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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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자동선(紫洞仙) <제5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8-11-07 09:36     최종수정 2018-11-07 15:5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아침 동정호는 상쾌한 아침을 알렸다. 악앙루에서 하룻밤을 잔 장녕은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났다. “서방님, 잘 주무셨어요?” 옥빈의 깍듯한 아침인사다. 화촉동방을 치른 새색시 모습이다.

 

온 세상을 얻은 듯한 즐겁고 신나는 표정이다. “옥빈여사가 어떻게 여기 있소이까?” 장녕은 어젯밤의 뜨거운 방사를 까맣게 잊고 있다. “어젯밤에 장녕 대인이 이 옥빈을 여자로 만들어 주셨어요!”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알아듣게 말해 보시오...” “옥빈이가 말한 대로예요. 장녕 대인께선 어젯밤에 술이 너무 취하셔서 기억이 안 나시는 모양인데 이 옥빈을 여자로 만들었어요! 40년을 숫처녀로 있었는데 이제 비로소 남자를 안 여자가 되었어요...”  옥빈은 행복한 웃음을 얼굴 가득히 꽃이 활짝 피듯 피웠다.

장녕은 어젯밤의 일을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 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가위에 눌린 듯 가슴이 답답하고 아랫도리가 얼얼했던 것만 아련히 떠올랐다. 꿈속을 걷는 기분이다. “아무튼 일어나셔서 술국을 드세요! 옥빈이 준비한거예요... 동정호에서 나가 주막에까지 가서 사가지고 온것이예요!” 당당히 화촉동방을 치른 신부의 태도다.

사실 장녕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마음속으로만 사랑을 했지 입 밖으론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해본적이 없는 옥빈이 신부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기분이 뻑적지근하게 좋은 것이다.

장녕이 상처한지 올해로 3년째다. 여자가 목마르게 그리울 때다. 그럴 때 생각지도 못한 옥빈이 나타났다. 속으로만 사랑했던 여자다. 흠모했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나타나 자청하여 장녕의 여자가 되어주겠다고 애걸하고 있다. 하지만 장녕은 옥빈을 선뜻 받아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자동선의 환상에 빠져있다. 불혹이 넘은 장녕에겐 자동선이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중국의 변방 국가인 조선에 그토록 예쁘고 재능이 있는 미녀가 있을 줄은 몰랐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던 미녀다. 허리 밑의 쾌락을 즐기려 했었는데 그녀 재능의 포로가 되었다.

옥빈도 흠잡을 데 없는 재녀다. 왕소군과 서시의 장점만 빼어낸 인형 같은 여인이다. 장녕이 조선에 사신으로 가지 않은 채 옥빈을 만났던들 허겁지겁 받아들였을 게다. 그러나 조선의 자동선을 보고 와서는 옥빈이 청루의 여인 중에 한 여인으로 보일뿐이다.

하지만 여긴 조선이 아닌 중국이다. 장녕에겐 당장 부양할 70이 넘은 노모와 어린 딸 자매가 있다. 그런데 옥빈은 가정에서 알뜰히 살림을 할 현모양처로 보이지 않아 장녕이 지금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펑펑 쓰면서 데리고 노는데 딱 맞는 여인쯤으로 장녕의 눈에 보여서 걱정이 태산일 터다. “옥빈여사. 정녕 재가 그렇게 좋습니까?”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이 옥빈은 이미 장녕 대인의 여자가 되었어요. 대인 어른께서 어떤 행동을 하셔도 이 옥빈은 흔들리지 않는 그림자가 될 것입니다.” 옥빈의 말은 단호하다. 본인이 자청하여 비록 장녕의 여자가 되었지만 네가 나의 처녀성을 짓밟고도 딴청을 떨 수는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붙은 말투다.

사실 장녕도 옥빈이 싫다기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처지다. 상처한 주제에 70이 넘은 노모와 아직 손이 많이 갈 어린 두 자매가 있는 가장이다. 옥빈을 데려다 놓으면 밤엔 마음껏 욕정을 채울수 있고 낮엔 노모와 두 자매를 맡기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장녕은 그 기대가 허망하게 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옥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악앙루 3층엔 지금 둘밖에 없다. 어떤 짓을 해도 세상에 알려질 우려가 없는 장소다.

장녕은 문득 재능이 너무 뛰어나 여러 시인 묵객(墨客)들과 교류하다 세상사에 연루되어 죽임을 당한 여류시인 이야(李冶:713~840)의 시를 떠올렸다. ‘전날 서리가 한창일 때 떠나더니 / 이제 안개가 짙을 때 돌아왔네 / 서로 만나도 와병 중이라서 / 말을 하고프나 눈물이 먼저 흐르네 / 도연명의 술을 애써서 권하고 / 사령운의 시를 전처럼 읊는다 / 우연히도 술에 함께 취하니 / 이것 말고 무얼 더 하리오...’ 특별한 남자 친구 육우(陸羽)가 병석의 이야를 찾아왔을 때 읊은 <호상와병히육홍점지>(湖上臥炳喜陸鴻漸至)다.

지금 장녕은 자동선의 환상에 빠져 여타여인에겐 마음 쓸 여유가 없는데 옥빈이 나타났다. 게다가 옥빈의 주도로 교접까지 한 상태다. 옥빈의 사내가 된 입장이다. “그래 옥빈여사 내가 그렇게 좋소?” 라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물은 말이다. 옥빈은 기가 막히는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데 옥빈이 속곳 바람이다. 앞이 훤히 터진 속곳이다. 그 터진 곳으로 음문이 드러났다. 엊저녁 장녕의 배위에서 힘을 얼마나 썼는지 아직도 음문이 벌겋게 충혈 된 채다. 사실 장녕도 옥근 언저리가 지금도 얼얼한 상태다.

그는 애써 옥빈의 음문에서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옥빈은 어차피 벌어진 일 거리낌이 없다. 일부러 다리를 벌려 충혈 된 음문을 보이려했다. 이래도 네 놈이 엊저녁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을 모른단 말이냐는 태도다.

옥빈이 천애고아 행세를 하는 이유가 있다. 고려로 귀화한 쌍기(雙冀:?~975)의 후예여서다. 옥빈은 쌍기 외가의 후예다. 쌍기는 후주(後周:951~960) 사절단의 일원으로 와 그만 병이나 돌아가지 않고 고려에 귀화하였다. 그는 광종에게 과거제 실시를 주창하여 고려가 혁신적으로 과거제도를 도입케 한 인물이기도 하다.

옥빈은 그 쌍기 외가의 피붙이다. 후주의 역사는 불과 9년이다. 그런데 그때 사신단원으로 쌍기가 고려에 왔다. 섬광(閃光)같이 나타나 후주의 사람이 탄탄한 역사의 고려에 와 보니 모든 것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는 와병중이라 했으나 조국이 싫어 귀국하지 않고 귀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아버지 쌍철(雙哲)도 고려에 귀화해 높은 벼슬을 즐겼다.

옥빈이 쌍기네 먼 친척이다. 그녀는 철저히 신분세탁을 하였다. 양친 부모 형제도 없는 천애고아로 세상에 알렸다. 가문을 중시하는 중국은 옥빈이 재능이 뛰어나고 미모까지 지녔으나 신부감과 며느리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자의 여자가 되려했으나 나타나는 사내가 없었다. 그래서 40세까지 본의 아니게 정조를 지켰다. 옥빈이 기다리다 못해 본인이 앞장서 장녕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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