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문화

<73> 김삼의당(金三宜堂) <제11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10-25 09:36     최종수정 2017-10-25 10:1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집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학수고대 했었던 향시에 하립이 합격하였다. 옛 영화 재현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1810년 하립의 나이 42세 때다. 무려 24년의 형설지공이다. 사실 하립이 과거를 쉽게 통과할 실력이 넉넉하지는 않으나 유독 인연이 닿지 않음도 없지 않다.

하립이 봐도 부아가 치미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아무리 봐도 합격이 불가능해 보였던 이가 합격의 방(榜)이 붙은 것을 볼 때 하립은 맥이 탁 풀리곤 하였다. 시험관이 누구냐가 문제다. 그런데 하립은 시험관의 행운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아는 시험관이 들어오면 컨닝이 가능할 뿐만이 아니라 시험지 자체를 바꾸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였다.

몇 년 전엔 망나니로 소문이 났던 이가 장원을 한 사건이 터졌다. 시험지 부정사건을 무마하려고 장원을 자치한 박무영(가명·朴武榮)은 사실은 신동이였다는 소문까지 퍼트렸다. 부정사건은 끝이 없다. 문제는 괜찮은 자리가 이천 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괜찮은 자리에 앉으려고 동인(東人)·서인(西人)으로 갈리어 밥그릇 싸움을 벌였다. 겉으로는 학문을 중심으로 학파(學派)를 이루어 패거리가 되어 상대파를 비난하여 조정에서 내쫓고 그 자리에 자기파가 들어가는 권력쟁탈전이 일어났다.

생존경쟁이다. 이런 와중에 동인이든 서인이든 어느 쪽이던 서야 한다. 그렇게 하여 최소한의 방어망 속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하립에겐 그런 지원 세력이 없었다. 한양에 오르내리길 수십 번을 했으나 끝내 등과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초시는 200~300냥이면 합격여부가 가능하다. 생원·진사로 늙어 죽는 향반이 수두룩하였다. ‘듣자니 서울의 화려한 집에는/ 문학하는 선비가 많다지요./ 문장은 비단에 수놓은 듯 하고/ 풍화는 청아가 무성하다지요./ 재주는 구양수(歐陽脩:1007~1072)와 소동파(蘇東坡:1037~1101)가 맞서고/ 시는 이백(李白)·두보(杜甫)와 같다지요./ 오로봉(중국 여산 동쪽 오로봉) 빌어다 붓으로 삼고/ 한강물 끌어다 글은 쓴다지요.’ 《낭군께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셨기에》다.

삼의당은 시의 내용처럼 일필휘지로 과거 시험지를 서서 등과를 학수고대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립의 과거 운은 향시까지다. 과거부정사건은 사회체제를 위협할 정도다.

삼의당은 오로봉(봉우리)으로 붓을 삼고 한강물로 먹물로 하여 왕희지(王羲之)의 필치로 율곡이이처럼 청산유수 같이 써서 장원급제로 유가(遊街:합격자 축하행렬)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하립의 학문이 높아지는 것과는 달리 합격의 기대감은 반비례 되어감을 삼의당은 피부로 느껴왔다.

간간히 두실의 편지가 한양에서 하립의 소식을 전해왔다. 삼의당의 옛 영화 재현의 열정을 하립은 미처 100%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식년시(3년마다 치르는 과거)를 마지막으로 그때 등락여부에 만족하기로 결심하였다. 삼의당은 과거등과에 인생을 걸다 삶을 모두 잃을까 두려워서다.

그들은 벌써 옛 영화 재현에 사반세기를 투자했으나 향시에 머물러있다. 18세의 신혼부부의 야망은 향시의 여울목에 이르러 더 나가지 못하고 개미 쳇바퀴 돌 듯 돌고 있는 것이다. 삼의당의 결심이 필요한 때다. 삼의당의 결심이 없는 한 하립은 남원과 한양 길에서 삶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게 될 것이다. ‘조용히 창밖으로 나와 거니니/ 창밖의 해가 더디기만 하구나./ 꽃 꺾어 머리에 꽂으니/ 벌과 나비가 지나가다 기웃거리네.’ 《꽃을 꺽으며》다.

여자는 그러하다. 꽃을 꺾어 아름답게 꾸미면 벌 나비가 날아들어 꿀을 따며 즐기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삼의당은 사랑하는 남편 하립은 과거준비로 산사 아니면 한양에 보내 사실상 별거나 다름이 없다.

낭랑 18세에 만나 운우지락으로 날 새는 줄 모를 꿈결 같은 시기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면 반쪽을 찾아 몸부림 칠 때다. 삼의당도 밤마다 하립이 아쉬울 것이다. ‘얼굴도 붉고 꽃도 불어서/ 마주 대하니 둘 다 붉구나./ 일색이고 도 일색인데/ 붉은 얼굴이 붉은 꽃보다 더 예쁘구나.’ 《꽃을 마주하고》다. (시옮김 허경진)

삼의당은 하립이 향시에 머물러있자 과거 포기 쪽으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 애기를 적당한 시기에 말해야겠다고 마음의 준비가 삼의당은 필요하다. 한날한시에 태어나 결혼까지 결심한 것은 화려했었던 선대 영광의 재현이 가능하리란 희망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반세기가 흘러 겨우 향시에 올라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황에 삼의당은 눈물을 머금고 화려한 야망을 접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올가을엔 온통 황금 들녘이다. 삼의당과 경재 시아버지의 지원으로 거름 주고 여름에 피 뽑아 준 2천여 평의 논에도 올 곧게 벼가 영글었다. 그날도 삼의당은 오전엔 밭에서 일하고 오후엔 논에가 벼를 베고 해가 서산에 걸리자 터덜터덜 무거운 발길로 집을 향하고 있을 때다. 동구 밖의 한 사내가 보였다.

하립이다. “미안하오!” 사나이 음성이 아니다. “아무 말도 마세요!” 삼의당은 남편의 말을 막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저녁을 먹고 난 그들은 사반세기 전 화촉동방으로 돌아갔다. 뜨거운 욕망은 이성적 판단을 앞질렀다. 삼의당은 하립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싶다. 여인의 욕정이 폭발하자 사나이 정욕도 맞불을 태운다.

제2의 화촉동방의 열기는 날 새는 것도 잊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소!” 하립의 정욕은 여인의 잠자던 욕정을 일깨워 새벽닭이 울 때가 돼서야 겨우 진정 되었다.

새벽닭 울음에 하립이 깊은 잠에서 깼다. 알몸인 삼의당이 품에 안겨있다. 사내 심볼은 여전히 빳빳이 새벽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하립의 손이 삼의당의 사타구니로 갔다.

여자의 몸이다. 사내 손이 닿자 번개같이 반응이 왔다. 남과여는 다시 낭랑18세로 돌아갔다. 나이를 생각하지 않은 낭랑18세 육체는 아침안개처럼 초저녁과는 달리 일합(一合)으로 힘없이 격정을 잠재웠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팜다이제스트 (Pharm Digest)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미국의 '오리지널-제네릭사 전쟁' 우리의 미래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 고기현 이사…미국 제약시장 다룬 '...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쿠싱병의 조기진단과 치료

쿠싱병의 진단과 치료 (김성운) / 약물요법 (박현아) / 약품정보 (방준석) / 핵심복약지도 (정경혜)

약업북몰    신간안내

2017 한국제약기업총람

2017 한국제약기업총람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비상장 제약사 114곳 기업정...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