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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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황진이(黃眞伊) <제21話>

기사입력 2017-04-26 09:34     최종수정 2017-04-26 11:5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벽계수의 첫날밤 욕망은 진이의 잦은 화장실의 드나듦으로 끝내 불발되었다. 하지만 벽계수는 불만 보다는 만족한 표정이다. 청사초롱의 불빛에 천하미색 진이의 알몸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고서야 즐길 수 없는 장관이 아닐까?

그러나 진이의 생각은 다르다. 감정이 고조되어 비몽사몽 상태에 생사를 알 수 없는 어머니가 나타나 기생의 자손은 너(진이)로 족하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화장실에 드나들면서 벽계수의 욕정을 냉각시켰던 것이다.

배란기엔 방사(房事)를 피하라는 경고다. 여자로 엄마가 되고 싶었던 원초적 욕망을 그 뒤론 접기로 하였다. 아버지 황진사 집에서 사대부집 딸이었을 때 금지옥엽의 신분으로 고관대작집 청혼을 동생 난이한테 빼앗기고 기생 딸로 태어나 부녀(父女)지간의 천륜을 끊고 기생이 된 사건을 되새겼다.

사내들의 욕망의 찌꺼기로 태어난 인생이 어찌 평범한 행복의 삶을 유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이르자 자신의 욕망이 과유불급임을 깨닫자 소름이 엄습해 옴을 느꼈다.

벽계수와 첫 방사는 결국 며칠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배란기가 지나서였다. 진이는 새 남자를 만날 때마다 꽃잠(첫날밤)처럼 준비를 하였다. 벽계수와도 그렇게 맞을 채비다. 초야권을 행사한 송모 송도유수와 같이 몸을 내줄 예정이다. 화려한 기생의 몸이 아닌 선계(仙界)에서 잠시 지상으로 놀러와 이승의 남자를 맞는 선인(仙人)의 전인미로의 선녀(仙女)의 자태다.

알몸으로 거문고를 타는 모습에 벽계수의 욕정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너무 아름답고 황홀하여 다가갈 수가 없는 것이다. “왜 그러고 계세요? 이리 오셔서 노래를 부르시던지... 사랑을 하시던지 하세요!” 천하의 벽계수가 여자에게 주눅이 들기는 처음이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 손가/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 것을...’진이의 《無題》다.

진이는 삼남과 금강산, 그리고 지리산 등 팔도유람을 하고 온 후 꿈결 같은 현실에 어머니 현학금과 전우치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특별한 남자와 사랑을 할 때는 어머니가 나타나 김시습과 중국의 두보로 변신, 새로운 학문세계를 말해 주었다.

매월당(김시습 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세종이 승정원으로 불러 지신사 박이창과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과연 소문대로 ‘국민신동’ 임을 알아본 세종이 “성장하여 학문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려 장차 크게 등용하리라.”란 전교를 내리며 비단 30필을 주며 가져가게 하였더니 그 끝을 서로이어 끌고 갔다고 하였다.

지금 진이의 눈앞에는 어머니 현학금이 나타났다. 박꽃같이 흰소복 차림에 커다란 거문고를 메고 서 있다. 그럴때면 진이는 빙의(憑依) 상태가 되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분위기다. “진이야, 벽계수는 특별한 분이시다. 천침(薦枕:윗사람과 잠자리)으로 모시면 너의 영혼에 위로가 될 것이다.”

그때마다 소녀경(素女經) 몇 구절을 말해주었다. “네가 평소에 사대부 중 시대부인 벽계수를 사모하고 존경했었지 않았느냐? 그러니 네가 천침할 때 사정하지 않고 사랑만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지 않겠느냐? 그런 몸놀림은 여자만이, 특히 진이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방줄술이지! 남자들이 여자를 찾는 것은 방사를 하고 난 후에 정신이 말끔해져 새로운 의욕이 생겨야 되는데 그런 상황은 교접할 때 여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단다. 특히 교접 중 절정에 이를 때 왼손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으로 사내 음낭과 항문사이를 세게 눌러주면 정액이 나오려다 옥경에 머무르며 그 힘이 정력이 된다. 그리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정력은 더 강해진단다. 벽계수 선비와 교접할 때 꼭 그렇게 해 보렴...” 너무 생생한 어머니 목소리에 진이는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태도로 경청하였다.

벽계수는 거문고의 선율과 선녀의 알몸 같은 진이의 모습에 정신마저 몽롱한 상태에서 방사도 꿈속의 천도(天桃) 복숭아를 먹는 듯한 기분이다. 진이가 어머니 현학금이 시키는 대로 벽계수가 숨소리가 높아지자 왼손 둘째와 셋째 손가락으로 사내 음낭과 항문사이를 간질이듯이 눌러주었다.

사내는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듯 사랑을 마음껏 즐기다 제풀에 지쳐 진이 배위에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벽계수는 동창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와 나신에 머무를 때 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알몸상태다. 진이의 음문에서 밤새 육두질을 마음껏 즐긴 거무칙칙한 옥경은 고개를 툭 떨어드렸다.

진이는 먼저 일어나 부엌으로 가 손수 잔죽을 쑤었다. 진이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잔죽을 들고 벽계수에게로 다가갔다. “엊저녁엔 즐거우셨어요?” 벽계수는 아직도 알몸인체 빙그레 웃음만 보였다. 황홀했다는 눈빛이다. 지금 벽계수의 눈엔 전설로만 듣던 진이가 서왕모(西王母)로 보였다.

복사꽃 빛깔의 의상에 머리엔 금빛으로 장식 된 면류관을 쓰고 있다. 신선세계의 여왕 모습이다. 엊저녁엔 화려하면서도 고상한 거문고의 음률로 정신을 혼미하게 하더니 지금은 서왕모의 모습으로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진이가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 경외의 존재로 다가옴을 느꼈다.

벽계수는 잔죽을 받아 물먹듯 마셨다. 저녁도 변변히 먹지 않은 채 밤새 교접으로 힘이 고갈 상태다. 벽계수는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묘향산 단풍구경을 가면 어떠하오?” 라고 등뒤로 말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현의 송도팔경의 《북산연우》(北山煙雨)를 낭송하였다.

진이는 첫 음절에 알아듣고 거문고 음률을 맞추었다. ‘만 골짜기에 연기 빛은 움직이고/ 천 숲속에는 비 기운이 서리네./ 오관산 구룡동의 동쪽에는/ 옛 병풍이 들러있는 듯하네./ 바위 뿌리 나무는 짙은 청색이요/ 시냇가의 꽃은 홍색으로 난만하네./ 끊어진 무지개 있을락 말락 할 적에/ 새 한 마리 날아 가물가물 사라지네.’ 낭송이 끝났는데도 진이의 거문고 음률은 방안에서 울림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 진이의 거문고 음률은 하늘의 소리라 하더니만 그 말이 맞소이다! 내가 오길 정말 참 잘했소이다. 소문으로만 듣던 진이의 명성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평생 한이 될 뻔 했소이다.” 벽계수는 거문고를 켜던 진이의 두 손을 꼭 잡고 놓을 줄을 모른다. 이때다. “진이 아씨! 아침이 준비되었어요!” 동기(童妓)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들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거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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