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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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김금원(金錦園) <제10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1-17 09:36     최종수정 2018-01-17 09:4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삼호정은 꽃대궐이다. 금낭화·해란초·장미·나팔꽃·패랭이꽃이 다투어 피어나 울타리에까지 꽃이 만발하여 꽃대궐을 만들었다. 꽃도 화려하고 향기 또한 울타리를 넘어가 오가는 행인들까지 즐거웠다. 꽃향기를 즐기려 일부러 삼호정을 거쳐 가는 오가는 행인까지 늘었다.

꽃도 꽃이지만 삼호정의 시사가 열리는 날이면 풍악소리에 낭랑한 시낭송 소리를 들으려는 행인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삼호정의 모임 날짜를 어떻게들 알았는지 시사모임 날엔 대문 밖에서 울타리 넘어 까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봄·여름·가을 삼호정은 어느새 육조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김이양·김덕희를 통해 한량들이 삼호정 모임에 들어가게 해 달라는 청까지 해 오기까지 하였다.

오늘은 금원이 얘기 차례다. 내밀한 얘기가 주제로 정해진 첫 번째 날이다. 소실의 내밀한 얘기란 방사(房事)가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삼호정의 멤버들은 좀 사연이 다르다. 단순히 잠자리 대상으로 역할분만이 아니라 시재(詩才)에 뛰어난 재능도 충분히 감안되었다는 사실이다.

금원이 전례 없이 긴장된 표정이다. “오늘 제 얘기가 가볍고 신나는 내용이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할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희 부부가 부득이 이곳을 떠나게 될 것 같아요...” 금원이 금방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얼굴 표정이다. “그게 무슨 말이요?” 삼호정의 맏언니 운초가 경악된 표정으로 금원의 말을 다그쳐 물었다.

“예 언니, 실은 대감영감이 최근에 뜬금없이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곳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도 그런 일이 생기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야. 내가 너무 성급하게 얘기했나봐! 괜히 걱정을 하게 해서 미안해...“ ”대감 어른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무슨 연유가 있겠지....“ 운초의 음성에 갑자기 힘이 빠졌다.

운초는 삼호정이 생활의 제2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번 오면 딴 회원과는 달리 사나흘씩 친정집 온 것같이 편안히 묵고 갔다. 금원은 그럴 때마다 몇 살 위의 운초를 깍듯한 예의로 대하여 주었다. 시사에선 같은 회원이지만 둘이 있을 땐 언니의 예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

둘이 있으면 예외 없이 죽서 얘기가 나왔다. 오늘 남편 김덕희 얘기를 하다 금원이 불쑥 죽서 시를 읊는다. ‘우수수 낙엽지고 이미 깊은 가을인데/ 홀로 사립문 닫는데 밤은 깊었구나/ 만약에 상사병을 약으로 다스릴 수 있다면/ 정녕 천금을 아낄 사람이 없으리로다.’ 《절구》(絶句)다. 죽서는 역사·경서에 시문까지 뛰어났으나 반벙어리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금원과는 고향의 죽마고우로 둘도 없는 친구다.

금원에겐 동생 경춘이 있다. 죽서는 금원에게 피를 나누지 않은 또 하나의 자매 같은 친구다. 그런데 죽서가 이승을 떠나려고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온 갓난쟁이가 탯줄을 끊기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 “아 참! 금원 아우님과 죽서는 고향친구지? 어쩐지 둘 사이가 친자매 같이 스스럼이 없어 보이고 덕희 대감께서도 처제처럼 대하시드라!” “언니도 아직 저와 죽서 사이를 잘 모르셨군요? 그런데 죽서의 삶이 지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태예요...”

금원의 표정에 갑자기 검은 먹장구름이 끼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지난번 모임 때 말도 없이 있다 일찍 갔었구나... 아무튼 오늘은 봉숭아를 톡 건드려야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듯이 부부만이 알 수 있는 내밀한 얘기만 하십시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상대를 모르고 시문(詩文)에만 열정을 쏟았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삼호정의 안주인인 금원 회원부터 얘기 보따리를 풀어 보시게!” “사실 소실의 잠자리는 뻔하지 않아요? 우리도 여느 소실의 잠자리와 같겠지요... 꽃은 사시사철 활짝 피어있어야 나비가 날아와 달콤한 꿀을 따먹지 않겠어요?” 금원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죽서는 끝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몸이 더 아픈 모양이다. ‘세상일 모두 잊으니 절로 몸이 한가한데/ 말 한 마리 타고 서쪽으로 와 두 번째 맞는 봄/ 동쪽 누각 매화는 올해도 다시 피었는데/ 맑은 향기는 작은 티끌하나 물들지 않았네.’ 역시 죽서의 《매화》다.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경산이 벌떡 일어나 춤을 덩실덩실 춘다. 다섯 여인 중에서 몸매가 가장 빼어난 여인이다. 여자가 봐도 정신을 잃을 미모의 소유자다. 사내들은 잠자리에서 여자에게 소위 소녀경(素女經)같이 능숙함을 원하는 동시에 아름다움도 바라고 있다. 하물며 소실은 아무리 부정을 해도 노류장화를 벗어날 수 없다.

화사(이상서 호)가 경산을 소실로 맞아들인 것은 미모와 시제, 그리고 몸매까지 빼어났으니 금상첨화일 게다. 경산이 어느 사대부집 며느리가 되었다면 격조 높은 정경부인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철저한 신분사회에 태어난 죄는 평생 메고 살아야 하는 멍에다. 경산 뿐만이 아니다. 운초·금원·경춘·죽서도 동병상련이다. 오늘따라 경산이 얇은 옷을 입어 육감적인 엉덩이가 출렁이고 있다. 금원도 경산의 춤에 맞추어 거문고를 탔다.

학춤이다. 훤칠한 키의 경산의 학춤은 신선의 자세다. 두 팔을 벌려 날아갈 듯 날개를 접으며 앉을 듯 사뿐사뿐 걷다 다시 창공을 날아갈 듯 두 팔을 벌리는 춤사위로 착 가라앉았던 분위기에 생기가 되살아났다.

학춤으로 땀이 송골송골 솟자 경산의 알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거웃에 엎드리면 뒤에서 불그스레한 음문까지 보였다. “여~~ 경산의 춤 솜씨가 대단하네... 화사대감이 저 학춤에 반했겠네!” 금원이 모처럼 환히 웃었다.

사실 경산의 춤 솜씨는 삼호정에선 처음 보였을 뿐 기계(妓界)에선 알아주었다. 화사가 경산을 품은 것은 춤에 빠져서다. 그들은 뜨거운 잠자리 전에 꼭 경산이 춤을 추어 사내의 욕정을 부추겨 뜨겁고 뼈를 녹이는 사랑을 밤마다 불태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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