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문화

<78> 김금원(金錦園) <제3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11-29 09:36     최종수정 2017-11-29 09:3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치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섬강과 주천강을 이루어 원주벌을 적신다. 땅이 비옥하여 삼한(마한·진한·변한)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원주는 고구려·백제·신라가 탐낸 지방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북원경이라 불렀으며 감영이 설치된 큰 고장이다.

또한 산자수명(山紫水明)하여 유명한 문인이 많이 탄생한 고장이기도 하다. 금원도 이곳에서 1817년 태어났다. 반아당(半啞堂) 죽서와 경춘도 이곳 출생이다. 원주 출생 유명인이 기라성 같다.

소설 《홍길동》의 저자 허균과 허난설헌, 그리고 그녀의 스승 이달(李達)과 역사학자 한백겸도 이 고을에서 글을 쓰고 학문을 닦았다.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는 임윤지당도 이곳에 오래 머물렀다. 산자수명에 매료되어서 일게다. 아름다운 산하엔 예나 지금이나 오래 머무르며 자기성찰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금원도 이곳의 뛰어난 산자수명의 자연적인 숨결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문인들의 정기가 고스란히 전수 된 DNA를 가지고 태어났다. 금원은 총명발랄하다. 아버지는 한양 본가에서 몇 백리 떨어진 원주에 일 년에 두서너 번 다니러 온다.

금원 어머니는 향처(鄕妻)다. 본가에 있는 경처(京妻)가 조강지처다. 반대로 시골에 있던 사대부가 벼슬길에 올라 한양에 가서 얻은 아내는 경처가 되고 조강지처는 향처가 된다.

금원의 어머니는 아버지에 향처인 동시에 소실(小室)이 되는 것이다. 금원은 소실의 딸이니 서녀(庶女)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으나 배우자는 마음에 맞는 이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녀로서 배우자마저 선택할 수 있는 임의가 역시 극히 제한적이었다.

아무튼 금원은 소실의 딸로 태어나 서녀가 되었다. 숙명적 운명이다. 그러나 금원은 숙명적 운명에 순종하려 하지 않았다. 성별을 뛰어 넘는 한 인간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여자의 벽을 우선 뛰어 넘으려 하였다. 남존여비 성리학의 조선에선 여자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그녀에겐 우선 급했던 문제였다.

남장(男裝)이다. 그녀는 남자로 변장하고 천하명산 금강산 유람 길에 올랐다. 14살 때다. 그때 사랑채에선 어머니(원주댁:가명)와 아버지(김명원 金明元:가명)의 대화가 있었다. “대감 누굴 닮았기래 저렇게 고집이 센가요?” 원주댁의 애타는 목소리다. “글쎄올시다. 당신을 닮은 것이 많을 것이오. 나야 천생 벽면서생이 아니오? 금원 같은 총명함과 과단성이 있었으면 벌써 등과해야 하지 않았겠소?” “아니에요. 대감어른!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대감댁이 어떤 문벌인데 금원이 소첩을 닮았어요? 당치도 않은 말씀이세요. 대감댁의 위대한 유전자를 받았겠지요...” 원주댁은 공연한 얘기를 하여 등과에 실패한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렸나 해서 몸 둘 바를 몰라 하였다.

사실 김명원도 떳떳해야 할 처지는 아니다. “아니요! 내 자네를 사랑만 했지 뭐 하나 똑 부러지게 한 것이 있나! 내 염치가 없지....” “아니에요! 대감이 저에게 왜 해 주신 것이 없어요. 그동안 소첩은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지요.” 원주댁은 들어올 때 가지고 온 술상에서 술을 술잔에 가득 따라 두 손으로 공손히 올린다. “술이나 드세요. 그동안 하지 않으시던 말씀을 하시네요. 대감도 나이를 드시나 봐요? 금원이 올해 14살이고 경춘이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요... 하루 더 쉬고 올라가세요! 금원이 없으니 집이 텅 빈 것 같아요...” 김명원도 금원이 없어 마음 놓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하루 더 쉬고 올라가란 원주댁 말에 못이기는 척 해가 떨어지길 학수고대하였다.

사실 원주댁은 남편 김명원이 항상 그립다. 그렇다고 터놓고 앙탈을 부릴 처지가 못 되는 소실이다. 남편을 일 년에 두서너 번 밖에 못 보니 늘 목마르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더 있다 가라고 붙들었다.

여자의 마음이다. 경춘을 이웃마을 친척집에 놀러 보내고 둘만의 밤을 보내려는 속내다. 사춘기를 맞은 눈치 빠른 금원이 있으면 행동거지가 조심스럽다. 그런데 오늘은 금원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일 년에 두서너 번 며칠 있다 가버리면 달구어진 몸은 더욱 허전하고 사내가 그리웠다. 뜨거운 밤은 짧다. 새벽을 알리는 홰치는 닭울음소리에 뒤엉켜 한 몸이 되었던 몸을 겨우 풀어 놓았다. 두 사람 모두 오랜만에 만족한 표정이다.

한편 금원은 금강산 만폭동에 도착하였다. 양사언의 글귀 ‘봉래풍악원화동천(蓬萊楓嶽元化洞天)이 만폭동 바위에 새겨졌다. ’글자 획이 살아있는 용과 호랑이 같아 금방 날개를 돋아 하늘로 날아갈 듯‘ 하다고 실학자 이충환이 《택리지》에 기록하였다.

금원도 양사언의 글귀 옆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었다. 또 한시대의 문신 남효온은 ‘사람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고 바위에 이름을 남기려 하다.’고 질책했지만 금원 역시 촘촘한 이름들 사이에 애써 이름을 끼워 넣었다.

날이 저물어 금원은 작은 암자를 찾아 하룻밤을 의탁하였다. 밤하늘에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자 갑자기 어머니가 그리웠다. ‘꽃향기 따라 더욱 새로운 풍경/ 아름다운 꽃과 풀에 지난날 생각하네./ 연초록 나뭇잎은 그림 같은 봄빛/ 우렁찬 물소리 골짜기 가득하네./ 보름 즈음 밝은 달 떠오르고/ 고향이 그리워도 갈 수 없는 몸이라/ 깊은 산 노을 위로 날아가는 저 학은/ 지난밤 꿈속에서 만난 그 사람이런가.’ 《무제》(無題)다.

금원은 어머니가 몇 날밤을 새워 새로 지어준 저고리 옷섶을 여몄다. 봄이지만 산사의 밤공기가 제법 차갑다. 산사는 각종 봄꽃으로 꽃 병풍을 이루었다. 낙화방초(落花芳草), 떨어지는 꽃과 갓 세상에 나온 또 다른 꽃들이 달빛에 어우러져 꿈속 같기만 하다.

더욱이 만폭동의 물소리까지 밤 공기를 일깨워 마치 이승이 아닌 선계(仙界)에 온 듯이 느껴졌다. 14살 꿈 많은 소녀의 상상의 세계는 날개를 달고 어느새 일만 이천 봉 팔만구암자 사이사이를 날아다니고 있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팜다이제스트 (Pharm Digest)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미국의 '오리지널-제네릭사 전쟁'가 우리의 미래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 고기현 이사…미국 제약시장 다룬 '...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쿠싱병의 조기진단과 치료

쿠싱병의 진단과 치료 (김성운) / 약물요법 (박현아) / 약품정보 (방준석) / 핵심복약지도 (정경혜)

약업북몰    신간안내

2017 한국제약기업총람

2017 한국제약기업총람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비상장 제약사 114곳 기업정...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