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 아티스트와 매니저

편집부

기사입력 2020-11-06 13:40     최종수정 2020-11-06 13:5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카라얀, 번스타인, 조수미, 조성진.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기까지 누구와 함께 일을 할까? 그들이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뒤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이 있다. 아티스트의 완벽한 무대에 그들보다 더 뿌듯해하고, 그들이 받는 박수에 더 크게 환호하는 사람들. 바로 아티스트 매니저이다. 

대중들은 생각보다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본격적으로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TV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도 있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워낙 각광받는 시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 주변의 직업군에도 관심이 넓어진 것이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도 이처럼 매니저라는 직업이 존재한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레퍼토리 관리, 이미지 마케팅, 스케줄 및 자산 관리, 공연장 섭외, 연봉 협상까지 아티스트의 거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나 역시 매니저로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금은 안타깝게도 사라져버린 100년 역사의 콜롬비아 아티스트 등 클래식업계의 회사들에서 꽤 긴 시간을 몸담아오면서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 것 같다. 끼니는 책상에서 대충 때우기가 일쑤였고, 거르는 게 오히려 더 익숙해질 정도인데다 주말 역시 공연이 있어 쉬는 날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 모든 수고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일을 하는 동안의 나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좋은 음악과 함께 하는 순간이 ‘힐링’ 그 자체였으니까. 난 아직도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듣던 ‘말러’ 선율을 잊지 못한다.  

뉴욕 필하모닉에서는 투어와 정기 공연 담당, 콜롬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에서는 아티스트 계약 업무를 담당했다. 먼저 뉴욕 필하모닉에서 담당했던 세부 업무는 이렇다. 각 나라별 맞춤 레파토리 편성, 일정관리, 연주자 지원, 특히 연주자 지원 업무는 그 어떤 일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단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안한 숙소 수배는 물론 공연장 내부 온도 체크까지 해야한다.  

나 뿐만 아니라 뉴욕 필하모닉의 모든 매니저들이 이렇게 모든 것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기에 오케스트라는 언제 어디서든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었고 지금도 해내고 있다. 비록 그 모든 과정을 준비한 매니저들은 객석도 아닌 무대 뒤에서 연주를 들어야 했지만 충실감을 느끼는 매일이었다.  

다음으로 몸 담았던 곳은 콜롬비아 아티스트이다. 나는 특히 그 곳에서 만났던 매니저 더글라스 쉘던과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더글라스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의 매니저로 1986년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니 약 35년을 함께 해왔다. 

안나 소피 무터 ▲ 안나 소피 무터
안네가 연주를 위해 뉴욕 필을 찾았던 때이다. 당시 더글라스는 70대, 안네는 40대. 그는 안네의 연주 의상을 옮기고 있었다. 내 눈에는 70대 매니저가 40대 연주자의 의상을 옮기는 것이 참 의아해 보였지만 그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의상을 옮기고 있었다. 평소 날카로운 눈빛에 언제나 위엄 있는 상사로만 보였던 그가 안네의 무대 의상을 옮기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내게 그가 했던 말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그는 “매니저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것을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일을 하고 있기에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라”였다. 그녀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물론, 무대에서 빛나는 순간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상 하나까지도 직접 챙기는 그의 모습에 오만가지 감정이 스쳤던 것 같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빛나는 순간을 뒤처리해주는 일이 가끔 ‘바보 같다’ 느껴졌던 내게 그 말은 매니저로서의 자부심과 이후 어떻게 일해 나갈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다. 

어쨌든 아티스트와 매니저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내가 겪어온 바 이 둘의 관계는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이렇게 돈독한 신뢰 속에서 만들어진 안정감이 아티스트들의 예술성을 훌륭히 꽃피우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종종 아티스트와 매니저의 관계가 진정한 의미로 파트너쉽 관계인지 의문을 품게 될 때도 있다. 아티스트들이 얼마만큼 연습을 했는지,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섰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이들을 뒤에서 지원하고 협력해 나가는 매니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아티스트와 매니저라는 특정 집단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일까.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상 깊숙이 침투하는 SNS에는 늘 화려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가득 차 보인다. 그리고 ‘화려한’ SNS를 볼 때마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공허함을 느낀다. 표면에만 집중하고 이면은 무시해 버리는, 인간 관계의 본질이 퇴색되고 무너지는 것이다. 

아티스트 매니저였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환하게 드러나는 빛보다 빛 뒤에 깊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사회는 점점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즉 빛에만 집착하고 ‘서로의 속마음’ 즉, 어둠을 무시하고 벗어나려고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어둠과 빛은 서로 공존할 때 더 아름답다. 별은 어둠이 있어야 빛나고, 밤새 에너지를 충전한 아침이 상쾌한 것처럼. 빛과 어둠을 모두 헤아리는 아름답고 편안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아티스트와 매니저가 서로에게 빛과 어둠이 되어주듯 균형 있는 파트너로서 일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 듯.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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