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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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송덕봉(宋德峰) <제5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08-08 09:36     최종수정 2018-08-08 14: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북촌(北村)에서 육조(六曹)는 단숨에 달려갈 거리다. 맨 처음에 갈 때는 남편인 미암의 안내로 구경을 했으나 길을 알게 된 후론 틈 날 때마다 덕봉은 육조거리를 살폈다. 조선을 통치하는 관공서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 보려는 속내다. 직접 벼슬을 하여 당당한 사대부로 남성사회에 일원이 될 수 없으나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라도 뜨겁게 느껴 보려는 열정이다.

오늘도 덕봉은 누룽지를 끓여 점심을 먹고 북촌에서 나와 피맛골로 향했다. 역관(譯官·통역관)들의 집단 거주지인 청계천을 거쳐 육조거리로 와서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의 모습을 살피고 돌아오려는 속내다.

덕봉은 늘 바쁘다. 틈틈이 시(詩)도 쓰면서 살림살이도 올곧게 꾸려가려니 외출을 하려면 시간이 항상 빠듯하다. 특히 임금의 행차가 있는 날은 더욱 바쁘다.

꿈속에서 뵈었던 임금을 직접 뵙고 싶은 욕심이다. 가까운 거리에선 볼 수 없어도 먼발치에서라도 꿈에서 뵈었던 헌헌장부 옥골선풍의 사내와 비교도 해 보고 싶은 속내다. 하지만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속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임금을 본다는 것은 욕심일 뿐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금의 행차를 어떻게들 알았는지 아낙네들을 비롯한 노인들이 길가의 집을 빌려 미리부터 진을 치고 있어 덕봉으로선 먼발치에서라도 보는 행운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신세다.

당시의 백성들에겐 임금의 행차가 최대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임금은 백성들한테 하늘의 태양이요 생명줄을 쥐고 있는 염라대왕이나 행복과 기쁨을 동시에 베풀 수도 있는 옥황상제와 같은 존재다. 그런 임금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영광과 기적이다.

지난 밤 꿈에도 덕봉은 임금을 뵈었다. 다른 날과 달리 곤룡포를 입은 채로 찾아왔다. 호위무사와 내관을 동반하고 찾아온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땅걸미가 추녀 밑으로 스며들고 있을 즈음이다. 덕봉이 마침 일찍 저녁상을 치우고 죽매와 옥매를 좌우에 앉히고 노래와 춤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다. 미암은 아직 출타해서 돌아오지 않은 집안이다.

임금은 사립문을 열고 제 집 들어오듯 들어왔다. 그리고는 역시 자기 방을 들어오듯 내실로 거침없는 발걸음이었다. “그래. 과거공부는 잘 했느냐? 내 지난번에 왔을 때 너에게 얘기하지 않았느냐! 남장을 하고 과거를 보라고... 과거를 보려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당분간 사내도 멀리하고...” 어느 때보다도 근엄한 표정이다. 임금의 위엄을 드러냈다.

덕봉은 그때 죽매와 옥매와 어울려 노래와 춤을 즐기려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한여름이라 속곳 바람이다. 죽매와 옥매 역시 반라상태다. 덕봉은 죽매와 옥매가 비록 악기와 무기의 신분이지만 여자끼리 사석에선 친동생같이 주종관계를 잊고 자매처럼 행동하였다.

지금은 죽매와 옥매가 하녀 신분이 됐으나 고려 땐 개성왕씨로 당당한 귀족 신분이었다. 개성왕씨 성골(聖骨)신분이다. 피는 속일 수 없었다. 그녀들은 비록 왕조가 바뀌어 원치 않는 신분으로 바뀌었으나 주인을 잘 만나 비교적 품위를 잃지 않고 새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그랬다. 마침 미암도 없어 간단히 저녁을 먹고 스스럼없이 세 여자는 편한 차림으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한바탕 즐기려는 찰나다. “어머나! 이를 어쩌나 전하께서 아무 기별도 없이 어인 행차이신지요?” 덕봉이 옷매무새도 고칠 새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윗목으로 뒷걸음질하여 허리를 45도로 굽혀 예의를 갖추었다. 죽매와 옥매도 주인 따라 한 몸같이 행동하였다.

그런데 가관이다. 제 정신으론 차마 보지 못할 행색이다. 세 여인은 모두 속곳 모양새다. 덕봉의 앞가슴인 봉긋한 두 유방이 하늘빛 적삼사이로 희미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며 육감적인 둔부도 임금의 눈엔 자극적으로 보였다.

옥매와 죽매 몸 매무새는 더 가관이다. 빨래를 제때 하지 않은 속곳엔 오줌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으며 청춘의 상직인 싱싱하고 탐스럽기 까지 한 한 쌍의 유방은 저고리론 충분히 가려주지 못하였다.

게다가 평생 이름으로만 들어 볼 임금을 직접 보니 기쁘기보다 당황하여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어허... 부끄러워하지 말고 편히 앉거라. 덕봉 너는 나와 초면이 아닐진대 왜 그렇게 당황을 하느냐? 내 온김에 과거시험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죽매와 옥매 노래와 춤을 한번 보려함이니라... 요즘 재미가 없어 퍼뜩 덕봉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불쑥 찾아왔느니라. 내 사전에 기별을 못 했음은 미안하니라...” 방안은 세 여인의 당황한 숨소리로 뜨겁지만 물속처럼 고요한 가운데 임금의 목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예. 전하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죽매는 거문고에 황진이의 《박연폭포》 ‘한줄기 긴 하늘을 바위 끝에 뿜어내니 / 폭포수 백길 물소리 우렁차구나 / 나는 물줄기 거꾸로 쏟아져 은하수 되니 / 성난 폭포 달래는가 흰 무지개 뚜렷하네 / 어즈러운 물 벽력 골짜기에 가득하고 / 구슬 절구에 부서진 옥 창공에 맑았으니 / 유자여, 여산 좋다 말하지 말게 / 천마가 해동에 으뜸가는 곳이니...’를 멋들어지게 노래하고 옥매는 우아한 학 춤을 추려무나... 좁은 방에서 너무 요란하지 않게 조용조용해야 하느니라!” 임금은 아랫목에서 빙그레 웃음 먹은 표정으로 흐트러진 매무새의 세 여인을 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사내로 여자를 보는 천박한 시선이 아니다. 하지만 사내는 사내다. 임금도 사내로서 흐트러져 있는 세 여인의 육감적 모습엔 목석일수가 없을 터다. 사내 심볼이 꿈틀댄다. 학춤을 추는 옥매의 엉덩이에 시선이 멈춘다. 예쁜 엉덩이다. 앙증맞다. 아직 사내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풋풋한 엉덩이에 임금의 뜨거운 시선이 멈췄다.

청아한 죽매 노래와 거문고 음률이 방안에 가득하다. 임금의 꼴깍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술 한 잔 마실 수 있겠느냐?” “예 전하 소인이 미처 생각을 못해 황공하옵니다.” “아니다. 내 기별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것이 잘못이니라. 그러나 너무 나무라지는 말거라. 내 자주 놀러올 것이니라.” 덕봉이 즐겨마시던 탁자 밑 매화주를 45도로 허리 굽혀 술을 따른다. 그런데 그만 임금의 두 눈에 복사꽃보다 더 붉고 예쁘게 솟아있는 한 쌍의 유방을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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