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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소비자 직접 의뢰 (DTC)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할까?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9-05-07 11:49     최종수정 2019-05-07 13:3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2, 정부는 소비자직접 의뢰 (DTC) 유전자 검증 서비스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시범사업을 위해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산하 유전자 심의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판단된 개인의 특성이나 건강에 관련57 개 항목이 선정되었다 (아래 표 참조). 

 . 인증제 시범사업 적용 DTC 검사항목

 


이를 살펴보면, 비타민 등의 영양소 농도를 비롯하여 기미/주근깨, 새치 등 피부/모발의 특성, 그리고 혈압, 혈당 등 건강에 관련된 다양한 항목이 들어 있다.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공청회 등을 통해 유전자 검사 제도 개선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궁극적으로는DTC 유전자 검증제도를 도입하여 안전하고 정확한 유전자 검사를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이 그 목적인 것 같다유전자 검사라는 용어가 많이 낯설 일반인들, 혹은 이 제도의 말을 빌려 말하면 소비자들에게 우리 약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이 유전자 검사에 대해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

먼저 몇 가지 용어에 대해 설명해 보기로 한다유전자란,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가진 모든 DNA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D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생명현상에 아주 기본적이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그런데, 우리의 DNA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으로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그렇기 때문에 우리 얼굴이 서로 다르게 생겼고 질병에 대한 감수성, 약물에 대한 반응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그래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예를 들면, 내가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보통 의학 검사는 의사가 환자를 대신해서 검사기관에 의뢰하지만, 이 제도는 소비자가 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검사기관에 의뢰한다고 해서 소비자 직접 의뢰라는 말을 붙였다그런데, 영어 약자인 DTCdirect to consumer란 말로, 검사기관이 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검사상품을 파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검사기관 이 제도에서는 검사회사 가 직접 소비자에게 광고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검사를 주문하게 하는 것이므로 소비자 직접 의뢰보다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검사상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이름일 것이다어쨌든 요약을 하면, 이 제도는 유전자 검사 회사가 의료기관이나 의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하고 소비자가 유전자 검사를 주문하면 검사결과를 직접 소비자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의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 자신이 상품을 고르는 것이 매력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검사를 주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검사를 통해 어떤 정보를 얻느냐이다.  DTC 유전자 검사의 경우, 소비자가 얻는 정보는 검사항목에 대한 발현 가능성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여기서의 가능성이란 내가 가진 유전자 특징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를 말하므로 상대적인 가능성을 의미한다예를 들어, 내가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20% 더 높다라는 결과를 받았다면, 이는 내 유전자 특징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내가 20% 더 높다는 의미지 내가 앞으로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20%란 뜻이 아닌 것이다그런데, DTC 유전자 검사의 대상이 되는 유전자들이 개인의 특성이나 건강에 대해 끼치는 영향은 대부분 10-30% 정도로 비교적 작다, 어떤 유전적 특징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발현 가능성이 10-30% 정도 높을 뿐이지 10-30배 더 높은 것이 아니다

상대적이며 제한된 영향만을 알려준다는 측면외에도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얻는 정보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왜냐하면, “개인의 특성이나 건강에 관련된 항목들은 유전자 외에 환경 등 다른 요인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개인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는 기미/주근깨의 예를 들면, 햇볕의 강도와 이에 노출된 시간이 큰 영향을 끼친다, 식단, 운동 등 개인의 생활습관이 고혈압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개인의 특성이나 대부분의 질병은 여러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다.  , 어떤 유전적인 특징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특성이나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 유전적 특징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DTC 유전자 검사 대상은 아니지만, 돌연사를 일으키는 QT 증후군 (long QT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다이 증후군은 심장세포 내외로 이온들을 이동시키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나타난다그런데, 이 증후군은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모두 나타나지 않는다반대로, 이 변이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약물 등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심장세포 내외로 이온들을 정상적으로 이동시키는 데에 문제가 생겨 돌연사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한계는 개인의 특성과 건강과 관련있는 유전적 변이들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유전적 변이들은 유전자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검사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고려할 점은, 검사결과를 어떻게 진단, 예방,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느냐이다예를 들어,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새치가 나올 가능성이 30% 높다고 하자내가 새치 발생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마도 거울을 자주 보면서 흰 머리카락이 나올 때마다 뽑는 것 밖에는 없을 것이다그런데, 새치 뽑는 일은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고도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면 부지런히 할 수 있는 일이다새치는 개인 특성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자그러면 질병 발현에 관련된 경우는 어떨까예를 들어,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20% 더 높은 결과를 받았다면 고혈압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예방법이 있지 않을까일단, 고혈압 예방약은 아직 허가받은 것이 없으므로 약은 쓸 수 없다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생활습관 소금섭취 줄이기, 규칙적인 운동 등 밖에 없는데 이는 유전적으로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든 낮든간에 정부와 의사단체 등이 모든 사람들에게 실천하기를 권고하는 것들이다이처럼 DTC 유전자 검사에 포함된 항목들은 실제 그 결과를 임상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다시 말하면, DTC 검사 결과, 어떤 유전적인 특성을 가졌다고 해서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진단, 예방, 치료방법이 달라지지 않는다.   

