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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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코로나바이러스와 대학교육

편집부

기사입력 2020-06-01 16:53     최종수정 2020-06-01 17:0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코로나바이러스와 대학교육

“이번 주로 재택 명령이 시작된 지 8주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입원환자 수가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는 업무 재개 계획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준비 중입니다.  

먼저, 지금부터 6월말까지인 단기 계획을 알려 드립니다.  일단, 5월말까지로 발효된 시 당국의 재택 명령를 따르고 6월에는 일부 업무 재개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업무를 재개해도 수업은 계속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중기는 7월부터 금년 12월말까지로 잡습니다.  상황을 보아야 하겠지만 현재 계획은 중기에도 수업을 계속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단, 소규모 실습 수업은 대면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장기인 내년 1월부터 6월은 상황이 유동적이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지속되면 온라인으로 수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지난 3월 17일의 재택 명령이후 매주, 학장은 학교 상황을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화상통화 프로그램인 줌 (Zoom)을 이용하여 업데이트해 주고 있다.  지난 5월 7일에는 교육과 관련된 학교의 업무 재개 준비와 계획에 대해 알려 주었다.

단기인 6월말까지 온라인으로 수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은 예상한 일이었다. 사실, 6월 초에 2019-2020년도 학사 일정이 끝나기 때문에 (미국은 일년 학사 일정이 9월 가을 학기에 시작하여 다음해 5-6월에 마친다) 6월말까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학교의 계획은 실제 수업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12월말까지 온라인으로 수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은 예상밖의 결정이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를 그동안 잘 막아 왔던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수가 이태원 클럽, 쿠팡 등을 통해 최근에 갑자기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지금은 잠잠하더라도 언제든지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교직원,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한 학교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난 골치가 아프려고 해.”

학교의 계획을 들은 동료 교수 Y가 이메일을 내게 보냈다.  교수 Y는 7월말부터 시작하여 10월 중순까지 지속되는 1학년의 첫 코스를 담당한다.  대면 수업을 전제로 미리 세워 두었던 교육 계획을 지금 갑자기 바꾸어야 하니 골치 아픈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Y교수만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나도 그렇다.  10월말부터 시작하는 1학년의 두 번째 코스를 담당하는 나는 Y교수보다 상황이 좀 낫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코스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학교는 지난 3월 초부터 모든 수업을 Zoom을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진행해 왔다.  3월과 4월에 학생들 교육을 담당한 교수들에 따르면 Zoom을 사용한 온라인 수업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대학교에 다니기는 하지만 집에서 Zoom으로만 수업을 받고 있는 내 아들도 수업의 질이 괜찮다고 말한다).  오히려 학생들의 수업 출석률과 참여도가 대면수업을 할 때보다 늘었다고 한다.  

특히, 높아진 참여도 때문에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정리해서 수업 말미에 교수에게 알려 주는 조정자 (moderator)가 필요할 정도였다고 한다.  얼굴을 들어내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속성상 모르는 것을 물어 볼 때 느낄 수 있는 부끄러움이 대면수업보다 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질문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업들은 강의 (lecture)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뒤집어 교실 (flipped classroom)이라는 수업 방법을 주로 이용하는 내 코스에 Zoom을 사용하는 방법이 잘 적용될 지 좀 우려된다.  왜냐하면, “뒤집어 교실”의 수업 방법은 교실 수업이 강의가 아닌 토론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 토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코스를 듣고 있는 약 130명의 학생들을 30개 정도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한다.  

따라서, 온라인으로도 토론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Zoom이 소그룹 토론을 잘 뒷받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Zoom에는 Breakout Room이라는 기능이 있어 소그룹 토론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기능이 뒤집어 교실이라는 독특한 토론 수업 형식에 맞을 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온라인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시험이다.  우리 학교는 2014년부터 종이 시험을 주지 않고 ExamSoft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컴퓨터로 시험을 시행해 왔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교육이 전환된다 하더라도 시험을 시행하는 방법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감독관의 감독하에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시험을 본다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ExamSoft는 몇 가지 방법을 쓴다.  먼저, 프로그램에 사진이 미리 등록된 사람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시험 중에는 수험생 컴퓨터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하여 수험생의 눈동자와 몸의 움짐임, 소리를 녹화, 녹음하고 인공지능을 동원해서 감시한다.  하지만, 최신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이러한 방법들도 부정행위를 완벽하게 방지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A, B , C, D, F 학점이 아닌 통과/비통과 (pass/no pass)로만 성적을 매기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점을 높이려고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은 낮다.  

대면수업을 전제로 설계된 기존의 대학 교육을 온라인으로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교수, 교직원, 학생들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이 우선이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었던 내가 대학교를 다녔던 90년대 초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휴학밖에는 방법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라도 수업을 전달하고 받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아직 내 코스를 시작하기까지 약 반 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동안 잘 준비해야 겠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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