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약대·약학

<59> 이대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 시스템의 문제로 보아야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이종운

기사입력 2019-04-01 12:51     최종수정 2019-04-02 12:0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  이대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 시스템의 문제로 보아야

지난 2월, 법원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병원 의료진과 간호사 7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는 2017년 12월16일 밤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던 4명의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상온에 방치된 뒤 시트로박터 프룬디 (Citrobacter freundii)라는 균에 의해 오염된 주사 영양제를 맞고 패혈증에 걸려 사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담당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감염예방수칙을 위반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감염을 방지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이 점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흠.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고귀한 생명을 넷이나 잃었는데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는 검찰이 번지 수를 잘못 짚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개인보다는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위해가 일어나는 사건의 경우, 고의나 태만이 원인이 아닌 이상, 개인의 잘못 때문에 벌어졌다기 보다는 여러 사람이 관련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벌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병원에서 받는 케어의 과정이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굉장히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한다.  한 환자의 케어에는 직접 환자를 접하는 의사, 간호사외에도 환자가 직접 접하지 않을 수 있는 검사실 직원, 약사 등등 여러 사람들이 필요하고 이들의 역할은 시스템에 의해 규정된다.  즉, 병원이라는 시스템에서 의사, 간호사, 약사 등 각 구성원의 역할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각각 맡은 역할을 함으로써 환자 케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병원의 시스템에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의사 자신이 직접 약을 구해 환자에게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 약사가 검토하게 하고, 약국이 병동으로 보낸 약은 투여하기 직전에 간호사가 다시 최종 점검을 하는 등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게 위해가 일어났다는 것은 시스템이 마련한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병원의 시스템은 여러 사람이 관여하는 복잡한 것이라 때로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이 모호해 질 수 있다.  그래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의 운용을 돕고자 병원은, 영어로는 ‘policy & procedure’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매뉴얼이라고 부른다)와 지침서 (guideline)이라는 것을 만들어 구성원들과 공유한다.  Policy & procedure에는, 말 그대로 어떤 사항에 대한 병원의 정책과 과정이 담겨있다.

이 문서에서 주사 영양제라는 사항의 예를 들어 보면, 누가 만들고, 어디에 보관하며, 유효기간은 언제이고, 어디에 어떻게 표시하며, 소량으로 분주하면 누가 어디에서 어떤 시설을 갖춘 곳에서 하는지 등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침서는 보통 어떤 사항에 대한 권장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주사 영양제는 어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어떤 것을 모니터하는 것이 좋겠다하는 것을 권장하는 식이다. 

그런데, 시스템은 사람이 만든 것이라 아무리 잘 디자인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을 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병원은 정기적으로 시스템을 검토 분석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함으로써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질 개선 (quality improvement) 활동이라고 부르는데 병원내 여러 위원회 (committee)가 이를 맡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나는 우리학교 병원의 anticoagulation & hemostasis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의사, 약사, 간호사, 혈액 검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분기별로 모임을 갖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등의 사용에 관련된, 병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나 환자 안전에 관련된 사항을 검토 분석하고 이 약물들의 사용에 관련된 policy와 procedure와 지침서를 만들고 개정하는 활동을 한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을 살펴 보면 1) 약국에서 조제한, 쉽게 상할 수 있는 주사용 영양제가 상온에 보관되었고 2) 신생아 한 명당 한 병의 영양제를 주사해야 하지만 병원은 이를 나누어 여러 신생아에게 사용했고 3) 무균 시설을 갖춘 약국에서 약사가 분주해야 할 영양제를 간호사가 병동에서 직접 분주했으며 4) 보관 또는 분주 과정에서 균에 오염되어 투약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사제 준비자와 투약자가 같아야 한다는 간호 수칙도 어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은 1993년 개원이래 한 병의 영양제를 여러 신생아에게 나누어 맞추는 관행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위에서 보듯 이 사건은 한 사람이나 소수의 고의나 태만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다.  대신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신생아 중환자실 케어에 관련된 병원 직원들이 시스템이 요구하는 역할을 다 하는 가운데서 벌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약국에서 병동으로 보낼 때 영양제 주사제 병 라벨에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 것이 명확히 표기되지 않았거나 병동의 냉장보관시설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병동에서 주사제 준비자와 투약자가 같은 지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개선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주사 영양제를 신생아에게 사용하는 데에 대한 policy와 procedure나 지침서가 만들어져 있지 않았거나, 만들어졌어도 이를 제대로 지키는 지에 대한 병원 차원의 정기적인 검토와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특히, 개원이래 한 병의 영양제를 여러 신생아에게 나누어 맞추는 관행을 계속해 왔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이를 주사 영양제에 대한 병원의 정책으로 여기고 따랐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사건은 병원이 신생아들에게 주사 영양제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에 대해 촛점을 맞춰야 한다.

시스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고의나 태만이 아닌 이상 개인에게 탓을 돌리게 되면, 잘못 작동되고 있던 시스템이 계속 운영될 가능성이 커서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큰 반면, 시스템에 대해 촛점을 맞추면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다른 병원들도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어 의료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개선되기 때문이다.  네 명의 어린 생명을 잃었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티쎈트릭 ‘PD-L1 발현율’ 삭제, 환자들에 큰 도움될 것”

강진형 교수 “선택지 다양화는 좋은 소식…더 넓은 ...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Pharmaceuticals in korea 2019

Pharmaceuticals in korea 2019

‘Pharmaceuticals in korea 2019’은 한국제약바이오산...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