진단, 예방, 치료라는 관점에서 보면, 검사는 반드시 필요한 것 (necessary to have)과 알면 좋은 것 (nice to know)으로 나눌 수 있다전자는 진단, 예방, 치료 방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다그런데, 예방과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검사 결과에 따른 예방과 치료법이 존재해야 한다혈압이 좋은 예이다혈압약이 있으므로 혈압이 높으면 약을 사용하여 떨어뜨릴 수 있다반면, 어떤 검사 결과는 알면 좋지만 그렇다고 그 결과가 진단과 치료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닌 것들이 있다우리나라에서 건강검진검사 항목으로 인기가 있는 체지방 측정이 이에 해당한다몸의 어느 부분에 지방이 더 많다라는 정보는 알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분에서만 특별히 지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식품으로든 약으로든 아직까지는 없으므로 치료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몸무게 재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이처럼 알면 좋은 검사는 진단, 예방,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세째, 검사에 따른 위험이다우리나라에서는 약이나 시술과 달리 검사를 쉽게 받는 경향이 있는데 약과 시술처럼 모든 검사에는 위험이 따른다이 위험에는 크게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다물리적인 위험은 약하게는 주사로 채혈할 때 수반되는 통증에서부터 엑스레이나 CT 검사에서 피할 수 없는 방사선 피폭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시술을 필요로 하는 조직검사에서의 출혈과 같이 심각한 것 등 그 정도가 다양하다, 모든 검사는 오류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부정확한 결과에 따라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다행히 DTC 유전자 검사는 침을 채취하여 입안쪽 점막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들을 분석해서 결과를 내기 때문에  물리적인 위험은 거의 없다.  , 유전자 감식의 경우 현재 기술 수준으로 정확도 (analytical validity)99% 이상이므로 오류가 있는 결과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그런데, 유전자 검사는 특히, 건강에 관련된 경우, 정신적인 위험이 따른다예를 들어,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암에 걸릴 가능성이 20%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하자어떤 사람들은 그 결과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수 있다물론 DTC 유전자 항목에는 암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받을 정신적인 위험은 비교적 낮아 보이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DTC라는 독특한 제도에 관련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DTC 유전자 검사 결과가 직접 소비자에게 보내지기 때문에 건강과 의학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소비자가 이를 잘못 해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흡연자가 DTC 유전자 검사결과 자신의 니코틴 의존도가 다른 사람보다 낮게 나왔다고 하자이 결과를 가지고 자기가 니코틴에 대한 영향을 덜 받으므로 담배가 자신에게 덜 해로울 것이라고 잘못 해석해서 계속 흡연할 수 있다.  , 건강에 관련된 모든 유전자 검사가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은 소비자가 자신은 위험이 낮다고 생각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게을리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DTC 유전자 검사를 주문하기 전에 1) 이 검사로부터 얻는 정보에는 많은 한계가 있고 2) 이 검사 결과가 진단, 예방, 치료방법에는 현재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며 3) 이 검사 결과를 잘못 해석하면 건강에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이 글이 약사의 임무 중 하나인,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조언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정보>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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