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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인터넷 건강관련 정보에 의해 생기는 환자들의 오해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교수

기사입력 2019-06-10 10:48     최종수정 2019-06-10 10:5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어~, Mr. Y 환자가 지난 주에 Urgent care 클리닉에 왔었나 보네.’

내 클리닉은 금요일에 있다.  그래서, 난 방문예정인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목요일 오전에 미리 읽고 다음 날 있을 클리닉을 준비한다 (이를 영어로는 patient work-up이라고 한다).  3주 전에 만난 Mr. Y의 재진 (follow-up)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동안 새로 작성된 의무 기록을 읽어 보던 중 그가 통풍 발작 (gouty attack 또는 gout flare)으로 urgent care 클리닉을 일주일 전에 방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Urgent care 클리닉이란 응급실 (emergency department)에 가야 할 정도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빨리 의사를 만나야 하는 경우 환자가 방문할 수 있는 클리닉이다.  Urgent care 클리닉을 방문한 것으로 보아 Mr. Y의 통풍이 심한 상태였나 보다.

Urgent care 클리닉에서 작성된 의무기록에 의하면, Mr. Y는 본인이 인터넷에서 찾아 낸 의료정보를 보고, 혈압약인 이베사탄 (irbesartan)이 통풍 악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때문에 Mr. Y는 저커버그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Zuckerberg San Francisco General Hospital)을 못 믿겠다고 해서, Urgent care 클리닉 의사는 신뢰회복이 지금은 가장 필요하다고 적고 있었다.

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베사탄은 내가 3주전에 Mr. Y에게 처방한 약이었기 때문이다.  Mr. Y는 40대 초반의, 조현병 (schizophrenia), 통풍, 고혈압의 지병을 가진 중국계 환자로 고혈압 치료를 위해 내게 의뢰된 환자다.  고혈압 치료로 원래는 발사탄 (valsartan) 320 mg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하고 있었는데, 나를 방문하기 한 달 전, 주치의가 리시노프릴 10 mg 하루 일회 복용으로 바꾸었다.  주치의가 약을 바꾼 이유는 미국에는 중국에서 제조된 제너릭약이 많은데 이 중 발사탄이 발암물질에 오염되었다는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리시노프릴로 바꾼 다음, Mr. Y의 혈압은 조절이 잘 안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선, Mr. Y는 발사탄 최고용량을 복용하고 있었던 반면, 리시노프릴은 허가 받은 최고 용량인 80 mg보다 훨씬 적은 용량으로 처방받았다.  또, 리시노프릴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발사탄보다는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Mr. Y의 혈압은 발사탄으로 비교적 잘 조절되어 왔었다.  그래서, 난 리시노프릴을 발사탄과 같은 계열인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인 이베사탄 (irbesartan; 우리나라에서는 이르베사탄으로도 부르는 것 같다. 그런데, 어베사탄이 영어 발음에 더 가까운 표기다) 150 mg 하루 일회 복용으로 3주 전에 바꾸었다.  

이베사탄을 고른 이유는 Mr. Y의 보험은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 중 로사탄 (losartan)과 이베사탄만을 급여로 취급하고 있었고, 이베사탄이 로사탄보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 당시 Mr. Y는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었다.  어머니는 은퇴한 간호사였고, 집에서 Mr. Y의 혈압을 재고 있었다.  그래서, 난 어머니와 Mr. Y에게 이베사탄 150 mg으로 바꾼 뒤 일주일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300 mg 하루 일회 복용으로 올리라고 지시했다.

Mr. Y은 통풍의 병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따로 통풍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른 약을 따로 복용하지 않아도 지난 5-6년 동안 한 번도 통풍 발작이 없었기 때문이다.  육류 섭취나 알콜 섭취가 늘어나면 통풍 발작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단 하나 바뀐 것 – 이베사탄 - 이 통풍발작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찾아 본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이베사탄이 통풍 발작과 관련이 있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2012년에 영국의학잡지 (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로사탄을 제외한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통풍이 발생할 위험이 24% 높다.  약 75,000명의 대규모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한 이 연구는 통풍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 예를 들어, 알콜과 육류 섭취 – 에 대한 정보를 환자들부터 직접 수집하지 않았으며, 여러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를 함께 묶는 등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이베사탄은 통풍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춘다.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을수록 통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베사탄이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춘다면 이는 통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도 의무기록을 가지고 한 연구이기 때문에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이베사탄이 통풍을 일으키는 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날, 어머니와 함께 다시 클리닉을 방문한 Mr. Y의 손에는 프린트물이 쥐어져 있었다.  

“여기에 의하면 이베사탄이 통풍을 일으킨다고 하는데요.”

그 프린트물은 미국에서 가장 큰 체인 약국인 월그린스 (Walgreens)의 약물정보 웹사이트에서 출력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이베사탄이HCTZ와 함께 들어 있는 복합제에 대한 약물정보였다.  HCTZ는 hydrochlorothiazide (우리나라에서는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로 표기하고  영어로는 하이드로클로로사이아자이드로 발음한다)의 약자다.  HCTZ는 이뇨제로, 요산의 배출을 막아 통풍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약물이다.  위에 언급한 영국의학잡지의 연구에 따르자면, 이뇨제는 통풍이 발생할 가능성을 약 2.4배나 높인다.  

“난 HCTZ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여기에 irbesartan이 씌여져 있어서 irbesartan이 통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자신이 걸린 질병이나 복용하고 있는 약을 직접 찾아 보는 환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약도 잘 복용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난 건강관련 정보를 찾아 보는 환자들을 격려하는 편이다.  인터넷 덕분에 Mr. Y와 같이 대부분의 일반 환자들이 건강관련 정보를 찾기는 쉽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찾은 정보가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하고 적용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수련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방받은 치료법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이런 오해로 말미암아 자신을 담당한 건강관련 종사자들을 믿지 않고 치료를 임의로 중단해서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Mr. Y도 마찬가지다.  월그린스의 웹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베사탄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혈압이 지난 번 방문했을 때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다.

“Mr. Y, 건강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 보신 것은 잘 하신 일입니다.  그런데, 이 정보들이 자신에게 맞는 내용인지 판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지금처럼 오해를 일으킬 수 있으니 저에게 직접 물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건 제 이메일 주소입니다.  클리닉에 오기 전에 건강이나 약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제게 이메일을 주세요.”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났을 때 Mr. Y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혈압약을 복용하고 1시간이 지났는데 혈압이 안 떨어집니다.  혈압약이 듣지 않는 것인가요?”

Mr. Y에게 다시 신뢰를 얻었나 보다.

신재규 교수 ▲ 신재규 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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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국적으로 사람차별하면 정말 안되는 일이지만
약국에 있어보면 중국분들은 의심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봐서 답변해드리면
안좋은 표정으로 갸우뚱거리고 의심하고 나가버립니다.
그럴거면 왜 내 약국와서 물어보는건지?
다른약국가서 또 의심할거면서 약국은 왜 가는건지?
(2019.06.18 13:33)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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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 추천 반대 신고

주치의 말보다 인터넷에 "~~카더라"를 더 신뢰하고 있답니다..
댓글 다는 본인도요...정말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기고문입니다..
고맙습니다..
(2019.06.11 09:30)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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