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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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황진이(黃眞伊) <제18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4-05 09:36     최종수정 2017-04-05 14:4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봄의 금강산은 그림 같다. 아침을 먹지 않았어도 진이는 신이 났다. 진이는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사찰마다 어머니 극락왕생 기도를 올릴 생각이다. 금강산의 4대 사찰(장안사·유점사·신계사·표훈사) 중에 이번엔 표훈사(表訓寺)로 가는 발길이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머무르고 있는 보살들의 우두머리 법기보살을 주존으로 모신 사찰이다.

 

진이는 이 사찰에 어머니를 모셔드리고 싶다. 금강산의 4대 사찰에 모두 어머니를 모셔 극락왕생이 되도록 본인이 생존해 있는 동안 사월초파일에 예불을 올릴 생각이다. 그리고 표훈사엔 어머니가 평소에 스시던 오동나무 거울을 징표로 모셔 4새 사찰 중에 모사(母寺)로 삼으려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예불음식은 신계사에서 사서 올리려 한다. 신계사 계곡에서 연어가 잘 잡혔는데 불교에선 살생을 금하여 보운(普雲)스님이 신통력을 발휘하여 연어가 계곡에 못 올라오게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진이는 신계사의 음식이 정갈하기로 유명하여 해마다 사월초파일이면 음식을 사서 표훈사에서 기도를 올렸다.

지금 진이는 신계사를 향해가고 있다. 이때다. 옆에서 거문고를 메고 묵묵히 따르던 이생이 입을 열었다. “아씨, 신계사 연어 얘기는 유명한 전설이에요! 소인이 아버지와 헤어지고 팔도를 헤맬 때 이곳도 다녀갔지요... 신계사 연어가 맛도 천하제일이고 크기도 천하으뜸이라 사월만 되면 미식가들이 팔도에서 구름처럼 모여들어요! 그리고 신계사 코앞에서 한량들이 술판을 벌려 생선냄새와 기생들의 분 냄새가 골짜기를 메웠어요...” 이생이 입에 거품을 물고 일갈하였다.

이생은 소문난 재담꾼이다. 그런데 진이 곁으로 오자 말수가 적어졌을 분만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 외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이생이 지금 입을 열었다. “아씨 신계사 개천에 연어가 많은 건 사실이나 지금은 제철이 아니에요! 가을이 돼야 살이 통통하게 찐 연어가 팔딱팔딱 뛰어 올라오는데 그것도 옛날 얘기가 되었어요...” 아쉬운 듯 말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럼 이젠 신계사 계곡에서 연어를 볼 수 없다는 거냐?” 진이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단풍철 가을이 되면 옛날 같지는 않으나 자연현상인 연어 회귀가 없기야 하겠어요? 하지만 보운스님의 신통력에 밀려 요즘엔 예전만 못하다고 해요...” 진이는 속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생전에 생선을 좋아하셨던 어머니를 위해 연어예불(禮佛)이 수포로 돌아갈까 염려다.

그때 이생이 귀띔을 해주었다. “아씨 그러나 방법은 있어요. 조선팔도 한량들이 가을이 되면 기생들을 끼고 구름처럼 밀려오는데 개성상인들이 그냥 보고만 있겠어요? 딴 지방에서 잡은 연어를 이곳으로 가져와 장사를 하지요... 신계사 길목 주막에 가면 언제나 연어가 있어요!” 이생의 말을 들고서야 진이는 얼굴 가득했던 수심의 구름을 거두었다.

점심때가 되자 신계사 길목 주막엔 사람들이 제법 북적이었다. 그들은 주막에서 연어를 사고 신계사 절밥을 사서 표훈사로 향했다.

봄꽃이 절정이다. 현학금은 특히 매화를 좋아했다. 진이는 문득 퇴계 이황의 《매화》를 떠올렸다. ‘뜰 앞에 매화 나뭇가지 가득 눈꽃피니/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옥당에 홀로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기러기 슬피울제 생각마다 산란하네.’를 낭송하고 진이는 대불 앞에 꼬꾸라져 통곡하였다. 모녀기생의 기구한 삶을 생각했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난 그들은 졸음에 빠졌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방으로 들어갔다. 주지스님은 진이를 남자로 보고 있다. 헌칠한 이생과 여자 키론 작지 않은 진이를 보통 사내로 보았던 것이다. 별로 씻지도 못한 두 남녀는 서로의 체향(體香)에 만족해하고 있다. 진이의 월경 주기다. 그런데 이생이 치근덕거린다. 거절하면 삐져 말을 잘 듣지 않을까 진이는 되도록 원할 때 몸을 열어주었다. 진이 자신도 싫지 않아서다.

이생은 번듯한 사대부집 아들이다. 그런 사내를 종 부리듯 부리긴 쉽지 않다. 그런데 진이는 이생을 종 부리듯 부리고 이웃들에겐 하인이라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그런데 졸기(卒妓·기적에서 나온 기생)의 몸을 열어주었다고 허물이 못될 것이다. 진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생이 원해오면 못 이기는 척 조금씩 조금씩 몸을 열어주었다.

이생과의 팔도유람이 어언 3년째다. 삼년 사이에 셀 수도 없이 몸을 주었으나 허리아래만 열었지 위로는 꼭꼭 닫았다. 이생도 억지로 보채지 않고 스스로 열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 진이가 온몸을 열려한다. 진이는 이생과 방사를 할 때 임신을 가장 경계하였다.

소세양과 이사종의 계약결혼 때도 임신을 가장 경계하며 살을 섞었다. 졸기 몸에 임신을 하면 놀림감이 되기 때문이다. 모전여전(母傳女傳) 소리 듣기가 죽기보다 싫다. 그것도 현모양처의 모전여전이 아닌 기생의 모전여전이 아닌가!

그래서 진이는 어엿한 여자 사대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비록 여자로 태어났으나 이 나라 어느 사대부 못지않은 학문의 세계를 가려는 게다. 사장(詞章)이면 사장, 경륜(經綸)이면 경륜에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겉이 여자다. 그것도 색향(色香)이란 송도의 명월(진이 名技)이 아닌가! 그래서 진이는 조선팔도를 휘돌아 경륜을 배웠다. 사장과 학문의 세계는 사대부들이 봐도 쉽게 겨루려 들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진이의 속내를 알아주는 사대부는 아무도 없다. 계약결혼을 하고 밤낮으로 욕심을 채운 소세양과 이사종만이 이해하여 주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사내들은 똑같다. 여자를 허리 밑으로 눌러 정복대상으로 생각하는 동물적 속성이 사내들에겐 잠재해 있다. 진이는 그런 속성을 소세양에게서 똑똑히 느꼈다. “아씨 장안사로 떠나시죠! 장안사 가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려요. 어둡기 전에 들어가야지요...” 말이 떨어지자 진이가 발딱 일어섰다. “갑시다!” 이생은 이미 거문고를 메고 있었다. 진이는 짐이 없으니 일어서면 떠날 채비가 되었다.

둘은 손을 잡고 다정한 부부인 냥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진이와 이생의 모습이 소리꾼과 고수(鼓手)의 모습 같다. 산사의 낮은 짧다. 어느새 산새들이 추녀 밑으로 날아드는 저녁이다. 진이는 서슴없이 주지스님을 찾아 유숙을 청하였다.

몇 년 사이에 노련한 비렁뱅이가 되었다. 저녁을 한술 얻어먹고 거문고를 벽에 세우고 목침을 베자 방이 떠날 갈 듯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이생은 진이가 잠들자 버릇처럼 진이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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