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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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김부용(金芙蓉) <제20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6-20 09:38     최종수정 2018-06-20 15:5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홍주(洪州)·결성(結城)·천안(天安) 등지 선조들 성묘 준비에 초당은 부산하다. 부용과 연천의 동반 외출은 처음이다. 선조들의 성묘 길에 부용을 동반 한다는 것은 파격적 예우다. 그것도 정식 부인 자격으로 선조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아닌가...

 

부용은 며칠 전부터 들떠있다. 잠도 설치고 있다. 연천의 정식 아내면 정경부인(貞敬夫人)의 봉작이 붙는다.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격일지 몰라도 연천과 같이 외출을 한다는 것이 부용에겐 얼마나 큰 사건이란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1844년 새털구름 한 점 없는 가을 날씨의 어느 날이다. 부용과 연천은 각각 말을 타고 나들이 길에 올랐다. 부용이 연천과 나란히 말을 타고 동행한다는 것을 부인으로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 나들이 길은 성묘행차다. “대감마님, 천첩을 이렇게 대명천지에 동행하셔도 괜찮으신지요?” “괜찮고 말고가 어디 있느냐! 이제 부용은 어엿한 내 생애의 반려자인 것을... 너는 이제 천첩이니 하는 소리는 말거라...” 부용이 나갔다 돌아온 후 연천의 배려는 더욱 두터워졌다.

삼호정 멤버로부터 부용이 연천의 몸 달아 했었던 얘기를 들은 후론 은근히 몸을 높이려는 자세로 보이기도 하였다. 북촌의 조강지처도 없는 상황에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총명한 부용은 충분한 고려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마음뿐 알뜰한 보살핌은 더 두터워졌다.

잠자리에서 특히 더 뜨겁게 몸을 달구었다. 그러나 연천의 하루가 다르게 식어져 가는 잠자리 횟수와 즐기는 패턴도 점점 식어져만 갔다. 사내가 물러서면 여자는 더 적극적으로 밀고 들어갔다. 부용과 연천의 잠자리가 그러한 관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역시 나이다. ‘비단창 아래서 잠이 깨니 달 바퀴는 서쪽으로 지네/ 한강수 풍류세월이 꿈속에 아득해라 / 숲속에서 맑은 바람 불어 발을 걷어 올리니 / 마음만 적막한데 뱁새 한 마리가 깃들었네 / 산수는 시로 읊어 작은 벼루 서쪽에 놓으니 / 서울 남쪽의 풍류세월이 창 너머 아득해라 / 성 머리의 가는 버들이 오동나무 아니니 / 어찌 뒷날에 늙은 봉새 깃들길 바라랴!“ 《연천대감의 시를 차운하다》다.

나이가 들면 몸과 같이 마음도 늙어야 하는데 마음은 되려 아이로 돌아가고 있다. 연천은 조상 성묘(1843)에 부용을 동반한 이후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연로한 몸에 성묘 길에 무리가 겹쳐 감기로 몸져눕게 되었다. 그동안 뼛속까지 사랑했던 부용을 만천하에 ‘내 마누라다.’라고 공개적으로 내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선조들의 묘역에까지 동반하여 갔었던 것은 부용이가 명실 공히 연천의 여자라고 공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은 초당에서 시우들과 수창을 하며 재색만 뽐냈지 조선 특유 유교사회와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연천의 옆에서 당당히 부인(정경부인)역할을 여보란 듯이 했었다.

연천의 조강지처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 부담이 없어서인 동시에 이 기회에 부용을 소실에서 정실로 인정하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기도 하다. “대감마님, 대감마님은 이젠 이 세상에선 부러울 것이 없으시겠어요? 남은 판서 하나도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어려운 것을 대감마님은 예조·이조·호조 등을 두루 거치고 임금(순조)과 사돈관계까지 맺었으니 부귀영화가 하늘에 닿았어요! 대감마님...” “다 네 덕이니라! 네가 퇴임을 권하지 않았던들 내 어찌 스스로 사임을 생각했겠느냐?” 연천이 손을 뻗어 부용의 손을 꼭 잡았다.

뜨거운 손이다. 전례 없이 뜨겁고 따뜻한 체온이 실렸다. 그런데 부용은 느껴지는 뜨거운 손의 체온이 서서히 식어져가는 감이 느껴졌다. 조상의 성묘를 다녀온 후로 변화를 보이는 연천의 체온이다. 부용은 불길하다. ‘꽃피고 떨어지는 것은 사사로운 마음이 없건만 / 새 날고 물고기 뛰는 것은 누구를 위한 건가 / 정다운 한마디에 산은 다시 저물어 가건만 / 가을되니 시름이 일어 천리 떨어진 것을 어찌 견디랴 / 오늘밤 밝은 저 달을 누구와 같이 볼까 / 떠다니는 인생이라 만나기 힘들어라 / 바람과 이슬 가득한 하늘엔 사람도 보이지 않고 / 갈꽃 덮인 십리 길에 강물만 아득해라’ 《황강에 먼저 가신임을 생각하며》다. (시옮김 허경진)

부용은 감지했을 터다. 연천이 조상의 성묘에 자신을 동반한 것과 연로한 연세에도 자손들과 같이 가지 않고 노복(奴僕·사내종) 몇 명만 데리고 다녀온 것에 대해 짐작을 하고 있을 게다. 마지막 성묘가 될 것이란 예감이다.

아무튼 연천은 벼슬이 내려질 때마다 선조들에 감사해야 하며 찾아가 인사를 올려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으며 이번에 큰마음 먹고 다녀왔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이다. 부용도 소실의 자리에서 조강지처 자리로 옮겨 놓은 것이 되었다.

이제 연천은 이승을 떠나도 아쉬운 깃털 하나도 남기지 않고 조상들 앞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용을 조상들 앞에 가서 안동김씨 여인으로 떳떳이 신고하고 온 후론 큰 짐을 벗어 놓은 듯한 표정이다. 일개 기생신분에서 정경부인 자리로 올려줘 기라성 같은 안동김씨 선조들 묘에서 비록 예식을 번듯하게 치러주지는 않았으나 평소에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무거운 짐을 벗어던져 이승의 삶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도 아쉬움이 없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어미젖을 마음껏 빨아먹고 잠드는 이 세상에선 단 한 장면 밖에 없는 표정이다.

부용의 마음엔 먹구름이 끼었다. 연천이 이승을 떠나면 훌쩍 고향 성천으로 갈까도 생각중이다. 문칠이가 목말라했던 표정이 대보름달처럼 눈앞을 가렸다. 이렇듯 갑자기 떠날 것을 알았으면 묘허스님과 헤어진 후 고향에 주저앉았을 것을 하는 방정맞은 생각까지도 문득 떠올랐다.

그렇게 했으면 지금쯤은 아이를 낳고 촌부의 아내로 밤마다 깔깔대며 사랑의 잠자리를 보낼 수 있으리란 생각에 이르자 눈앞에서 반혼수상태에 있는 연천이 갑자기 측은한 마음이 활화산처럼 솟구쳐 올랐다. 부용의 진정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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