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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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자동선(紫洞仙) <제3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10-24 09:36     최종수정 2018-10-24 11:1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오후가 되자 장녕의 행동이 바빠졌다. 귀국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압록강을 건너도록 되어 있어서다. 그런데 속으론 어떻게든 자동선과 방사를 한 번 더 하고 가려는 속내다. 대동강 뱃놀이를 한 번 더 하고 가려고 배를 큰 것으로 빌려 칸을 막았다.

술상을 준비하는 제일청은 별도 칸에 있어 보이지는 않으나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다. 척하면 천리라고 자동선은 사내들의 심리 읽는데 신기에 가깝다. 숨소리·눈동자·손동작 등에서 마음의 행로를 읽는다.

지금 장녕은 자동선을 자빠뜨려 방사를 하고 싶은 속내다. 송악산에 뉘엿뉘엿 저녁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자 장녕의 목소리가 낮아지면서 말수가 빨라졌다. 술잔도 자주 비웠다. 마음이 급한 상태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 일도창해 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은 모르던가 /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자동선이 거문고 음률에 맞춰 황진이 시를 연이어 낭송하였다.

어차피 가야 할 사람인 줄 알고 잡은 척 하자는 속내다. “대인군자께서 이 시를 혹 아시는지요? 풍류를 즐기는 사대부라면 모를 리 없는 황진이의 시 옵니다.” “그 시가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어디 황진이에 대해 말해 보거라...” “대인군자께선 혹 서경덕이란 성리학자를 아시는지요?” “아다마다. 서화담(徐花潭:서경덕 별칭)을 지칭 하느냐?” “그러하옵니다.” “ 그 서화담은 중국에도 잘 알려진 성리학자가 아니더냐! 그런데 황진이와 서화담은 어떤 관계더냐?” “예 대인군자어른, 황진이와 서화담은 사제지간이옵니다.” “여자가 어떻게 성리학자의 제자가 될 수 있단 말이냐?” “그러니까 거기에 기가 막힌 사연이 있사옵니다. 다 들어보시겠는지요?” “암 듣고말고! 여부가 있겠느냐?” 장녕의 말이 더욱 빨라졌다.

자동선도 장녕의 변화되는 언행에 긴장감이 온 몸에 배어오나 침착성을 잃지 않고 모르는 척 말을 이어갔다. “예 대인군자어른, 사실 황진이 언니께선 서화담을 사랑했었지요. 사랑을 고백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육탄공세까지 해봤으나 역시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생각이 깊은 황진이 언니는 포기하지 않고 작전을 바꾸어 제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제자가 되는데도 쉽게 되지 못했지요... 남자 제자들이 수십명이 되는데 천하일색 황진이가 들어오면 공부하는 분위기가 흐려질까 봐 서지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황진이가 서화담의 홍일점 제자가 되었습니다. 흠모했던 사내를 사랑은 할 수 없어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일단은 성공한 작전이 아닐까요? 천재 시기(詩妓) 황진이의 승리였습니다.” 장녕의 손은 어느새 자동선의 허리 밑으로 들어가 사타구니를 더듬고 있었다.

사내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여기선 아니 되옵니다. 정 급하시면 청교방 집으로 가시지요... 여기선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하지만 장녕은 막무가내다. 칸막이 옆에서 제일청이 말 한마디도 빠뜨리기 않고 듣고 있다. “자동선 아씨! 술이 모자라시죠?” 눈치 빠른 퇴기 제일청이 태상주를 들고 나타났다. 장녕은 기분이 상한 듯 서둘러 손을 빼고 딴척을 떤다. “그랬구나. 천재 황진이가 흠모했던 사내 곁으로 가 밤낮으로 볼 수 있으니 상사병에는 걸리지 않았겠구나. 하지만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느니라...” 속이 타는지 장녕이 술잔을 연거푸 비웠다.

그리고는 무언가 포기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내 곧 귀국길에 오르려한다. 네가 압록강까지 배웅을 해 줄 수 있겠느냐? 내 사례는 톡톡히 하련다.” 장녕의 두 눈에 이슬이 고였다. 자동선은 갑자기 장녕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나라에서 한림학사까지 지내는 대인군자가 일개 기녀에게 마음을 뺏겨 눈물을 보이자 측은지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하지만 붙들 생각은 없다. 압록강까지 배웅을 가 줄지도 생각중이다. 장녕도 생각이 복잡하다. 자동선이 하루 더 있다 가라고 붙들면 못이기는 척 주저앉겠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사신의 책무는 후하게 처리했으나 귀국하여 축하 받을 일만 남아 하루 이틀 늦게 귀국한다고 누가 뭐랄 신분이 아니다.

그러나 장녕은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자동선의 눈치로 봐 배안에서 번개 방사를 해 줄 분위기는 아니어서 귀국 할 마음을 굳혔다. 개성 유수에게 뱃놀이를 하다 귀국하겠다고 하여 말이 강가에 대기하고 있다. 속곳 속으로 손을 넣고 치근댈 때는 성가시어 떼놈은 할 수 없어 하며 꼴도 보기 싫다가 막상 떠나간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장녕은 칸막이 뒤에서 술상을 준비하고 있는 퇴기 제일청과 뼈를 녹이는 방사가 자동선과 한 교합인줄 알고 한 번 더 욕정을 채우려다 끝내 성사를 못하고 떠나는 표정이 비가 안와 직녀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견우의 표정이다.

자동선은 압록강까지 배웅하기로 마음먹었다. 욕정을 다시 한 번 채우려다 끝내 이루지 못하고 국경을 넘어가는 대국의 묵객(墨客)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조선여인의 따뜻한 배려다. 자동선의 뇌리엔 수많은 사대부들의 얼굴이 겹쳐져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장녕도 그 중의 한 사내다. 안타까운 것은 퇴기와 술기운에 질펀한 사랑을 하고 자신과 방사를 즐긴 줄 알고 떠나가고 싶지 않아 속을 태우는 것에 마음이 쓰여서다. “안녕히 가세요! 사신으로 또 오시면 소저가 또 정성껏 모시겠사옵니다.” 자동선은 말을 마치고 매몰차게 돌아섰으며 장녕은 여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서 있다.

강바람이 오늘따라 거세다. 장녕의 머리가 바람에 등 뒤로 휘날린다. 장녕은 퇴기 제일청과 질펀한 사랑을 자동선의 방사로 알고 귀국하여 친구들에게 무용담을 털어놓을 것을 생각하니 여인은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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