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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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증질환 보장제도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25

신재규

기사입력 2019-01-02 09:27     최종수정 2019-01-02 09:3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오빠, 약값이 고작 500원이네!”

대학병원 근처 약국으로 진통제인 트라마돌 (tramadol) 2주일치를 타러 갔던 동생이 영수증을 보여 준다미국의 비싼 의료비에 익숙한 나는 저렴한 약값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중증환자로 등록되어서 5%만 내면 된대.”

이는 약값 뿐만 아니라 진료비, 검사비, 시술비 등 병원비 전반에 적용되었다예를 들어, 완화치료과 신동욱 교수를 만날 때마다 낸 진료비는 1000원밖에 되지 않았다의료비와 약값 자체가 미국보다 싼 데다 5%만을 부담했기 때문에 어머니 치료에 든 비용은 장례비용보다 더 적게 들었을 정도였다.

암 등 중증 질환은 오랫동안 비싼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의료비 부담이 크다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치료를 장기간 꾸준히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좋은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그런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중증질환의 진단을 받은 것만으로도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정신적인 충격이 커 집중하기 힘들 수 있는데 여기에 비싼 의료비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치료에 집중하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증 질환 환자들의 병원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비 걱정을 덜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비싼 의료비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의 경우, 비싼 의료비는 개인 파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의 의료비 그 자체가 비싸다그래서, 미국에는 두 종류의 의료비가 있는데 하나는 비싼 의료비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비싼 의료비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응급실 방문에 우리 돈으로 50만원이상 들고 맹장염 수술에 2000만원 가까이 든다그런데,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을 갖는 것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병에 걸리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집 팔아서 치료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로 의료비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었는데 이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띈다먼저, 정부가 정한 중증질환인 암, 심장, 뇌혈관, 증중화상 등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따라서, 4대 질환에 적용되지 않지만 다른 중증 질환, 예를 들면, 간경변 등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같다반면, 미국의 공적보험인 메디케어 (Medicare), 외래진료의 경우, 80%의 진료비/치료비를 질병의 종류에 관계없이 보험이 지불해 준다.  

둘째, 5%의 본인부담률 적용이 되지 않은 경우가 꽤 있었다어머니가 요도염으로 동네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일반적으로 내는 금액을 지불했으므로 이 5%의 본인부담률은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동네의원의 설명으로는 췌장암 치료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항목들에 대해서만 5%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된다고 한다그런데, 중증 질환이 진행되거나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다른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중증 질환이 진행되면 식욕을 잃어 잘 못 먹게 되어 살이 빠지게 되고 이에 따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중증 질환 치료과정 중 크고 작은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따라서, 어떤 항목이 중증 질환의 치료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중증 질환의 치료에 직접 관련이 있는 항목에만 5%의 본인 부담률의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중증 질환의 치료에 직접 관련이 있더라도 비급여로 규정되어 있는 항목들도 많은 것 같다췌장암이 진행함에 따라 자라난 암세포에 의해 췌담도가 막히게 되어 췌장에서 만든 효소들이 소장으로 잘 분비되지 않을 수 있다췌장에서 만든 효소들은 소화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 효소들이 부족하게 되면 소화가 되지 않고 영양분이 흡수되지 않아 더욱 살이 빠지고 약해지게 된다그런데, 췌장효소제인 노자임은 비급여로 되어 있어서 본인이 100% 부담해야 했다.  

미국 건강보험의 경우, 이처럼 필요해서 처방한 약이 비급여로 되어 있으면 이에 대해 처방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보험사로부터 심사를 받아 지불혜택을 받을 수 있다우리나라도 환자의 상태와 처방자의 의견을 급여방법에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다면 환자와 가족들이 좀 더 치료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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