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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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상호협력 관계인 환자와 의료진

신재규

기사입력 2019-11-12 14:27     최종수정 2019-11-12 16:1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신재규 교수 ▲ 신재규 교수

“선생님, 지난 주에 받은 테스트 결과가 어떤가요?”

Mr. Z이 재진을 위해 이번 주에 클리닉을 방문했다.  60대 중반인 Mr. Z은 심근경색을 앓은 적이 있으며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남성 환자다.  난 5 년 전에 Mr. Z의 주치의로부터 협진의뢰를 받은 이후, 계속 정기적으로 만나 오면서 약물치료를 돕고 있었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1월이었는데, 당화혈색소 수치를 측정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기에 나를 만나기 전에 다시 측정하도록 오더를 넣었었다.  

“Mr. Z.  당화색소치가 더 좋아졌네요.  지난 4월 측정했을 때에는 6.7%였는데 지난 주에 측정한 것은 6.3%로 낮아졌습니다.  축하합니다!  우리 하이 파이브 한번 할까요?”

Mr. Z은 수줍어 하면서 나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2019년 미국의 당뇨병 치료 지침서에 따르면 심근경색의 병력을 가진 Mr. Z의 당화혈색소 목표 수치는 7.5-8%미만이 되겠지만, Mr. Z은 저혈당의 병력도 없고 저혈당 위험이 없는 메트포민만 당뇨병 약으로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화혈색소 목표 수치를 6.5%미만으로 잡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임상연구에 따르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낮을수록 당뇨성 신부전증, 신경병증, 안질환의 위험이 줄어든다.

“Mr. Z. 그런데, 좋지 않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혈압이 오늘도 여전히 높습니다.”

해맑게 웃던 Mr. Z의 표정이 좀 굳어졌다.  Mr. Z은 고혈압 치료를 위해 베나제프릴 (benazepril) 40 mg을 하루에 한 알, 메토프로롤 서방정 50 mg을 하루에 한 알 복용해 오고 있다.  그의 이완기 혈압은 90 mmHg미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축기 혈압은 금년 내내 143-158 mmHg로 140 mmHg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2017년 미국 심장학회의 고혈압 지침서에 따르면 Mr. Z의 목표혈압 수치는 130/80 mmHg미만이어야 하지만, 노인 환자와 영어 이해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이 많은 저커버그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 클리닉은 약물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줄이고자140/90 mmHg미만을 목표 혈압 수치로 정하고 있다).  

Mr. Z의 베나제프릴과 메토프로롤의 복용량은 최대 허가 용량보다 낮기 때문에 용량을 높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베나제프릴을 하루 최대치 80 mg 까지 복용하더라도 혈압을 40 mg보다 크게 낮추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40 mg이상으로는 보통 권하지 않는다.  메토프로롤의 경우 Mr. Z의 맥박이 분당 60 회정도로 낮았기 때문에 용량을 증가시키면 맥박수가 너무 낮아질 가능성이 컸다.

“Mr. Z. 고혈압 치료제를 하나 더 드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Mr. Z은 대답이 없다.  복용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난 Mr. Z의 과거 약력을 떠올렸다. 

Mr. Z의 주치의는 작년 초에 이뇨제인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hydrochlorothiazide)를 처방했었다.  우리 클리닉에서는 환자들에게 의사나 약사를 만날 때마다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병을 모두 가져 오라고 지시한다.  Mr. Z은 이를 잘 따르는 환자 중 하나인데 나를 만날 때마다 이상하게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약병만 가지고 오지 않았었다.  구두로 물어보면 하루에 한 알 복용한다고 대답해서 처음에는 믿었었다.  그런데, 혈압은 조절되지 않고, 계속 이 약병만을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한 번은 약국에 전화를 했었다.  그랬더니 약국에서는 Mr. Z이 이 약을 한 번도 타 간 적이 없다고 알려 주어서 Mr. Z가 이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다.  내가 작년말에 학교에서 처음으로 가르쳐 보는, 무려 11.5학점짜리 코스로 인해 내 클리닉을 잠시 닫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를 대신해 동료 약사가 내 환자를 봐 주었는데 Mr. Z의 혈압이 조절되지 않자 암로디핀 (amlodipine)을 추가로 처방했었다.  그런데, 내가 금년 1월에  Mr. Z를 보았을 때 이 약병이 빠져 있어 물어 보니 암로디핀을 복용하지 않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었다.  

Mr. Z은 벌써 다섯 종류의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약을 추가로 복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환자가 약물의 추가를 꺼리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제적인 부담이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추가 복용을 거부하기도 한다.  또, Mr. Z처럼 자신이 약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는 생각때문에 꺼리는 환자들도 많다.

Mr. Z의 혈압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Mr. Z의 과거 약력과 복용을 꺼리는 이유를 고려할 때 새로운 고혈압약을 처방하더라도 Mr. Z은 이를 복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의료진과 환자와의 관계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인 관계여야 치료결과가 더 좋다.  아무리 좋은 치료 방법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환자들은 클리닉에서는 따르겠다고 말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서는 이를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이 선호하는 것을 고려하면서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맺어야 환자들이 수긍하고 오래 따를 수 있다.  그래서, 난 Mr. Z이 원하는 방법을 먼저 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로 했다.  

“Mr. Z, 그럼 우리 다른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보고, 그래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약을 추가로 복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Mr. Z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서, Mr. Z은 소금 섭취를 더 많이 줄여 보기로 했다.  Mr. Z은 집에 부엌이 없어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 오고 있는데 음식을 주문할 때 소금의 양을 반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또, 이틀에 한 번 30분씩 하는 걷기 운동을 매일 하기로 했다.

내년 1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 때 Mr. Z의 혈압이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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