 규정하는 법률의 제정에 정부가 반대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의사 한 명당 환자 수에 대한 것은 의료진 운영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다음 컬럼에서 따로 다루기로 한다.)

신재규교수▲ 신재규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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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 추천 반대 신고

의료와 교육을 생각하면 한국을 떠나고 싶습니다.. (2018.09.20 14:02)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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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 추천 반대 신고


한번이라도 병원에서 보호자가 되었던 분들은 모두 공감할 사항입니다..
위 사항 말고도 병(예: 장염)을 하나 더 추가하기도 합니다.
정말 심각합니다..청소 하는 분들도 겨우 잠든 환자 깨거나 말거나 휴지통 던지 듯이 일하고요....
모두 나열이 어렵습니다..빠른 개선이 요구됩니다..
(2018.09.20 13:50) 수정 삭제

댓글의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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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간호인력을 확충하면 입원비는 올라갑니다. 낸만큼 서비스 받는겁니다.. (2018.11.25 08:27)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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