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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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황진이(黃眞伊) <제27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6-14 09:36     최종수정 2017-06-14 09:5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한양 손님을 통해 진이는 남사당(男寺党)에 대해 오래전부터 정보를 모아왔다. 남색사회(男色社會)에 대한 관심이 발동하였다. 진이가 이제 조선사회에서 더 이하 신분은 없는 남사당에 뛰어들 태세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소리만 들어도 돈 나온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치마만 들어도 돈 나온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 바람을 날리며 떠나들 가네...’ 그랬다. 민요로까지 나돌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바우덕이(金巖德:1848~1870)를 지칭한다. 그런데 340년 전에 진이가 남사당에 매료되어 수년 동안 그들과 지냈다. 위의 노래는 최근의 것이다. 조용했던 마을이 오랜만에 떠들썩하다. 뙤약볕 아래 논밭 일로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피던 농사꾼들이 어깨를 들썩이고 마을 처녀들은 멀리 숨어서 가슴을 조이며 놀이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대낮 같이 환하게 흔들리는 횃불아래 춤추는 그림자들, 그 위로 어지럽게 퍼지는 흥겨운 풍물놀이.... 마당 한가운데에서는 남사당패들의 신나는 놀이가 한창이다. 풍물놀이에 이어 버나(대접)돌리는 묘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살판(땅재주)이 이어졌다.

그런데 구경꾼 속에서 남사당놀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진이가 눈에 띄었다. 송도에선 보기 어려운 남사당놀이를 보기위해 한양에 까지 내려왔다. 조선의 상층부에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보고 몸으로 체험하여 봤으니 이제는 최하층민인 천민의 세계도 보려함이다. 고려를 연성(軟性) 국가로 조선은 경성(硬性) 국가로 진이는 보고 있는 것이다.

지족선사와의 뜨거웠던 하룻밤도 외롭고 쓸쓸하고 사내 살 냄새가 아쉬울 때는 새록새록 그리워졌다. 사내들은 진이를 뜨악해 한다. 돈을 주고 육체적 기쁨을 맛보려는 족속은 많은 화대가 부담이 되어 쉽게 품을 수 없으며 돈은 많으나 신분이 너무 낮으면 상대조차 해주지 않아 진이는 이래저래 기명(妓名·명월明月)처럼 화려해 보이지만 외로운 존재다.

지금 남사당패의 흥겨운 놀이판의 구경꾼들 속에 있으면서도 마음속엔 찬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남사당패놀이는 점점 열기가 더해 간다. 매호씨(어릿광대)와 살판쇠(땅재주꾼)가 나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더니 갑자기 입을 쩍 하고 맞추어 “안암팍이 분명하니 앞곤두부터 넘어가는데 휙휙”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손을 짚더니 한 바퀴 공중회전을 하였다. 어둠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구경꾼들이 벌린 입을 채 다물기도 전에 살판쇠는 다시 뒷걸음질을 치는가 싶더니 다시 손을 짚고 뒤로 한 바퀴 사뿐히 돌았다가 입으로 휙휙 소리를 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두 손으로 거꾸로 서서 걷다가 금세 한손으로 거꾸로 걷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살판쇠는 “잘하면 살판이고 못하면 죽을 판이렷다.”라 하고 신명나게 껑충껑충 위로 뛰어 몸을 틀고는 공중회전을 하려는 듯 몸을 솟구쳤다. 그 밑에서 벌겋게 불을 담은 놋화로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살판이 끝나자 보기 드문 미녀 어름사니(줄타기 재주부리는 광대)가 나와 매호씨와 줄고사를 올렸다. 꽹과리, 징, 장구소리에 날라리까지 합세하였다. 줄고사가 끝나자 장삼에 고깔 쓰고 중 모양을 한 여자 어름사니는 키를 훌쩍 넘게 매단 줄 위로 오르면서 재담 한마디를 했다. “중 하나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온다. 저 중 거동 보소. 억단(얽었담)말도 빈말이요...”라고 맑은 목청으로 중 타령을 뽑았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기예로 다져진 날렵한 몸매와 횃불 조명으로 음영이 짙은 미모에 구경꾼들은 잠시 넋을 잃었다. 하지만 구경꾼 속의 진이는 고독이 휘오리가 점점 더 세어져갔다. ‘내가 임을 그리며 울고 지내니/ 산 접동새와 난 처지가 비슷하구나./ 나에 대한 말은 진실이 아니며 거짓이라는 것을 아!/ 지는 달 새벽 별만이 아실 것이리/ 넋이라도 임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아아!/ 내 죄 있다 우기던 사람이 그 누구입니까?/ 나는 과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 나에 대한 뭇사람들의 거짓말이여/ 슬픈 일이로다. 아아!/ 임이 나를 아마 잊으셨는가./ 아아, 님이여! 내 말씀 다시 들으시고 사랑해 주소서...“ 《정과정》에 나오는 고려가요다.

그렇게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진이(明月)는 몸서리 쳐지도록 외로운 것이다. 소세양·이사종·벽계수·이생, 그리고 화대를 주고 육체의 허기를 채우고 벌·나비가 꿀만 빨아먹고 훨훨 날아가듯 사내들은 모두 제 둥지로 가버렸다. 정작 진이의 뻥 뚫린 가슴을 메우려 할 때는 사내들은 옆에 있지 않았다.

지금이 바로 그럴때다. 진이는 품에서 태상주를 꺼내 병 채로 마셨다. 이때다. 누군가 술병을 가로챘다. “안주도 없이 독주를 마시면 안 되오! 저리 가서 국밥과 함께 드시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헐레벌떡 진이 곁을 떠났다 여자 살 냄새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 진이가 한양으로 왔다는 소문을 듣고 수소문하던 때다. 화대도 없이 어떻게 육체의 허기를 채울 수 없을까 궁리를 하며 서성대고 있을 때 극적으로 진이와 해후하였다. 사내 좋고 여자도 싫지 않을 상황적 분위기다.

남사당 놀이판은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 높이 있는 미녀를 더 자세히 보려고 일어 선 구경꾼들을 앉히는 소리에 놀이판이 잠시 소란해졌다. 그 사이 어름사니는 장삼을 벗어던지고 전복(戰服)차림이 되어 갖은 걸음으로 재주를 부렸다. 앞으로 뒤로 걷다가 줄을 타고 앉아 화장을 하는 시늉을 하는가 하면 앞으로 가다가 뒤로 두 발로 뛰어 돌아앉기도 하였다.

어름사니가 움직일 때마다 멍석 깔린 마당에 그림자가 출렁이었다. “여기에 이러고 있을 것이오? 밤도 깊었소이다. 어서 주막으로 갑시다! 안성엔 삼남(충청·전라·경상도) 지방의 물산이 모이는 곳이오... 국밥이 아주 맛이 좋소!” 이생은 진이의 등에 손을 얹고 독수리가 먹이를 채가 듯 주막으로 몰고 갔다. 진이는 진이대로 이생은 또한 이생대로 국밥 한 그릇과 막걸리를 마신 후 운우지락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방에 들어가자 그들은 익숙한 부부모양 말이 필요 없이 한 덩어리가 되었다. 오랜만에 해우 한 연인 같이 거칠 것이 없다. 이생이 들어가면 진이가 깊이깊이 받아 물레방아 돌 듯 척척 맞아 돌아갔다. 뒷산의 소쩍새도 그들의 운우지락을 응원하듯 목청껏 노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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