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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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김부용(金芙蓉) <제8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3-28 09:05     최종수정 2018-03-28 09:0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동창이 밝고 햇살이 방안 가득한데도 방안은 고요하다. 동창이 밝기 전에 정원에 나와 산책이 일상이었는데 오늘은 인기척조차 없다. 부용과 연천의 방 분위기다. 연천이 꽃다운 부용과 운우지락을 만끽했을 것이다. 부용이 연천의 소실로 들어온 후 연천은 아침 산책을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늘이 그런 아침이다. 연천의 가슴에서 부용이 깊은 잠에 빠졌다. 연천의 손은 부용의 사타구니에 가 있다. 부용의 거웃엔 아직 사내 애액이 뒤엉킨 채 그대로다. 운우지락 후 뒷물을 하지 않아서다. 부용의 잦은 모습이다. 20대 여자와 80대 남자의 운우지락 후 상태다. 사내는 회춘(回春)하는 기분이고 여자는 청춘을 나날이 빼앗기는 기분일 게다.

아마 부용과 연천의 관계가 그러 했으리라... 사내 손이 계집의 음문을 장난감 다루 듯 눌렀다 잡아당겼다 집어넣었다 한다. 튀어나온 곳(클리토리스)을 눌러 보기도 하고 두 손가락으로 조몰락거리기도 해 본다. 그럴 때마다 계집은 움찔움찔 하면서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척 하고 있다. 사내의 기분을 깨지 않으려는 배려다. 계집의 음문을 가지고 놀 때는 대개 새벽녘이다.

새벽 물건이 일어나 있을 때다. 또 위로 올라가 힘없는 노라도 젓고 싶으나 노욕이라 생각하고 낮에 정무 볼 부담 없어 흥을 계속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내는 계집의 음문을 가지고 장난감 놀이를 즐기고 있는 터다. 사내가 날마다 음문을 가지고 장난감 놀이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초저녁 방사가 신통치 않았을 때 예외 없이 새벽에 계집의 음문을 괴롭히면서 즐거워하기도 한다.

부용이 고향 소꿉친구 문칠이 연천이 손장난 놀이를 할 때마다 비몽사몽에 나타나 사내구실을 하고 간다. 초저녁에 성에 안찬 정욕을 가득 채워주고 가는 것이다. 그럴 때 계집의 음문엔 다시 애액이 흘러나와 사내 손에 닿을 때 사내는 자신의 손이 사내구실을 한 줄 알고 즐거워 손을 떼곤 하였다.

부용은 연천이 음문을 가지고 장난감 놀이를 할 때엔 예외 없이 비몽사몽 상태가 되었다. ‘일엽편주를 모래밭에 대니/ 청산유수가 진사의 집일세/ 마을에 닿기도 전에 이름부터 좋아서/ 봄바람에 떨어진 꽃잎들이 뜨락에 가득해라.’ 《행화촌》(杏花村)이다.

부용도 기생 살이 보다 차라리 소실 살이가 편하리라 생각하고 나이 차이가 많더라도 고고한 인품의 연천을 택하였다.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다. 여자는 사랑하는 이에게 목숨을 바치고 사내는 자기를 알아주는 상대에게 양심을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부용은 연천에게 목숨까지도 내어 놓을 각오가 되었다.

그런데 간간이 푸른 창공에 한조각 구름 인 냥 뜨거운 육체가 입술을 깨물도록 그리워질 때가 있다. 문칠이다. 문칠이는 담하나 건너 이웃집 총각으로 논밭 농사일로 굳은 떡대가 우람하나 순진하기 그지없는 어린아이 같다. 지금 부용의 몸뚱이는 그런 문칠이가 새벽녘이면 눈물겹도록 그리워졌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이다.

부용이 젊은 여자다. 마음은 호의호식하고 있어 콧노래가 절로 나와도 몸뚱이는 흥이 아닌 짜증이 날 때가 다반사다. 지금이 딱 그러할 때다. 토요일 저녁 일요일 새벽이 대부분 그러하다. 정무의 부담이 없어 과한 술에 흥까지 솟구쳐 직성 껏 부용을 즐기고 깊은 잠에 빠진다.

이때 문제가 생긴다. 과한 술은 물건이 쉽게 일어났다 성급하게 서두르다 초장에 풀이 죽어 버린다. 아랫목까지 데워지지도 않았는데 불이 꺼진 것이다. 여자는 이럴 때 화가 난다. 제대로 일어나지도 않은 물건 가지고 문턱만 간질이고 마니 속이 상한 것이다.

부용은 그런 방사가 허다하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삶에 불만을 터트릴 만치 그녀는 어리석지 않다. 아름다운 현실이 아니더라도 운명이려니 하고 인내하는 것이 상책이라 마음을 다독이었다. 외화내빈의 삶이다.

부용이 어느새 평양감사 연천의 소실 살이가 해를 넘겼다. 금강산엔 진달래 등 봄꽃들이 만발하였고 대동강엔 수양버들이 봄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대감 나으리, 언제 대동강 뱃놀이를 한번 가면 어떨까요?” 부용이 연천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말을 꺼냈다.

연천의 소실이 되어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연천이 부용의 마음을 세심히 알아서 챙겨주듯 챙겼다. 아비가 딸의 마음을 알아서 챙겨주듯 챙겼다. 그런데 부용은 그 챙겨주는 것들이 마음에 늘 꽉 찼던 것은 아니다.

세대차이다. 19살에 만나 한해가 지나 20살의 봄이다. 기생으론 환갑의 나이라지만 여자론 꽃다운 나이다. 연천이 불두덩 위로 올라와 재대로 일어나지도 않은 물건으로 헐떡일 때마다 부용은 떡대가 좋은 문칠이를 떠올렸다.

육체의 허기를 마음으로 풀려 해도 육체가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아서다. “대동강 뱃놀이를 가자는거구나! 그거 어렵지 않지. 나는 금강산으로 봄꽃 구경을 가려 했는데...” 연천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부용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하자는 대로만 있었기 때문이다. ‘닭은 복사꽃 핀 지붕 위에서 울고/ 말은 버드나무 문 앞에서 우네/ 나더러 봄 술을 권하는 이도 없어/ 지겨운 한 낮에 책도 집어 던지고 낮잠을 자네.’ 《낮잠》이다. (시옮김 허경진)

그렇다. 만족한 삶은 없다. 부용도 그러했으리라... 소실이 아닌 여류시인으로 깍듯한 예우로 수창을 하며 정신적 샹그릴라(천상의 세계)를 즐기고 있으나 문득문득 육체의 허기에 몸부림 칠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문칠이와 비몽사몽 상태에서 방사하는 꿈으로는 마음을 위로할 수 없어서다. 한해 두해 세월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몸과 마음의 요구가 점점 대담해져 부용이 걱정이 태산이다.

욕망의 길과 신념의 길이 있다. 지금 부용이 그 두 길의 선상에서 갈등한다. 욕망의 길에 만족은 신념은 텅 빈 공터다. 욕망의 길과 신념의 길이 모두 만족한 삶은 쉽지 않다. 어느 한쪽이 희생돼야 다른 한쪽이 빛을 낸다.

부용은 욕망의 길은 포기하고 신념의 길을 선택하여 주옥같은 그 많은 시를 남겼으리라... 부용의 창조적인 동시에 헌신적인 삶을 영위하지 않았던들 오늘날에 전해지는 그녀의 작품이 문화예술인들의 영혼에 뜨거운 에너지로 작동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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